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박물관 전시실 앞에서.
꽃을 향해 날갯짓하는 나비는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아름다운 생명체로 태어납니다. 아이들이 반려동물로 키운다면 그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고, 나비의 우아한 매력을 알 수 있겠지요. 나비는 인간과 함께한 오래된 곤충으로 3500년 전 이집트 프레스코화에도 그 문양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나비는 8자형으로 날갯짓하며, 팔랑나비는 말의 속도보다 빠르게 날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제왕나비는 지구 반 바퀴를 돌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통의 나비는 시속 10km 전후로 평화롭게 날아다닙니다.
나비의 날개로만 만든 박제품.
우리 일행들은 어린아이들처럼 ‘체험학습’을 하며 나비에 대한 상식을 공부합니다. 나비는 나방과 달리 낮에 활동하며, 나비는 냉혈동물이라 체온이 30도 이하로 내려가면 색깔이 바뀐다고 합니다. 나비의 눈은 6000개 렌즈로 구성될 정도로 섬세하며, 1912년 나비의 귀를 처음 발견하여 청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나비는 섭취한 것을 모두 에너지로 비축하므로 배설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는 것도.
온갖 색깔의 장미만 피고 지는 드넓은 장미농장.
나비를 보고 장미가 지천으로 핀 장미농장으로 갑니다. 시내에서 산언덕을 넘어 한 시간쯤 걸리는 곳입니다. 주변 대도시에서 트럭을 몰고 이 마을로 장미꽃을 사러 옵니다. 미얀마 여인들은 장미를 좋아합니다. 영국이 지배한 시절부터 장미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새로 키우는 묘목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진홍, 주황, 하양, 노랑, 보라빛 등 갖가지 색깔의 장미들입니다. 한편에선 지고, 한편에선 꽃봉오리가 열립니다. 드넓은 꽃밭에는 오직 장미만이 피고 집니다. 장미의 나라에서 우리는 잠시, 가시가 많았던 ‘장밋빛 인생’을 돌이켜봅니다. 시인 김승희의 시구처럼.
눈 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의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중략)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