이에 따라 업계에선 오는 26일 열리는 셀트리온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합병과 관련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금감원이 셀트리온 분식회계 의혹으로 감리를 받고 있고,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합병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피 이전 상장이 먼저”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당장 합병 추진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총 때마다 나오는 셀트리온 합병설이 올해도 어김없이 제기됐다. 특히 그동안 합병설에 대해 선을 그어왔던 서정진 회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오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합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이종현 기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은 2017년 셀트리온헬스케어 코스닥 상장 당시부터 관심을 받아왔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 공모 과정에서부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투자자들 역시 셀트리온헬스케어 투자설명회에서 두 회사 합병 가능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된 일감 몰아주기, 공매도 논란도 합병설의 근거다. 특히 지난 6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낸 ‘사익편취 회사를 통한 지배주주 일가의 부 증식 보고서’에서도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4조 5000억 원의 사익을 편취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합병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은 셀트리온 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된다. 셀트리온 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현재 최정점에 서정진 회장이 올라 있고 두 갈래로 나뉜다. 한 갈래는 서정진 회장→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이다. 다른 한 갈래는 서정진 회장→셀트리온헬스케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5.51%,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57%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20.06%를,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 지분 55.05%를 갖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구조라는 점이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를 ‘독점적으로’ 해외에 유통·판매하는 법인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셀트리온 전체 매출의 약 80%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바이오시밀러 판매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셀트리온 지배구조를 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다. 계열사가 아닌 별도의 회사로 인식돼 두 회사 간 거래가 매출로 잡히는 만큼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등의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면 새 법인에서 생산과 판매가 모두 이뤄지고 이에 따라 그동안 제기된 논란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합병설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셀트리온 그룹이 합병을 섣불리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셀트리온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감리가 발목을 잡는다. 금감원 감리의 핵심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일부러 매출을 부풀려 영업손실을 숨기려 했는지 여부다. 매출이 잘 나오면 사업성이 좋은 회사로 알려지고,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영업손실이 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를 해서 영업 이익이 나도록 처리했다는 의혹이다.
분식회계 의혹의 근본적인 문제 역시 셀트리온 그룹의 기형적인 지배구조다. 셀트리온이 생산한 제품 판매에 대해 독점 권한을 가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해 2분기 국내에서 판매하는 권한만 떼어내서 다시 셀트리온에 되팔고 이 돈을 매출로 잡았다. 판권을 매각하고 받은 돈을 매출로 잡는 건 일반적인 회계처리가 아니라는 의혹이 증폭된 상황이다. 그밖에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재고자산 논란과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모뉴엘 분식회계 사태 때 등장했던 ‘매출 채권 부풀리기’ 정황도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감원은 서정진 회장이 합병을 염두에 두고 최대주주로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기업 가치를 앞서와 같은 방식으로 사전에 높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관련 정황이 포착되면 이번 감리가 셀트리온 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은 감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살펴볼 부분도 적지 않고 사안도 민감해 최종 결론까지 도달하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 소액주주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 이후 셀트리온과 합병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합병설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다. 소액주주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공매도가 도를 지나쳤다고 주장하며 “코스닥 시장보다는 코스피가 시장 수급과 투자 안정성이 더 높다”는 판단에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코스닥 상장사인 상태에서 합병하는 것보다는 코스피로 이전 상장 이후에 합병하는 것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소액주주들도 있다.
셀트리온 측은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로선 합병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 코스피 이전 상장 등에 대해 결정된 내용이 없다”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의견을 준다면 그에 따를 계획”이라고 답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