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대천~송당, 지방도 1112호선) 2.94km 구간을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가 다시 재개된다.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박해송 기자
제주도는 지난해 8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비자림로 2.9㎞ 구간을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나무 숲길 800m 중 동쪽 500m 구간에 있는 삼나무 915그루를 벌채했다.
제주 비자림로 도로구간의 대규모 벌채 사실이 알려지자 삼나무 숲길 환경 파괴 논란은 순식간에 전국적 이슈로 부상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는 연이어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게재된 바 있다.
이양문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지난 18일 제주도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해 8월 공사 중지 이후 7개월간 주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그룹 자문을 거쳐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설계 변경을 마무리했다”며 공사 재개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비자림로 확장계획은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강행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제주도의 주장대로 비자림로의 도로확장이 시급하다는 논리라면 비자림로 전 구간은 물론이고, 제주도내 대부분의 2차로는 당장 4차로 이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통량이 증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에 대한 정책대응은 도로확장 정책이 아니라 대중교통 활성화 등 교통량을 조절하기 위한 수요관리 정책이 우선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더욱이 이 구간은 경관보전지구 2등급지역이고, 제주국립공원 예정지인 곳이다. 제주도 스스로 제주의 가치를 높이겠다면서 추진한 제주국립공원 확대사업은 대통령 공약으로까지 정해진 상태”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제주의 가치 보전은 내팽개치고 토건사업에만 달려드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원희룡 지사는 도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삼나무의 꽃가루 피해 등을 거론하며 도로확장의 당위성을 언급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것은 논리 모순일 뿐만 아니라 도로확장 필요성의 본질을 심각히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공사의 필요성은 상당부분 근거가 없는 상황이고, 되려 도로확장에 따른 부작용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굳이 현재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면 도로확장보다는 현재 차선에서 도로 폭을 늘리는 정도로 교통흐름을 개선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진정 아름다운 경관도로를 조성하고 싶다면 무리하게 해당구간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오름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대책과 관리방안 그리고 경관보전을 위한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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