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동력을 잃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연례협의를 통해 한국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정책을 올바르게 펴지 못할 경우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이 한국경제를 추락시키는 함정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는 1만 달러와 2만 달러 고지를 넘을 때 각각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어 넘어진 적이 있다. 196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고속성장 정책을 추진해 1994년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OECD가입을 목적으로 인위적인 원화 강세정책을 펴고 금융시장을 개방했다. 경제는 곧바로 대규모 경상수지적자를 기록하며 대외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급기야 1997년 경제가 외환위기의 파국에 휩싸였다. 1996년 1만 3077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1998년 7989달러로 떨어졌다. 천신만고의 구조조정 등의 노력 끝에 이듬해 1만 282달러를 기록해 간신히 1만 달러 대열에 복귀했다.
2006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할 때도 한국경제는 유사한 상황을 빚었다. 2006년 한국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795달러를 기록했으나 극심한 부동산시장 거품에 들떠 불안한 상태였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직격탄을 맞아 2009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8256달러로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산업혁신과 국제경쟁력 강화 보다는 토목건설사업과 부동산 경기부양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이후 10여년 동안 한국경제는 건전한 산업발전체제를 갖추지 못해 지난해 억지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는 지각성장을 했다. 최근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위기를 맞았다. 대외적으로 미중간 무역갈등이 장기화하고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 3개월 수출이 연속 감소해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1.7%. -5.9%, -11.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내적으로 실업과 가계부채의 증가로 내수가 빈사상태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인구구조변화,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붕괴 등 구조적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향후 경제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다시 무너진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주요정책으로 펴고 있다. 그러나 경제는 역주행이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산업이 생산성과 고용창출능력을 확보해 임금인상과 소비활성화를 수용할 수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한국경제는 조선, 해운, 철강, 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어 퇴조하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경제를 부실하게 만들고 국민세금을 낭비한다. 경제가 새로운 산업발전체제를 구축해 성장동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은 물거품으로 끝난다. 정부는 하루바삐 정책기조를 바꿔 산업구조개혁과 혁신성장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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