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정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빅뱅의 전 멤버 승리. 사진=고성준 기자
이들이 단순히 K팝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승리 게이트’를 조명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거론되는 범죄에 각 국가 유명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는 승리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고 지목된 유명한 여배우의 남편이 있고, 태국은 클럽 버닝썬에서 ‘물뽕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은 유명 CEO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일본 유명 여배우 남편이다. 승리로부터 ‘현지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은 일본 건설회사 K 사의 대표다. 그는 여배우 미즈키 아리사의 남편이자 건설업체 KRH의 대표 아오야마 코지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15일의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버닝썬 게이트’가 ‘승리 게이트’로 비화하기 직전인 지난달 말,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하나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제보자는 “일본 건설업체 K 사의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승리가 버닝썬에서 접대했고,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국 여성을 일본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K사의 대표로 아오야마가 지목됐다는 것이다.
건설업체 KRH의 2대 사장 아오야마 코지와 배우 미즈키 아리사 부부는 2015년부터 승리와 친분을 다져왔다. 사진=아오야마 코지 인스타그램
개인적인 친분이 사업으로 연결된 것은 2017년부터의 일이다. 평소 일본 라멘의 팬을 자칭하고 다니던 승리가 이 시기 일본 라멘 전문점인 ‘아오리라멘’ 사업을 개시했다.
아오리라멘의 표면적인 대표는 승리로 돼 있었지만 투자를 담당한 아오야마 역시 경영에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박한별의 남편으로 알려진 유인석 대표와 함께 운영한 투자회사 ‘유리홀딩스’가 그랬듯이 ‘아오리라멘’ 역시 그들의 이름 일부를 떼서 만들었다. 아오야마의 ‘아오’와 승리의 ‘리’가 합쳐진 셈이다.
아오리라멘의 청담 본점과 한 달의 기간을 두고 일본 롯폰기점이 문을 연 것도 그런 이유였다. 롯폰기점은 아오야마와 승리의 공동경영으로 운영되다 1년 8개월 만인 2018년 9월 문을 닫았다.
공동 경영이 생각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았지만, 아오야마는 여전히 승리의 가장 큰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2대에 걸쳐 KRH의 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일본 내에서 ‘페라리 왕자’라고 불릴 정도로 부를 과시해 왔다.
KRH 역시 연 매출 150억 엔(한화 1531억 원 상당)을 자랑하는 유명 회사다. 사장 취임 후 사업을 위해 유명 인사와의 친분을 늘려가던 그와 승리의 목적이 맞아 떨어지면서 동업으로까지 나아가게 됐다는 것이 일본 내에서의 이야기다. 더욱이 KRH는 유인석 대표와 승리가 공동으로 설립한 투자회사이면서 페이퍼컴퍼니란 의혹이 불거진 BC홀딩스에 거액을 투자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의심이 갈 만한 정황은 있지만, 실제로 성접대가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승리는 이 의혹에 대해 “K사 대표(아오야마)는 친구일 뿐 그런 일은 없었다”라며 부인했다. 일본 내에서도 ‘핫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아오야마나 미즈키 아리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버닝썬 물뽕 성폭행 태국 VIP’로 지목된 차바노스가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지인에게 “약물과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내가 그런 미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 않나”라며 심경을 밝혔다. 사진=차바노스 공식 인스타그램
아오야마 외에 해외에서 ‘승리 게이트’로 떠오른 또 다른 인물은 태국의 유명 푸드 컨설턴트 차바노스 라타쿨(Chavanos Rattakul)이다. 그는 승리가 운영하던 클럽 버닝썬 내에서 발생한 ‘물뽕 성폭행’의 피의자로 지목됐다.
태국의 유명 요식업체 ‘오리진 푸드’의 CEO로 알려진 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수의 동남아시아 언론에 의해 “클럽 버닝썬 ‘물뽕(GHB) 성폭행 VIP’ 논란의 주인공”으로 실명과 얼굴이 공개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15일 클럽 버닝썬을 방문해 YG 자회사 대표 김 아무개 씨와 함께한 자리에서 한국인 여성 A 씨를 만났다. 그리고 같은 날 A 씨에게 물뽕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탄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A 씨가 깨어나자 폭행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실명 뉴스가 보도되기 전인 지난 16일, 라타쿨은 자신의 SNS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승리와 버닝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나는 그런 미친 짓(성범죄)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 조사에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국내 언론과 피해 주장 여성을) 고소하고 싶지만 그럴 경우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전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백을 밝히기 위해 한국을 재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