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영천 휴먼스타월드 사업 부지. 사진=법원경매 사이트 굿옥션
‘일요신문’ 취재결과 사채업자들은 개발자금 투자 명목으로 접근해 시행사에 4억 3800만 원을 빌려 주고 ‘공동담보 근저당권’을 설정해 투자자들이 빼도 박도 못하는 수법으로 23억 원을 배당받는 기상천외한 사기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지가 경매로 날아가면서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100여 명, 피해금액은 110억 원에 달한다. 앞으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날수록 피해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대구지방경찰청이 일선 경찰서로부터 올해 2월초 사건을 넘겨받아 현재 마무리 수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피고소인 조사를 마무리하는대로 곧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간 투자자들과 사채업자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영천경마장이 들어서는 인근 땅 5만 평에 지난 2012년 30여 투자자들로 구성된 T 건축이 관광휴양시설(가칭 영천 휴먼스타월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공사비와 인·허가 등 각종 경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던 투자자들은 경상북도의 최종 허가를 받기 위해 투자자들을 더 모아 자금을 융통하려 했다. 하지만 여기에 이권을 챙기려는 사채업자들까지 개입하면서 분란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사채업자들은 당초 공동투자 명목으로 70억 원을 투자하고 이미 들어간 비용 35억 원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나머지 사업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관광휴양시설 지분을 50 대 50으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자금이 급했던 T 건축에게 사채업자들 중 먼저 접근한 사람은 A 씨였다. 그는 T건축에게 4억 3800만 원을 빌려 줬다. 동시에 A 씨는 친분관계인 사채업자 B 씨에게도 5억 원을 빌려 주는 것처럼 허위 차용증을 작성토록 해 총 10억 원 규모의 차용증을 만들었다.
B 씨는 T 건축을 속여 1억 원 미만의 임야 3분의 1지분을 6억 2000만 원에 산 것처럼 기장해 보유하고 있다가 T 건축 부지와 한데 묶어서 A 씨와 13억 원 규모의 ‘공동담보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공동담보 근저당권을 설정한 A 씨는 대구에서 상품권 사업을 운영하는 C 씨(B의 제부)에게 금전대차없이 6억 5000만 원 짜리 허위 차용증을 작성해 13억 원 규모의 공동담보 근저당권 중 6억 5000만 원 규모의 허위 ‘근저당권부질권’을 설정해 줬다. 근저당부질권이란 등기부등본에 설정된 선순위 근저당권을 담보로 다른 금융기관에서 다시 대출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T 건축은 사채 4억 3800만 원을 빌리고 사채업자들이 짜놓은 프레임에 넘어가 결국 사업지 땅에 근저당권 13억 원, 근저당권부질권 6억 5000만 원, 사채커미션 가처분 3억 6000만 원 등 총 23억 1000만 원을 등기했다. C 씨가 가경매를 넣고 A 씨는 불법사채커미션 3억 6000만 원에 대해 민사소송으로 압박하자 자금줄이 차단되면서 공사도 중단돼 도산상태에 빠졌다.
C 씨가 넣은 경매로 사업지가 날아갈 처지에 몰린 T 건축은 어떻게 든 사업을 추진해야 했다. 이에 T 건축은 C 씨의 요구대로 사업지에 등기된 23 억 1000만 원을 말소하고 소송 취하와 경매 취소 조건으로 23억 원을 채무로 인정한다고 합의했고, 근저당권 23억 원을 설정해 줬다.
C 씨는 B 씨에게 23억 원 근저당권을 채권 양도하고 3개월 후 경매를 넣어 B 씨가 23억 원을 배당받게 했다. 이후 사채업자들이 배당금을 배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이 경찰에 제출한 증거자료들에 따르면 사채업자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시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B 씨의 남편이자 C 씨의 형인 D 씨는 다른 사채업자에게 “법이라는 것이 왼손으로 T 건축을 쓰고 오른손으로 30억 원을 적으면, 그것을 밝히는데 1년이 더 걸린다. 그렇게 되면 사업은 망한다”며 ”요즘은 누군가가 사기를 쳐서 그것을 밝히려면 2, 3년이 걸린다. 그렇게 되면 T 건축은 돈이 없기 때문에 망한다”고 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사건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사채업자들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