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두 손을 모은 채 취재진의 앞에 선 정준영은 총 4번의 “죄송합니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너무 죄송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른바 ‘정준영의 황금폰’ 등 휴대전화 경찰 제출 의향에 대해서는 “오늘 조사 받으면서 성실히…”라며 뒷말을 흐렸다.
이어 “범행 당시 (피해 여성에게) 약물을 사용했느냐” “2016년 사건(여자친구를 상대로 한 불법 촬영 피소 사건) 당시에 뒤를 봐준 경찰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피하거나 “조사에서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말만을 남겼다.
그외 기자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참여자들과 범행을 공모했는지” “앞서 발표한 사과문에서 모든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는데 어디까지 인정하는 것인지” 등 질문에는 입을 다문 채 바쁘게 조사실로 걸음을 옮겼다.
정준영은 2015년 12월부터 8개월 여 간 여성들의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불법촬영물을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30) 등이 함께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나 1대 1 채팅방에서 수 차례에 걸쳐 공유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은 정준영의 범행으로 총 10여 명에 달하는 피해 여성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준영은 지난 11일 이와 같은 의혹이 불거진 뒤 하루 만에 방송 촬영을 위해 머물고 있던 미국에서 긴급히 귀국했다. 이후 정준영은 13일 새벽 공식입장문을 내고 모든 범행을 인정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14일 오후에는 성매매 알선 등 혐의를 받은 빅뱅의 전 멤버 승리와 유리홀딩스 대표 유 아무개 씨의 경찰 조사도 예정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준영이 직접 범행 사실을 인정한만큼 경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공식입장문을 통해 정준영이 인정한 것은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은 불법 촬영’과 ‘유포’ 두 가지다. 본인이 직접 동의를 얻지 않은 불법 촬영 영상을 단체 채팅방에 유포시켰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므로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정씨가 2016년 여자친구의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피소됐던 사건과 관련, 당시 불법 영상을 촬영한 휴대전화를 경찰 조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이유와 사건 담당 경찰과의 유착 관계 등도 조사한다. 또 정준영의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발 검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해외 VIP 투자자를 상대로 성접대를 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를 받는 승리와, 그와 함께 투자회사 유리홀딩스를 운영한 대표 유 아무개 씨(34)의 경찰 조사가 예정돼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