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대는 최근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다. 한 교수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 바꿔 치기가 온 세상에 공개된 까닭이다. 2007년과 2010년 각각 한체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2명은 2012년 자신의 학위 논문이 표절 시비에 걸리자 새 논문을 작성해 연구실 총괄을 맡은 지도교수의 승인만 받은 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비치된 원 논문과 바꿔 쳤다. 표절 시비에 걸린 학위 논문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관련 기사: 한체대 연이은 ‘논문 갈이’, 모두 같은 교수 연구실에서 발생)
문제는 한체대가 이 문제를 덮으려 현재 주요 도서관에 배치돼 있는 새 논문을 표절 논문으로 다시 바꾸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익명을 원한 한 한체대 관계자는 “한체대 내부는 지금 논문 바꿔 치기 사건을 덮을 묘안을 찾느라 매우 분주하다. 지금 나온 안 가운데 하나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비치된 새 논문을 다시 표절 논문으로 바꾸려는 계획”이라고 했다.
이는 학위 논문 부정 행위에 따른 학위 취소 규정이나 지도 교수 자격 박탈 관련 내부 규정이 없는 한체대의 허술한 내부 규정을 악용하려는 움직임이다. 2015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국내 연구윤리 실태 분석’에 따르면 분석에 참여한 국내 4년제 대학 166곳 가운데 학위 논문 부정 행위에 따른 학위 취소 규정을 갖춘 대학은 56.6%에 육박하는 94곳이다. 심지어 대학 28곳은 논문 지도교수 자격까지 박탈할 수 있는 규정을 뒀다. 하지만 한체대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규정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한체대식 ‘無규정 無문제’ 논리는 한체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덮는 요긴한 재료가 됐다. 한체대의 이 논리로 석사 논문 표절이 문제가 된 교수의 임용을 강행한 바 있었다. 당시 총장이었던 김성조 전 총장은 “인사위원회의 제도적 보완책이 있는지,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관련 기사: 한체대, 석사 논문 표절 교수 여전히 활동... 총장 당선인도 심사)
안용규 한체대 총장 당선인
교육계는 한체대의 이런 초법적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지금 한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은 교육계 전체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짓”이라며 “한체대 교수회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도서관 관계자는 “2014년 들어 국회도서관 업무편람에 ‘학위논문 교체는 원칙적으로 대학도서관과 자료수집과를 통해 제출하도록 하며 개인적인 교체는 지양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뒤로 개인적인 교체나 파기 요청은 불가하다. 공문 수령을 통한 논문 교체가 정착됐다”고 밝혔다.
한체대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배치된 새 논문을 다시 표절 논문으로 교체하려면 공문이 필요한 상태다. 공문을 보내는 순간 한체대는 ”표절 논문으로 학위를 수여했다“고 인정하는 셈이 된다. 지도 교수에게 직격탄이다. 공문을 보내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논문 바꿔 치기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꼴이다. 이마저도 지도 교수에게 직격탄이다. 바꿔 치기 논문 2개가 모두 한 교수의 지도를 받고 나온 논문인 까닭이다. 더군다나 바꿔 치기를 한 교수는 ”지도 교수가 승인해 줘서 바꿀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었다.
이 교수는 현재 모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