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박성현. 연합뉴스
[일요신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년째 활약 중인 박성현의 전성시대는 올 시즌도 이어질 듯하다. 지난 3일 시즌 첫 우승컵을 안더니 8일 필리핀투어에서 다시 정상에 섰다. 5일 만에 트로피 2개를 들어 올린 것이다.
#가장 빠른 우승
박성현은 지난 2월, 동남아시아에서 시즌을 본격 시작했다. 첫 출전한 혼다 LPGA 타일랜드에 나서며 몸을 풀었던 그는 싱가포르로 넘어가 첫 우승을 차지했다.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대회 마지막 날인 4라운드에서만 버디 9개를 몰아치는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투어 일정에 공백이 있었지만 박성현은 쉬지 않았다. 우승자의 여유를 느낄 새도 없이 필리핀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필리핀 투어의 초청을 받아 참가한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서도 우승했다. 우승 상금(대회 총상금 10만 달러)을 필리핀 현지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는 소식은 덤이었다.
LPGA 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이래 가장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박성현이다. 지난 2017년 LPGA에서 첫 풀 시즌을 치른 그는 당시 7월 US 여자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첫 우승 시기를 5월로 당기더니 올 시즌은 더욱 빨라졌다.
LPGA 데뷔 3년차를 맞은 올해 자신의 두 번째 참가 대회부터 승전보를 올리면서 향후 활약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성현은 시즌 첫 우승 이후 필리핀 투어 초청을 받고 또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LPGT투어 홈페이지
박성현에게 LPGA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 2017년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최초로 비회원 자격으로 틈틈이 대회에 참가해 상금랭킹 20위를 마크,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남다른’ 데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2017년 US 오픈을 포함해 2승을 거뒀고 그해 신인상, 올해의 선수, 상금왕을 휩쓸었다.
하지만 2년차에 시련이 찾아 왔다. 2018 시즌 초반 다소 저조한 성적을 내던 그는 3월말 열린 기아 클래식에서 컷오프를 기록했다. 이는 LPGA 진출 이후 최초였고 국내에서도 흔치 않던 일이었다. 이전까지 그의 마지막 컷오프는 2015년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이었다.
이후 텍사스 클래식, KPMG 챔피언십 등에서 우승컵을 안았지만 기복은 이어졌다. 시즌 중 총 7번의 컷오프를 경험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10월 들어 후반기 5개 대회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시즌 최종 상금은 149만 8077달러(3위)로 2017년(233만 5883달러)에 비해 약 100만 달러가 적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우승 소식을 연이어 전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시즌 첫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약 4개월 만에 탈환했다. LPGA 투어 단 2개 대회 참가만으로 상금랭킹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자신의 우상 타이거 우즈를 만난 박성현. 사진=박성현 인스타그램 캡처
박성현의 초반 선전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기운(?)이 있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뒤따르기도 했다. 박성현은 지난 2월 초 후원사 광고촬영차 우즈를 만났다.
광고 모델 동료로서 단순한 만남 이상 이었다. 평소 우즈를 존경하는 골퍼로 꼽던 박성현에게 후원사는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다. 동반 촬영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박성현의 앞에 우즈를 갑자기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박성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우즈의 인사에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개인 소셜미디어에서도 “후원사에서 제 평생 꿈을 이뤄주셨다. 타이거와 함께 한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사하다”며 여운이 남는 듯 한 소감을 전했다.
우즈와의 인연은 광고 촬영에서 끝나지 않았다. 우즈는 박성현의 시즌 첫 승 이후 그가 우승과 함께 세계랭킹 1위 복귀를 축하하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는 만남 당시를 떠올리며 “너를 놀라게 해서 기뻤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박성현은 우상의 축하 인사에 “믿을 수 없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두 개의 트로피를 연거푸 끌어안은 박성현은 경기도 김포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달콤한 일주일이 천천히 지나가길 바랐지만 다시 필드로 나서야 한다. 18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 컵에 나선다. 시즌 5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골프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세계랭킹 1위 선수가 필리핀 투어?...그가 필리핀으로 향한 이유 박성현은 지난 3일 시즌 첫 우승을 달성한 이후 대회가 열렸던 싱가포르에서 곧장 필리핀으로 향했다. 필리핀투어(LPGT) 더 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월 박성현은 새로운 메인스폰서와 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가 종종 유럽투어(LET)에 나서는 경우는 존재하지만 필리핀투어는 생소한 곳이다. LPGT의 규모는 LPGA와 비교가 어렵다. 지난해 LPGT 상금랭킹 1위 선수가 1년간 벌어들인 상금은 33만 2500 페소로 한화로 약 716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이정은이 수령한 약 9억 5764만 원과 비교해도 미미한 수준이다. 박성현이 나선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 또한 총상금 10만 달러(한화 1억 1349만 원) 규모였다. 우승 상금은 2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성현이 이번 시즌 처음으로 나선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 21위를 기록해 받은 금액만으로도 이를 넘어선다. 그렇다면 박성현은 왜 이 같은 소규모 대회에 나섰을까. 이유는 스폰서와 관련이 있었다. 박성현은 지난 2017년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KEB하나은행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하나은행과 계약기간은 2년이었기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또 다른 스폰서와 계약했다. 블룸베리 리조트앤호텔이라는 기업이었다. 상세한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성현 매니지먼트사 세마스포츠마케팅은 “여자골프 역사상 최고 조건”이라고 홍보했다. 그는 향후 2년간 블룸베리의 산하 기업 솔레어 리조트앤카지노의 로고를 달게 됐다. LPGT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대회 박성현의 출전을 특별히 따로 공지했다. 사진=LPGT 홈페이지 캡처 필리핀에 적을 둔 회사와의 메인스폰서 계약이 아니었으면 세계 정상권 선수인 박성현이 이 같은 대회에 나서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LPGT 공식 홈페이지 내 대회 공지를 하는 페이지에서도 특별 참가자(special participation)로 ‘세계 최고 LPGA 골퍼 중 한명’이라며 박성현을 소개하고 있다. [상] |
주목받는 PGA 루키 임성재는 누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대한민국 출신으로 주목받는 신인이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PGA 투어 2부 웹닷컴 투어 상금왕을 수상한 임성재다. 1998년생으로 만 20세에 불과한 임성재는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등 한국인 PGA 투어 골퍼의 계보를 잇는 유망주로 부상하고 있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최종 공동 3위를 차지한 임성재. 연합뉴스 그는 지난 2015년 17세 고등학생 신분으로 KPGA 챌린지투어에 나서 12회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2016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프로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에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큐스쿨을 어렵지 않게 통과하며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에서 ‘골프 신동’으로 불리던 그는 지난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큐스쿨을 동시에 통과했다. 2017년 말엔 웹닷컴 투어 큐스쿨도 2위를 차지하며 뚫어냈다. 미국 진출 첫해 또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투어 개막전부터 우승을 차지하더니 ‘톱10’에도 7번이나 올랐다. 시즌 최종전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1년 내내 상금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자연스레 웹닷컴 투어 상금왕 또한 그의 차지였다. 한국인 최초의 웹닷컴 투어 상금왕이었다. 임성재는 2부투어 상금왕 자격으로 참가한 PGA 투어에서도 순항중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세이프티 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올라 숨을 고른 바 있는 그는 올해만 ‘톱10’ 2회를 기록하며 신인왕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임성재에게 잊을 수 없는 대회가 됐다. 그는 4라운드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하며 PGA 투어 개인 최고인 공동 3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참가자격이 없던 선수 중 대회 상위 3인에게 주어지는 브리티시 오픈 출전권까지 따내며 기쁨을 더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