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국거래소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일요신문 DB
한국거래소 압수수색은 전날 삼성물산과 삼성SDS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밤 늦게부터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기에 앞서서 유가증권 상장요건을 완화해 당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던 삼성바이오의 상장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 상장 추진 전인 2015년 11월 5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해 현재 매출이나 이익은 미흡하지만 미래 기대가치가 큰 우량 기업에 상장 문호를 대폭 개방했다.
검찰은 상장 관련 자료를 확보해 상장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 지, 삼성바이오의 상장 추진이 분식회계의 직·간접적인 동기가 됐는지 등을 조사할 전망이다.
거래소 상장은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도모한 동기로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돼왔다. 앞서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더라면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금융감독원이 감리 과정에서 확보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토대로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 시 로직스는 자본잠식(자산<부채) 예상”, “자본잠식 시 기존 차입금 상환 및 신규차입, 상장 불가” 등의 표현이 있었던 것도 삼성바이오가 상장 성공을 위해 분식회계를 도모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힘을 실었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에피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해외 합작투자자와의 핵심 계약사항(콜옵션 약정)을 제때 공시하지 않은 점, 상장을 앞두고 2015년 회계처리 방식을 갑자기 바꿔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회계상 이익을 거두게 한 점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삼성바이오 및 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은 기업가치가 올랐을 때 회계상 부채로 책정해야 하는데, 이런 계약이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다가 상장을 앞두고 갑자기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는 게 고발 요지다.
삼성바이오는 내부보고서에서 2015년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부채를 1조 8000억 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삼성바이오 측은 2015년 에피스가 제품개발과 판로개척에 성과를 내면서 기업가치에 중대한 변동이 생겨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 맞게 회계처리 방식을 적법하게 바꿨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콜옵션 부채 인식으로 자본잠식에 빠질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계기준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3대 회계법인의 자문을 구해 해법을 모색했는데 당국이 사후적으로 잘못된 회계처리였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상장 기준 완화로 자본잠식에 처했더라도 삼성바이오의 경우 성장성이 높아 상장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1심 법원은 삼성바이오가 증선위의 1·2차 제재 결정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재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삼성바이오 측 신청을 인용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