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워터소믈리에 야마나카 아키 씨는 ‘물을 마신다는 것은, 곧 물에 포함된 미네랄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다.
물이 다 똑같다고? 천만의 말씀. 일본 워터소믈리에 야마나카 아키 씨는 “목적에 따라 맞는 물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물은 그 속에 녹아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함량(경도)에 따라 연수, 중경수, 경수로 구분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물 1L 속에 경도가 100mg 미만이면 연수, 101~300mg이면 중경수, 301mg 이상이면 경수로 정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보는 생수(먹는 샘물)는 대부분 연수에 속한다.
그렇다면 맛있는 물이란 어떤 것일까. 야마나카 씨는 맛있는 물의 조건으로 “신선하다, 물의 맛을 해치는 망간 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 깨끗한 장소에서 채수해 불순물이 없다” 등을 꼽았다. 예를 들어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경수는 맛이 무거운 편이다. 이에 비해 연수는 깔끔하고 부드러워 마시기 쉽다. “살짝 단맛도 나기 때문에 연수를 맛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야마나카 씨는 전했다.
초미세입자를 걸러주는 분리막 RO필터로 수돗물이나 지하수 등을 여과 처리한 정제수도 있다. 여기에 인공적으로 미네랄, 탄산 등을 첨가해 생수(혼합음료)로 판매되기도 하는데, 천연 미네랄을 함유한 맛있는 물을 원한다면 역시 천연수 쪽을 추천한다. 생수 라벨 뒤에 적혀 있는 품명이 먹는 샘물인지, 혼합음료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보관 방법도 물맛을 좌우한다. 상온 보관과 냉장고, 과연 어느 쪽이 좋을까. 일반적인 물의 적정온도는 12~15℃다. 여름이라면 냉장고, 겨울이라면 실내 상온에서 보관해도 괜찮다. 또 미네랄 함량이 많은 경수는 약간 차갑게 해서 마시면 훨씬 마시기 편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탄산수는 무더운 여름철 더욱 찾게 된다. 이때 탄산수는 냉장고에 넣었다 마시는 편이 맛있다고. 탄산이 빠져 나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매번 마실 수 있는 만큼만 사는 것도 요령이다. 아울러 시중에 나와 있는 탄산수 중에는 수돗물을 인공 정제해 미네랄이 제거된 것들이 많다. 미네랄워터가 아니라 탄산만 첨가한 맹물인 셈이다. 단지 톡 쏘는 ‘강한’ 자극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 마시는 물은 미네랄이 적당히 들어간 것이 좋다. 현대인의 상당수가 미네랄 결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대량으로 미네랄을 소모한다. 미네랄은 한 가지만 결핍돼도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데, 가령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눈 밑이 파르르 떨리거나 팔, 다리 등에 근육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야마나카 씨는 “탄산 강도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천연수를 사용한 탄산수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물을 마신다는 것은, 곧 물에 포함된 미네랄을 마시는 것과 같다. “평소 물 마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떤 종류의 물이라도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얼음은 넣지 않고 마시는 게 베스트다. 더 맛있게, 세균 번식 방지를 위해서라도 물은 꼭 컵에 따라 마시도록 하자. 페트병에 직접 입을 대고 마실 경우 무려 4만 마리의 세균이 번식한다는 점을 기억할 것.
페트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면 4만 마리의 세균이 번식하게 된다. 일요신문DB
다음은 워터소믈리에 야마나카 씨가 제안하는 ‘건강하게 물 마시는 법’이다. 목적에 따라 어떤 물을 마시면 좋은지 나눠 설명했다. 지금 ‘내게 맞는 물’을 선택하는 데 참고해보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시는 경우
밤새 혈액은 끈끈해져 있다. 때문에 아침 공복에 물 한잔을 마셔주면 좋다. 계절에 따라 상온,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도 OK. 특히 조금 시원한, 경도 높은 탄산수를 마시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그날의 컨디션을 고려해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도중 마시는 경우
탄수화물, 육류 중심의 메뉴에는 중경수 이상의 물을 고르는 게 이상적이다. 채소·해조류가 부족한 식단은 자칫 미네랄 부족으로 이어지므로, 물을 통해 미네랄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채소류에는 미네랄 함량이 적은 연수가 어울린다. 여기에 약간의 탄산이 있는 물이라면 야채 맛이 더욱 싱싱하게 느껴질 것이다.
음주 중에는 수분 섭취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마신 알코올의 양 이상으로 수분이 배출되는 탓이다. 즉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탈수가 일어난다. 음주 중간 중간에는 물을 넉넉히 마시는 걸 잊지 말자. 덧붙여 커피와 홍차에도 이뇨작용이 있다. 흔히 커피, 홍차, 녹차를 마시고서 수분 보충을 했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이들을 섭취했을 땐 반드시 물을 더 마셔야 한다. 보리차나 이뇨작용이 없는 허브티로 대신하는 것도 좋다.
#자기 전에 마시는 경우
수면은 우리 몸에 안정을 주고 휴식을 준다. ‘자기 전 물을 마셔도 괜찮을까’ ‘혹시 수면에 방해되진 않을까’ 등등이 신경 쓰인다면, 자는 동안 장기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막는 연수를 마셔라.
#다이어트 중이라면
식사 제한을 하면 미네랄도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건강 유지를 위해 경수로 미네랄을 보충하자. 칼로리도 없으니 안심. 또 경수에 포함된 성분이 콜레스테롤을 배출하고, 담즙분비를 촉진시켜 지방을 분해하는 기능도 한다.
#미용에 좋은 물은?
‘실리카(silica)’라는 이산화규산이 포함된 물을 추천한다. 최근 실리카 성분을 내세운 생수가 많이 시판되고 있다. 골밀도를 강화시켜주며, 콜라겐 생성과 모발 및 손톱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소변 색이 짙은 노랑이라면? 몸이 알리는 ‘수분 부족 사인’ 물은 우리 인체 내에 70%를 차지한다. 세포와 장기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수분 보충은 필수. 그렇다면 체내 수분 부족을 알리는 위험 신호는 뭐가 있을까. 먼저 목마르다고 느끼는 갈증은 우리 몸이 수분 부족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다. 이외에도 소변 색을 관찰해도 알 수 있다. 소변 색깔이 투명에 가깝거나 매우 연한 노란색이면 당신의 몸은 정상이다. 한편 짙은 노란색일 경우 수분 부족의 사인이다. 또 피로감과 두통, 변비, 근육 경련, 입·눈·피부 건조도 수분 부족 증상이니 이때는 충분한 수분 보충에 신경 쓰자. 참고로 물을 마실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너무 차가운 물은 부종의 원인이 되며, 단번에 꿀꺽꿀꺽 마시는 것도 몸에 부담이 된다. 필요한 양을 하루에 8회 정도로 나누어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하루 물 1.5~2L 섭취를 권고하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는 대신, 200mL씩 자주 마시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