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촬영 및 유포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고성준 기자
벌써 ‘정준영 동영상’이라는 키워드가 온라인에서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는 물론이고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서도 인기 검색어일 정도다. 한 매체에 따르면 한 해외 포르노사이트에 ‘burningsun club’, ‘korean burning’, ‘정준영’ 등 단어가 인기검색어(trending searches) 순위에서 1~3위를 모두 차지했다.
이에 발 맞춰 정체불명의 허위 정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몇몇 걸그룹 멤버와 배우 등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정준영 몰카에 등장한다며 리스트 형식으로 떠돌아다니는 것. 악성 루머에 불과하지만 워낙 화제성이 강한 이슈에 연루된 터라 언급된 여자 연예인의 소속사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들어간다는 공식 입장을 내야만 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벌써 여러 명의 여자 연예인이 이번 정준영 파문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말았다.
뿐만 아니다. 정체불명의 리스트가 다소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SNS를 중심으로 이상한 사진과 동영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정준영 동영상과 사진 일부가 유출된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고 여기 등장하는 여자가 아무개라는 얘기까지 곁들여 있다. 물론 이번에도 아무런 근거와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악성 루머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경찰도 한바탕 뒤집어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SNS에 정준영 동영상 유출본이 돈다는 얘기가 떠돌면서 합동 수사팀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행여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을 통해 관련 동영상이나 사진이 유출된다면 엄청난 파장이 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SNS에 떠도는 자료는 경찰 수사와 무관한 정체불명의 가짜 자료로 밝혀졌고 합동 수사팀은 관련 사안에 대해 보안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
이번 파문은 홍콩의 진관희 스캔들과 유사점이 많다. 지난 2008년 홍콩을 뒤흔든 진관희 스캔들 역시 사적인 음란 사진 및 동영상 유출에서 비롯됐다. 당시 진관희는 노트북 수리를 맡겼는데 컴퓨터 수리 기술자가 노트북에서 문제의 사진과 동영상 등을 발견한 뒤 이를 인터넷에 유출했다. 2차 피해도 엄청났다. 진관희의 사진과 동영상에 등장한 여러 명의 여자 연예인이 고스란히 피해자가 됐는데 특히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장백지에게 치명타가 됐다. 2012년 장백지는 사정봉과 이혼하게 되는데 그 결정적인 계기가 진관희 스캔들이라는 얘기까지 회자됐다.
진관희 스캔들의 2차 피해가 엄청났던 까닭은 사진과 동영상이 대중에 유포됐기 때문이다. 유포의 책임은 컴퓨터 수리 기술자에게 있는 만큼 진관희 역시 피해자일 수 있다. 반면 정준영 파문은 본인이 직접 유출을 했다는 점에서 진관희와 다르다. 그나마 정준영은 동료 연예인 등 지인들에게만 유출을 했을 뿐이라 대중에까지 공개되진 않았다. 또한 제보자가 그 내용을 유포하지 않고 공익신고했다는 부분이 진관희 스캔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 덕분에 심각한 범죄의 존재가 드러났지만 진관희 스캔들와 달리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상황을 놓고 보면 정준영 파문이 진관희 스캔들처럼 엄청난 2차 피해를 양산하는 상황까지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처벌을 받아야 할 남자 연예인들은 합당한 대가를 치르며 연예계를 떠나고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여성들이 보호받는 선에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며 현재까지는 그렇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연예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진관희 스캔들의 경우 문제가 된 자료가 노트북에만 존재했지만 정준영 파문은 단톡방 등을 통해 이를 공유한 여러 명의 휴대전화 등에도 관련 자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사가 진행되는 현재 시점에서의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미 누군가가 지인에게 또 이를 공유하며 유출했을 가능성까지 배제하기는 힘들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는 “흉흉한 소문이 거듭되는 가운데 몇몇 연예기획사에선 소속 여자 연예인이 연루됐다는 것을 파악하고 조용히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행여 이번 논란에 연루된 여자 연예인이 있을지라도 아무런 잘못도 없는 피해자인데 어쩌면 지금 상황은 정준영보다 더 불안에 떨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얘기했다. 그리곤 “뭔가 유출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지라도 언론에서 이를 기사화하지 않거나 보도를 하더라도 익명으로 처리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평소 친한 기자들을 만나면 이 얘기를 꼭 하곤 하며 연예부 기자들도 공감해주고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 데다 너무 급변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는 말을 덧붙였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