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가 취임 후 첫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한국당 한 관계자는 “취임 후 당직인선이나 발표한 메시지 등에 대한 내부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황 대표는 정치 입문 2개월 차다. 현재 황 대표를 돕고 있는 인물들도 대부분 초재선인데 특정 부분에서는 노련함마저 묻어났다. 막후 조력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도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 최측근으로 꼽히는 6인방(정종섭, 윤상직, 박완수, 민경욱, 추경호, 박대출) 중 박대출 의원(재선)을 제외한 5명이 초선이다. 이외에도 당내 친황계로 꼽히는 인물들은 대부분 초재선이다.
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은 사실상 황교안 지지모임으로 통한다. 통합과 전진은 작년 8월 합리적 보수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며 초재선 의원 13명이 모여 결성했다.
김기선, 김도읍, 박대출, 박맹우, 윤영석, 이완영, 정용기 의원(재선)과 강석진, 민경욱, 박완수, 송희경, 엄용수, 이은권 의원(초선) 등이다. 이후 김정재, 백승주, 송언석, 이만희, 추경호 의원도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 1월 당내에서 전당대회 출마 자격 논란이 일자 “불필요한 논쟁을 중단하라”며 황 대표를 지원 사격했다.
표면적으로 황 대표 전략 및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과거 국무총리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이태용 전 총리실 민정실장, 심오택 전 총리실 비서실장 등으로 알려져 있다. 표면적인 황 대표 체제 최고 실세를 묻는 질문에는 당내 인사들 대부분 추경호 의원을 첫 손에 꼽았다.
초선인 추경호 의원이 최고 실세로 꼽히는 것도 황 대표 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추 의원은 한때 유력한 황 대표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다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됐다.
앞서의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조력자들 중 총선 공천을 주도했거나 대선을 여러 번 경험한 인물이 안 보인다. 이들도 국회의원이고 총리실에서 국정운영 경험이 있겠지만 당 운영과는 완전히 다르다. 초재선 의원이나 총리실 인사들이 당내 인물들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겠나. 당내 역학관계와 숨은 사연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개혁공천이라고 밀어붙이다간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황 대표는 당장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고 대선에선 직접 선수로 뛰어야 하는데 경험 많은 조력자가 없다면 오히려 문제”라고 했다.
한국당 내에서 들리는 풍문을 종합하면 막후 조력자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친박계 김재원, 윤상현 의원이나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까지 다양했다. 전당대회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고위 당직자가 물밑에서 황 대표를 도왔다는 설도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황 대표를 돕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전당대회 기간 캠프 대변인을 맡은 인물은 김무성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다. 전당대회 후 황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헌승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김무성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전당대회 기간 친김무성계인 강석호 의원이 황 대표를 돕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강 의원은 이후 재외동포위원장으로 인선됐다.
황 대표 막후 조력자로 꼽히는 인물들 중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친박 중진들이 많았다. 이처럼 전면에 나설 경우 지지층 분열이나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들이 많아 물밑에서 황 대표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단순 조력자 차원을 넘어 지난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캠프 전략 수립을 주도했고, 지금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황 대표 측이 너무 보안을 강조해 비선 존재설에 힘이 실린다는 비판도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당대회 기간 황교안 캠프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함께 일하는 직원들끼리도 명함을 주고받지 않았다고 한다.
황교안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누가 황 대표를 돕고 있는지는 캠프 인사들조차 모른다. 캠프 내부 구조는 황 대표가 누구와 소통하는지 알 수 없는 점조직 형태였다”고 했다.
캠프에 방문했던 현역 의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캠프에서 현역 의원을 본 적은 없었다. 당 상임고문 같은 분들은 왔었다. 전당대회가 끝난 당일 밤 11시쯤 캠프 해단식을 했는데 그때도 현역 의원은 아무도 안 왔다”고 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둔 당 인사들은 (공천권을 가진) 황 대표를 움직이는 진짜 실세가 누구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누가 실세라는 게 금방 다 알려졌는데 황 대표 체제에선 당내 사정에 밝다는 사람들도 이야기가 엇갈리더라. 황 대표가 보안을 너무 강조하니 막후 조력자에 관한 소문이 더 무성해지는 것”이라면서 “일부 소문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일 수도 있고, 실세 행세를 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 자가발전해 흘린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한 한국당 전직 최고위원은 “황 대표가 서울 강남에 있는 팔래스 호텔에서 비밀모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요일 오전 황 대표를 호텔 근처에서 직접 목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직 최고위원은 “황 대표가 누구누구와 만나 각종 현안을 논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는데 직접 확인하지는 못해서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 황 대표를 호텔 근처에서 목격한 날도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한 한국당 당직자는 “앞으로도 황 대표 비선 존재설과 관련한 소문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당직자는 “황 대표는 이미 차기 공천권을 가진 당 대표가 됐다. 차기 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것도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우리 당에서 황 대표를 대신할 만한 인물이 안 보인다. 홍준표 전 대표 때는 대선후보가 됐어도 워낙 당선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에 줄을 서려는 사람이 없었는데 황 대표는 당선 가능성도 비교적 높지 않나. 당내에서는 다들 황 대표에게 줄을 서려고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황 대표에게 줄을 대려고 비선 찾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선과 관련해 괜한 잡음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황 대표가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황 대표가 그 정도 내공은 있다고 본다”면서 “황 대표가 당내 중진들보다는 개혁적인 인물들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