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일본 고등법원이 동경교회 김 목사의 대표부존재 확인 항소심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동경교회 정상화를 바라며 소송을 제기한 교인들이 판결 후 단체사진을 찍었다. 사진=동경교회 장로
일본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동경교회는 1908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한인교회다. 당시 독립운동가 고당 조만식 선생 등 2·8독립선언을 주도했던 한국 유학생 10여 명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이후 동경교회를 중심으로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 전국 90여 개의 한인교회가 모여 재일대한기독교교회(교단)를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동경교회는 교단에서 ‘어머니 교회’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동경교회가 최근 몇 년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관련기사-[단독보도] 일본 최초 한인교회 ‘동경교회’ 갈등 내막) 갈등의 중심에는 담임목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 아무개 씨가 있다. 김 씨는 2010년 동경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돼 위임받았다.
동경교회 목사로 선임된 직후부터 김 씨는 교단의 헌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과 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내 공동의회를 중심으로 교회를 자신의 뜻대로 운영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실제 김 씨는 장로 선거 부정개표 의혹과 재신임 투표, 교단 치리부의 조사 거부 등 교단 및 교회 내 교인들과 갈등을 벌이다 교단으로부터 2015년 7월 2일부로 목사 면직 확정판결을 받았다. 교단의 면직 결정에도 김 씨는 동경교회 홈페이지와 안내서 등에 본인을 담임목사라 소개하고, 동경교회 단상에 올라 설교를 했다. 김 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교단 탈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동경교회 정상화를 바란다는 기치를 내건 교인 48명은 강제효력을 가진 사회재판의 손을 빌리기로 했다. 2016년 4월 일본 도쿄지방재판소(한국의 1심 법원)에 대표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 소송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인 지난해 7월 도쿄지방재판소는 “피고 김 씨에게 대표 자격이 없음을 확인한다”며 “피고 김 씨가 동경교회의 대표역원(담임목사)을 퇴임당했으므로, 이를 변경등기 수속하라”고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 측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지난 2월 20일 고등법원 역시 ‘상소 이유 모두가 부당해 원심 판결을 지지한다’며 항소 기각판결을 내렸다. 이에 김 씨 측은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에 다시 상고를 냈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상황이다.
일본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일본 최초의 한인교회 ‘동경교회’ 전경. 민웅기 기자
비록 승소했지만 현재로서는 김 씨를 목사직에서 내려오게 강제할 방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김 씨에 문제제기를 하는 장로 B 씨는 “민사소송에서 진 거라 강제성이 없으니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김 씨가 그만두게 할 방도를 의논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김 씨에게 문제제기를 한 장로와 교인들은 법정 다툼과 별개로, 3년 넘게 매주 일요일에 교회 앞에서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B 씨는 김 씨가 상고까지 하는 것은 결국 ‘시간 끌기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송사로 시간을 벌면서 그 사이에 앞서 계속 추진해오던 교단 탈퇴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김 씨는 몇 차례 일본 도쿄도에 제출할 탈퇴신청서를 준비하고 법적수속을 밟은 바 있다. B 씨는 “김 씨가 교단 탈퇴가 가능한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탈퇴를 위한 임시공동의회 개최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결국 돈 문제일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교단 관계자는 “동경교회 1년 예산은 1억 엔(약 10억 원) 가까이 된다. 연간 250만 엔(약 2500만 원)으로 운영하는 교회들도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일본에서는 큰 액수”라며 “총회 소속 아래서 간섭받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일요신문’은 이번 일본 법원의 판결에 대해 동경교회 측 입장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일본 최초의 한인교회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