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중앙시장은 고려시대부터 수백 년간 민중의 삶과 함께해 온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설 명절을 맞아 백군기 용인시장이 용인중앙시장에서 장을 보는 모습. 사진=용인시
[일요신문] 수도권 전철 에버라인선 운동장·송담대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와 약 8분을 걸으면 고려시대부터 수백 년간 터를 잡아 온 ‘김량장(金良場)’을 만난다. 용인문화원과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연구센터가 공동간행한 용인사회문화 구술총서 2 ‘시장과 시장 사람들-용인의 전통시장’에 따르면, 김량장이라는 이름은 “금령역(金嶺驛)”이라는 옛 지명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또 일설에는 고려시대 ‘김량’이라는 인물이 처음 터를 잡고 장사를 시작하며 형성되었다고도 한다. 이처럼 오랜 시간 속에서 민초들의 삶을 간직한 김량장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이름이 구전 되어 왔다.
1960년대 전후 힘든 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김량장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의 생계의 터전이 된다. 이후 경제개발과 함께 도시가 팽창하며 김량장은 도시의 중심부에서 서민경제의 상징이 된다. 그리고 그 이름도 ‘용인중앙시장’으로 바뀌며 어엿한 용인의 최대 상설시장으로 자리매김한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137-1번지 일원에 조성된 용인중앙시장은 대지면적 3만 8092m², 매장면적 7만 4826m²에 520여 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매월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이면 금학천 둔치를 따라 오일장이 서 옛 정취가 그리운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김장량 순대골목’ 사람 내음으로 더 맛있는 백암순대
용인의 먹을거리로는 뭐니 뭐니 해도 백암순대가 일번으로 꼽힌다. 매월 1일, 6일, 11일, 16일, 21일, 26일에 서는 ‘백암장(백암오일장)’의 일미이기도 한 백암순대를 상설시장인 ‘용인중앙시장’ 순대골목에서도 맛볼 수 있다.
용인 백암지역에서 사육된 돼지의 창자를 비롯한 부속물에 각종 채소를 듬뿍 넣어 그 맛이 담백하기로 일품인 백암순대와 백암순대로 끓여 용인 특산품 백옥쌀로 지은 쌀밥을 말아낸 백암순대국밥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서민에게 인기다. 특히, ‘김량장 순대골목’은 서울 신림동 순대타운과 쌍벽을 이루는 순대맛집투어로 미식가들의 성지로 꼽힌다. 용인중앙시장에서는 천하일미(天下一米) ‘백옥쌀’로 쪄낸 떡과 지글지글 끓는 기름에 부쳐낸 각종 전은 찾는 이들의 코끝을 자극한다.
용인시는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 소상공인의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인 ‘와이페이(Y-pay)’를 올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용인시
#“금강산도 식후경, 먹었으니 즐겨보자”
맛있는 순대와 전, 그리고 떡으로 든든히 한 끼를 채웠다면 이제 제대로 김량장과 용인을 즐겨 볼 시간이다. 오일장이 설 때면 펼쳐지는 시끌벅적한 풍경 사이로 고달픈 일상에 잊고 있던 넉넉함과 정(情)이 뭉클함을 더한다. 좀 더 특별한 시간을 원한다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국내 최고의 놀이공원인 에버랜드나, 단골 사극 촬영지로서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한국민속촌도 추천할 만하다. 북적대는 인파가 부담스럽다면 그저 금학천을 따라 산책해 보는 것도 좋다.
특히, 10월이면 ‘Human 김량장’ 축제가 열린다. 지난해부터 용인중앙시장 내 중앙로 및 광장 일원에서 열리기 시작한 축제에서는 각설이 품바 공연을 비롯해 청소년 동아리 콘테스트, 먹거리 및 각종 홍보 부스 등이 마련돼 알찬 한때를 선사한다.
#“와이페이(Y-pay)로 활기찬 용인중앙시장”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특히 전통시장 상인들의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용인시는 지역화폐인 ‘와이페이(Y-pay)’를 올해 상반기 안에 출시한다. 백군기 시장 취임 이후 용인시는 지역경제 살리기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실이 최근 용인으로 입지가 결정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다. 향후 10년간 총 120조 원이 투자되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의 100년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반도체 클러스터로 용인백년대계의 큰 그림을 그린 백군기 시장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 서민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그 첫걸음이 용인 지역 화폐 ‘와이페이(Y-pay)’다.
경기지역화폐 플랫폼을 이용해 본인의 은행 계좌와 연계한 충전식 카드형 지역 화폐인 와이페이는 은행 체크카드 이하의 저렴한 수수료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줄였다. 소비자들에게는 출시 후 한 달간, 명절 전후 등에 전개되는 이벤트 기간 10%, 상시 6%의 선할인 판매를 통해 매력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1인당 매월 50만 원, 연간 600만 원 한도로 구매가 가능하다. 와이페이는 매출 1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점포나 유흥업소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다만, 용인중앙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과 병·의원은 매출 제한업종에서 제외된다.
용인시 지역화폐 ‘와이페이(Y-pay)’는 은행 체크카드 이하의 저렴한 수수료로 전통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용인시
#“으라차차! 힘내라. 전통시장”
와이페이 외에도 용인시는 소상공인들의 경영활동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해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소상공인 특례보증 및 이차보전’과 ‘소상공인 디자인 컨설팅 지원사업’을 꼽을 수 있다. ‘소상공인 특례보증 및 이차보전’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특례보증출연 10억 원과 이차보전 3억 원 등 총 13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용인시에 사업장을 두고 2개월 이상 사업을 영위한 자 가운데 신용등급이 3등급 이하인 이들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보증한도는 개별 소상공인별 5000만 원 이내이며, 대출조건은 지역 내 6개 협약은행 시중금리로 5년 이내이며, 이차보증은 경기신용보증재단의 보증으로 대출금에 대해 이자의 3%를 1년간 지원하게 된다.
‘소상공인 디자인 컨설팅 지원사업’은 총 사업비 2억 959만 7000원을 들여 지역 소상공인에게 전단지, 포스터, 브로슈어, 카탈로그 등의 홍보물 디자인과 기업 및 제품 로고의 CI 및 BI, 그리고 홈페이지, 쇼핑몰, 모바일 페이지 등의 제작을 지원한다. 용인시 출연기관인 디지털산업진흥원이 전담인력 4명을 두고 지원한다. 이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디자인 제작 지원으로 마케팅, 경영역량 취약 등 소상공인이 안고 있는 문제점 해소, 경쟁력 강화 및 안전 정착 유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만을 위한 지원 정책으로는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 사업비 3억 1500만 원을 국비 50%와 시비 50%로 마련해 지역 내 만 39세 이하의 예비청년상인 20명을 선발해 1인당 최대 1575만 원 이내에서 용인중앙시장과 죽전로데오상점가에 임차료, 인테리어, 교육비 등을 지원한다. 올해 말까지 총사업비 5억 원을 국비 60%와 시비 40%로 마련해 용인중앙시장의 노후된 화강암 판석철거 및 컬러 아스콘 포장, 가로등 재설치, 기타시설 보수 등 ‘도로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한다.
용인중앙시장은 용인의 역사와 시민들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용인의 보물창고이다. 사진은 올해 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용인시를 방문해 백군기 용인시장과 함께 용인중앙시장을 찾은 모습. 사진=용인시
시장은 서민의 삶의 현장이다. 물자와 사람이 모였다 흩어지는 이곳은 지역의 역사이고 민심이 모아지는 화수분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해지고 교류되는 시장은 그 자체로 생동함의 증거이다. 수백 년 전통의 ‘김량장’ 역시 용인 시민들에게 그런 공간이다. 여기에 용인의 역사와 용인 시민의 희로애락이 서려 있다. ‘용인중앙시장’으로 이름이 바뀐 지금도 이곳은 용인의 보물창고다.
손시권 기자 liyo22@li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