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필리핀사무소 관계자가 필리핀에서 보관 중인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 5100 톤을 조사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이날 되돌아온 한국산 쓰레기는 지난해 7월(약 1200t)과 10월(약 5100t) 수출 물량 중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서 보관해오던 것들이다.
한국산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난해 7월 필리핀 관세청이 ‘합성 플라스틱 플레이크’로 신고된 수입품 컨테이너에서 각종 폐기물과 플리스틱 등이 뒤섞인 쓰레기 더미를 발견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신고돼 필리핀으로 수출됐는데, 같은해 11월 필리핀 세관에서 컨테이너를 검사하던 중 내용물이 각종 유해 물질과 플라스틱이 뒤섞인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발견되자 필리핀 환경단체들로 이뤄진 ‘에코웨이스트‘는 한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필리핀 현지에서 문제가 커지면서 한국과 필리핀 양국 정부는 쓰레기를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필리핀 세관에서 압류 중인 1400톤이 먼저 한국으로 들어오게 됐다.
지난 12일 MBC PD수첩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협약까지 위반해가며 재활용이 불가능한 생활쓰레기 6300톤을 필리핀에 수출했고, 이중 반송된 1200톤이 제주에서 생산된 압축쓰레기로 밝혀졌다.
제주지역은 2010년 들어 관광객과 유입인구가 증가하면서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불어났다. 결국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북부 광역환경관리센터 쓰레기 매립장은 포화상황을 맞았고 소각장의 처리 용량도 한계를 넘어섰다.
북부광역소각장에는 매일 213톤의 쓰레기가 반입되지만 이 중 3분의1인 70여톤은 용량 과다로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주시는 북부광역소각장에서 1일 처리할 수 있는 한계용량이 초과되자 넘쳐나는 쓰레기를 고형연료로 만드는 방법을 계획했다.
제주시는 2015년 8월 고형폐기물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홍보하며 제주시 회천동 북부광역쓰레기 소각장에 38억원을 들여 고형폐기물연료(SRF·Solid Refuse Fuel) 생산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후 만들어진 고형연료는 수분함량이 많아 폐기물연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문제의 ‘고형연료’는 환경부 기준인 수분함량 25% 미만을 충족하지 못했다. 보조연료로 활용하는 압축쓰레기는 세척·건조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제주시에서 발생한 압축쓰레기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 읍·면지역에선 수분을 잔뜩 머금은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가 혼합 배출되는 상태였고 고형연료 생산을 위해선 건조 과정이 필수였지만 공정에 이 과정은 빠져 있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강성의 의원은 지난 15일 제주도 환경보전국과 제주시 청정환경국을 상대로 한 특별업무보고에서 “고형연료 생산시설을 만든다고 38억원을 투자해 놓고, 정작 가장 중요한 건조과정이 빠졌다”며 “제대로 된 고형연료 시설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건조공정이 빠지면 고형연료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제주도와 제주시는 마치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한다고 도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압축 쓰레기 필리핀 불법수출 파문...제주시 “물의 일으켜 죄송” 제주도 “관계자 책임 묻겠다”
필리핀으로 수출된 후 반송된 한국산 쓰레기가 제주에서 반출된 것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 윤선홍 제주시 청정환경국장은 지난 14일 오전 10시 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는 “2015년부터 생활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형폐기물연료(SRF·Solid Refuse Fuel) 생산시설을 가동했지만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쓰레기가 섞이면서 수분 함량이 높아 고형폐기물연료로 가공하지 못하고, 폐기물 종합처리업체인 한불에너지관리에 위탁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이어 “한불에너지관리가 또 다른 폐기물처리업체인 네오그린바이오에 압축포장 폐기물을 위탁했다”며 “이 과정에서 2017년 1월13일쯤 압축포장 폐기물 2712t을 필리핀 세부로 보내졌고 그해 3월15일 반송돼 평택항에 보관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네오그린바이오는 평택항에서 처리 요청이 들어오자 일부만 창원에 있는 소각시설에서 처리하고, 2018년 7월에 나머지 압축포장 폐기물 1782t과 다른 업체에 발생한 폐기물 5100여t을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재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제주시가 2017년 1월 계약해 도외로 반출한 압축포장 폐기물 9262t도 처리되지 못한 상태로 현재 군산항에 보관돼 있다.
윤 국장은 “2018년도 압축포장폐기물은 한불에너지관리 측에 위탁처리하지 않고 제주시 환경시설관리소에서 직접 입찰공고를 통해 업체를 선정해 국내에서 시멘트 소성로 연료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국장은 또 “앞으로 압축포장 폐기물을 도외로 반출해 처리할 때는 배출부터 운반과, 처리과정까지 철저히 확인해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군산항 물류창고에 보관 중인 압축포장 폐기물은 한불에너지관리가 네오그린바이오에 사업비를 지불한 상황으로, 불이행 때는 계약 당사자 간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9일 압축쓰레기 불법수출 파문에 대해 “불편한 진실에 대한 외면이 ‘보고의 문제’로 이어졌다”며 “사건의 근본 원인부터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재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지난 18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고희범 제주시장과 함께 제주도 압축 포장 쓰레기 해외 불법수출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체 조사 결과, 2016년 12월 계약된 1782톤의 압축포장폐기물이 필리핀 민다나오에, 2017년 계약된 9262톤 중 8637톤은 군산항 물류창고에, 그리고 625톤은 광양항 부두에 처리되지 않고 보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제주도의 압축포장 폐기물 해외반출에 대해 도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압축 쓰레기에 대한 반출 과정에서 관리감독의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원 지사는 이어 ”이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제주 도민 여러분께 사과를 드린다.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 또한 통감한다“면서 ”업무처리 과정에 법 위반 여부 또한 자체 조사와 감사위 감사를 통해 규명하고, 관계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정보공개를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압축쓰레기 생산량은 2015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8만9270t으로 이 중 4만2639t이 중간처리업체에 의해 처리되고 나머지 4만6631t은 회천매립장에 적치됐다
4만2639t을 처리한 중간처리업체 수는 17곳이지만 최종 처리방법을 알 수 있는 곳은 1곳에 불과하다. 이 업체가 처리한 압축쓰레기는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2만2619t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나머지 16개 업체가 처리한 2만t은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을 통해 이번에 문제가 된 (주)네오그린바이오의 1만1975t의 행방이 필리핀과 군산항에 있다는 사실만 확인됐고 나머지 15개 업체가 제주의 압축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5일 ”나머지 15개 업체가 제주의 압축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 ”제2의 필리핀 불법 쓰레기 반출 사태가 또 있을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