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정쟁 최전방에 섰다. 자유한국당을 향해 거친 말을 쏟아내고 정부여당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영상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9일 공개된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그의 알릴레오 출연은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조 수석이 그간 다른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태호 일자리 수석비서관, 문정인 통일외교담당 특보 등 정부와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줄이어 출연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알릴레오에 유독 공을 들이고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청와대는 SNS 방송인 ‘1130 청와대입니다’를, 민주당은 ‘씀’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흥행 효과는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유튜브 정치를 먼저 시작한 보수진영을 따라잡기 위해, 유 이사장과 같은 ‘스타급’ 인사가 정부·여당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는 (알릴레오 시작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 현 문재인 정부와 아주 가까운 사람으로 사실상 친여정책 도우미를 자처한 것”이라며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나 한국당의 가짜뉴스 생산 및 확산을 방어하겠다는 목적이다. 누구를 위해서겠느냐.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를 두고 야권에서도 반발이 제기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서가 유튜브에 나와 국회 공수처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국회의원을 놀리는 듯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 할 일인가”라며 “비서는 정치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조용히 비밀리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라고 꼬집었다.
유 이사장은 최근 이슈가 된 ‘선거법 개정안’ 등을 두고도 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12일 공개된 알릴레오 방송에서는 ‘의원정수 300석을 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지’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여기에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나 원내대표는) 헌법 정신이나 내용에 대한 무시 또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고 유 이사장은 “(나 원내대표는) 사법시험 공부할 때 헌법 공부는 안 했는가”라고 비꼬았다.
다음 날 한국당은 바로 반박에 나섰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의원정수 300명 이하가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주장을 펼친 학자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어 유 이사장이 과거 “60대가 되면 뇌가 썩는다”는 발언을 한 것을 인용하며 “유 이사장은 자신의 뇌를 정밀 검사해볼 것을 정중히 권고한다”고 했다.
16일 공개된 방송에서도 “한국당의 반대 때문에 국회가 마비되고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것 같다”며 “국민들이 국회를 탄핵해야 한다. 국회라기보단 한국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 법안 처리가 더딘 원인이 한국당에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유 이사장이 (정쟁의) 최전방으로 나온 느낌이다. (청와대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일반 시민이 볼 땐 그렇게 보일 것”이라면서도 “‘장사가 되니 하겠다’는 걸로 보인다. 자연스러운 속성 아니겠나.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지만,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지 않나. 처음엔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가짜뉴스 등)을 방어하겠다고 했지만, 범위가 넓어지는 모양”이라고 했다.
또 논란이 된 것은 ‘노무현재단’이라는 이름이다. ‘알릴레오’는 쉽게 말해 ‘코너명’이고, 이 영상이 게시되는 채널 이름은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고 그를 기리는 재단에서 청와대 정책 홍보를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유 이사장이 ‘노무현’의 이름을 빌려 친여권 선전 방송을 하는 게 적절할까.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국민 전체’가 좋아하도록 확장하지는 못할망정 반대로 ‘특정 세력’으로 좁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유튜브를 통한 정치인들의 실시간 모금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기서도 논란이 일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치인’으로 분류돼 실시간 모금이 불가능하지만, 유 이사장은 실시간 모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여당 최전방에서 홍보에 나서고 야당과 대립각도 세우지만, 유 이사장 본인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하는 등 불출마 의사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정치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이다.
선관위의 이 같은 해석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유 이사장이 현재로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지금과 같은 행보를 미뤄봤을 때, 이후 ‘출마’로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채 교수는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자금법은 정치인과 선거를 기계적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이 아무리 알릴레오를 통해 정치인에 버금가는 행보를 할지라도 선거 출마 의사가 없다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우려하는 분위기는 여권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이사장이) 출마를 안 한다고 했는데, 출마 가능성을 가지고 선관위에서 제재하더라”라며 “가능성 판단은 선관위가 할텐데, (김창보 선관위원 후보자가) 임명되면 잘 검토해서 원칙을 하나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사후에도 출마할 수 없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보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현재는 출마하지 않으리라고 선관위가 판단했지만, 이후 방어장치가 없기 때문에 선관위가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