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청 등 제주지역 주민 이용시설인 공공시설이 석면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제주시청
[일요신문] 제주지역 대표적인 주민 이용시설인 읍면동사무소 등 공공시설 200여 곳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남아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석면은 주로 공기 중에 노출된 극소량의 석면섬유가 호흡기를 통해 폐포내에 침착되면서 수년에서 수십년이 지나서야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진폐증의 일종인 석면폐증과 폐암, 악성중피종 등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석면관리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석면오염정보가 공개된 공공시설물은 제주시 151곳, 서귀포시 87곳 등 총 238곳에 이른다.
특히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 시청 등 신축건물이 아닌 이상 대부분 석면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나 지역주민과 도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제주시의 경우 제주시청을 포함해 연동, 일도일동, 일도이동, 삼도일동, 삼도이동, 오라동, 도두동, 애월읍, 한림읍, 조천읍, 우도면, 추자면사무소에서 석면이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시 역시 서귀포시청을 포함해 서홍동, 영천동, 중앙동, 송산동, 효돈동, 중문동, 대정읍, 성산읍사무소에 석면이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시 삼도이동 주민센터의 경우 석면건축자재 사용면적이 무려 5만 4591㎡로 건물전체에 천장텍스, 벽면 빔라이트를 석면자재로 사용했다.
실제 이 면적은 나머지 주민센터와 제주시청, 서귀포시청의 석면건축자재가 사용된 면적의 합보다도 많은 규모다. 주민과 공무원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밖에 공공의료시설에도 석면자재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체육관시설, 도서관시설, 제주도교육청, 경찰서, 우체국은 물론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 제주보건소, 서귀포동부보건소 등이 석면위험에 노출됐다. 서귀포의료원의 경우 응급실과 응급진찰실, 수술실 등의 천장에 석면텍스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비교적 독성이 약한 백석면을 사용했지만 서귀포매일올레시장 공영주차장의 경우 독성 높은 석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엔 트레몰라이트라는 석면이 사용됐다. 트레몰라이트는 석면 입자가 곧고 날카로워 호흡시 폐에 깊이 박혀 발암의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지난 2003년부터 사용이 엄격하게 금지된 건축재료다.
해당 트레몰라이트는 분무재 형태로 화재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내벽면 난연재로 석면과 시멘트를 섞어 공영주차장 벽과 천장에 사용됐다. 문제는 철거를 비롯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런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석면이 분말화해 주차장 내외부에 날리기 시작하고 이에 대한 상가민원이 많아지자 서귀포시는 부랴부랴 2017년에 들어서야 안정화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후 지난해 10월에 와서야 관련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역시 예산 확보가 안 된 상태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 당국은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된 관리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연계해 공공기관 석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시민들과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모니터링단도 꾸려 감시체계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전문가들은 “공공시설 대부분에서 석면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은 만큼 위해성 등급에 따른 주기적인 재조사와 정확한 정보제공, 석면위험에 대한 교육 실시, 손상이 심한 경우 해당구역 폐쇄 및 즉각적인 해체·제거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석면의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공공시설 내 석면철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작 제주도는 지역주민과 도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석면에 오염돼 있는데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제주도는 석면철거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관리방안을 포함한 대책을 즉시 수립하고 이 문제를 담당할 컨드롤타워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올해 추경에는 반드시 석면철거 예산을 마련하고 당장 실시할 수 있는 단위부터 단계적으로 석면철거에 돌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