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비상장 회사다. MBK는 상장 대신 홈플러스 매장, 즉 부동산을 따로 떼서 ‘홈플러스 리츠’로 상장하고자 했다. 상장으로 마련된 1조 7000억 원으로 약 2조 원에 달하는 금융권 차입금 상당 부분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모주의 80%를 배정받을 수 있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외면했다. 온라인쇼핑이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할인매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손익은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임대수익이 나오리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할인점 외에는 활용이 어려운 구조물의 특성도 감안됐다.
홈플러스 리츠 상장 실패 등 최근 MBK파트너스의 투자 결과가 좋지 않은 모습이 잇달아 나오자 김병주 회장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칼라일코리아 대표 시절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연합뉴스
홈플러스의 연간 이자비용은 2000억 원이 넘는다. 연간 영업이익보다 많은 액수다. 게다가 내년에는 2조 원의 인수금융 만기가 돌아온다. 채권기관이 상환 또는 이자 인상 요구를 할 수 있다. 최근 매출 정체로 수익성은 해마다 악화되는 상황이다.
그래도 홈플러스는 아직 내년까지 시간이라도 있다. 딜라이브는 당장 올 7월 1조 3000억 원의 인수금융이 만기다. 딜라이브는 MBK가 10년 전 씨앤엠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회사다. 2016년 인수금융을 못 갚아 현재 MBK 보유 지분은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됐다. KT가 최근 딜라이브 인수 의지를 피력했지만, 추정하는 매각가치는 8000억 원 안팎이다. 채권단으로서는 지분을 팔아도 5000억 원가량 손해를 보는 셈이다. MBK 측은 딜라이브 경영권이 채권단에 넘어갔다고 주장하지만, 채권단은 지분 매각에 대한 의사결정권만 가졌다고 주장한다. 딜라이브 최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의 윤종하 대표는 MBK 경영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딜라이브의 기업가치가 인수금융 규모를 크게 하회한다는 것은 결국 MBK가 10년간 경영하는 동안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뜻 아니냐”며 “MBK가 기관들로부터 돈은 잘 모을지는 몰라도, 경영실력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나마 MBK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오렌지라이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개선시키기보다 장부상 가치를 잘 포장해 돈을 번 사례다. 오렌지라이프는 인수 직후인 2015년부터 보유채권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회계기준을 바꾼다. 보험회계에서 만기보유증권은 채권가격상승(금리하락)에 따르는 평가손익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지 않는다. 매도가능증권은 가격변동을 당해 손익에 합산한다. 채권금리 하락기에 회계기준을 변경함으로써 막대한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장부상에서만 엄청난 손익이 오락가락한 셈이다. MBK는 이를 바탕으로 고배당 정책을 펼쳤고 이에 따라 자본이 축소(이익잉여금 감소)됐으며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상장에 성공하면서 대부분 투자금을 회수한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장만 따로 떼 ‘홈플러스 리츠’로 상장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매장 부동산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준선 기자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회수(Exit)로, 배당 및 3자 매각, 상장 등이 그 방법인데, MBK는 최근 출구전략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모습을 보인다”며 “자신들이 충분히 차익을 남기고 팔아도 인수자가 추가로 수익을 기대할 정도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김병주 MBK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칼라일 소속으로 한미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금융자본이 아니던 칼라일은 JP모건을 ‘얼굴마담’으로 끌어들여 금융당국으로부터 한미은행 최대주주 자격을 획득한다. 지금도 당시 당국의 승인에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이 존재한다.
김 회장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다. 외환위기 직후 박 명예회장은 국내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인물이다. 박 명예회장 자신도 칼라일그룹의 고문이었다.
김병주 회장은 2005년 칼라일에서 독립해 MBK를 설립한 이후인 2006년 한미은행 계열인 한미캐피탈을 625억 원에 매입하고, 2007년 우리은행에 2711억 원에 매각한다. 1년 새 값이 4배 넘게 뛴 셈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거물이 된 이헌재 부총리의 측근인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이끌던 때다. 당시 거래로 김 회장은 단숨에 거액을 벌고, 국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