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올해 주총에 나타난 현대차와 삼성의 사외이사 선임안과 관련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사진=박은숙 기자
김 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주총에서 두 회사가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이사회 개방성을 끌어올리며 주주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결정을 했지만, 삼성그룹은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차그룹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표 대결은 주총에서 주주들의 선택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현대차는 자신의 시각보다는 사외이사 후보를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할지 고려해 제안했다는 점에서 과거 한국 기업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이 선정한 후보를 개별적으로 본다면 모두 충분한 자격을 갖춘 후보”라면서도 현대차그룹의 제안은 이사회 견제, 감시라는 사외이사의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하는 선택이라는 의미로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주총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변화는 한국 자본시장의 비가역적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평가했다.
현재 현대차·현대모비스와 엘리엇은 사외이사 선정에 이견을 보이며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윤치원·유진오·이상승 씨를 추천했지만, 엘리엇은 존 리우·마거릿 빌슨·로버트 랜들 매큐언을 추천했다. 현대모비스는 칼 토마스 노이먼·브라이언 존스을, 엘리엇은 로버트 앨런 크루즈·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등을 추천하며 충돌하는 양상이다.
김 위원장은 반면 삼성그룹이 사외이사 등과 관련해 시장과 한 소통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이들을 다시 사내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며 “법률적으로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 등 사정은 이해를 하지만 시장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가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한 김동중 경영자원혁신센터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분식회계 당시 경영지원실장이자 재무담당 책임자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를 4조 5000억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김태한 대표이사와 김동중 센터장의 해임을 권고했다. 삼성바이오는 법원에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내 받아들여진 상태다.
삼성바이오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인 정석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와 권순조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의 감사위원 재선임을 안건으로 올리기도 했다. 분식회계가 반영된 재무제표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아 회사의 기업가치와 평판을 훼손한 책임이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더해 삼성바이오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지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삼성은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안건에 대해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유보적 입장을 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