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을 수락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청와대는 17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6일 오전 반 전 총장을 만나 미세먼지 범사회적 기구 구성에 관해 대화를 나눴고,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이 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노 실장과 반 전 총장의 면담은 지난 8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제안한 ‘미세먼지 범사회적 기구’ 구성을 제안하며 반 전 총장을 위원장으로 추천한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함에 따라 이뤄졌다. 손 대표의 제안 8일 만에 공식 출범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진행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브루나이 순방 도중 김수현 정책실장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보고 받고 손 대표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노 실장은 16일 반 전 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고,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반 전 총장은 “기후 변화 등 국제 환경문제를 오랫동안 다뤄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에 도움이 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미세먼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지만, 단기간에 해결하긴 어려운 과제여서 본인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칠까 부담과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 문제는 정파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범국가기구는 제정당, 산업계, 시민사회 등까지 폭넓게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범국가기구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노 실장과 반 전 총장은 기구의 성격과 활동에 대해 개괄적인 의견을 나눴고, 구체적인 조직구성, 운영, 출범시기 등은 실무협의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대선레이스 중도포기 이후 반 전 총장의 첫 국내활동이어서 정계복귀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반 전 총장은 이미 정치의 뜻을 접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바른미래당의 제안에 적극 호응하고, 한때 대선 경쟁자였던 반 전 총장을 중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