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를 운영하는 쏘카 자회사 VCNC에 따르면 타다 이용 회원은 지난해 10월 서비스 출시 첫 달 7만 명에서 이달 43만 명으로 6배 넘게 늘어났다. 타다가 호출지 근처 기사에게 강제로 콜이 배당, 택시의 문제로 꼽혀 온 ‘승차거부’를 막은 게 호재가 됐다. 같은 기간 VCNC는 타다 서비스 운용 차량인 승합차를 300대에서 600대로 2배 증차했다. 그러나 이용 회원 18만 명을 기록한 지난 1월 도입한 차량 600대에서 43만 명으로 늘어난 현재까지 차량을 늘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다는 11~15인승 승합차에 대해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조항을 파고들어 사업하고 있다. 사진은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에 쓰이는 기아차 카니발. 사진=타다
업계에선 이재웅 쏘카 대표가 택시업계 눈치를 보느라 증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타다는 이재웅 대표가 지난해 4월 경영 복귀와 동시에 치열해지고 있는 이동 서비스 플랫폼 경쟁 우위를 위해 내놓은 서비스다. 이에 택시업계와 등진 채 갈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타다에게 택시는 향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개시 등 이동성 확장 단계에서 필요한 고객 정보와 차량 및 기술 데이터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서울개인택시조합 등 택시업계는 이재웅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등을 돌린 상태다.
택시업계는 타다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의 허점을 이용, 렌터카로 불법 택시영업을 하는 중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타다는 이동을 원하는 회원이 타다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렌터카 차량을 배차해 운송하는 유사 택시 사업을 하고 있다. 다만 합법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에서 정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의 경우 이용자가 렌터카 회사 및 기사와 계약을 맺고 돈을 지불하는 경우는 허용한다’는 조항을 파고든 것이다. 타다는 쏘카에서 11인승 승합차를 빌리고 용역업체로부터 기사를 고용하는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택시업계의 반발이 법령 해석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앞서 불거진 택시업계 카풀 갈등 핵심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에서 정한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였다. 해당 조항은 자가용 카풀의 길을 열었지만, 동시에 법조문에 출·퇴근 시간이 규정돼 있지 않아 택시업계는 사실상 온종일 영업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의 택시기사가 분신을 시도했다. 결국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지난 3월 7일 카풀업체 반발에도 출·퇴근 시간 각각 2시간씩 제한하는 안으로 합의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 2월 21일 타다 프리미엄 출시 미디어 간담회에 나와 사업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쏘카
상황이 이렇게 되자 타다는 택시업계와 협업을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진행, 택시업계 사로잡기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타다는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위한 차량 증차를 사실상 멈추고 오는 4월 중 택시업계와 손잡고 준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타다 프리미엄은 타다가 그동안 승합차를 통해 제공해 온 서비스와 동일하지만, 쏘카에서 빌려온 렌터카와 용역계약 기사가 아닌 사전에 선정한 택시가 호출되는 서비스다. 타다의 승합차 호출 서비스 성장을 이끈 강제 배당을 통한 승차거부 배제 방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재웅 대표가 타다를 통해 얻으려 한 사업 효과는 반감할 전망이다. 이재웅 대표는 지난해 4월 쏘카 사령탑에 오른 후 적자에 빠진 쏘카를 타다를 통해 성장케 하는 복안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가 쏘카의 렌터카 차량을 빌려 서비스할 시 타다의 성장이 차량을 대여해준 쏘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쏘카는 2017년 매출액 1210억 원, 순손실 232억 원을 기록했다. 타다 성장은 모회사 쏘카 이익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타다 운용 차량을 연내 2000대로 늘리는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쏘카는 지난 1월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 등 4곳에서 받은 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승합차 증차가 아닌 타다 프리미엄 안착에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타다는 타다 프리미엄에 참여를 정한 법인택시와 개인택시에 최대 1000만 원의 차량 교체비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쏘카가 IMM프라이빗에쿼티에서 투자받은 600억 원 상당이 타다 출범 및 승합차 구매에 쓰인 것과 대조된다. 타다 관계자는 “승합차 호출 서비스는 처음부터 서비스 플랫폼 확장을 위한 마중물 성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다음 창업자, 다음 인수한 카카오와 경쟁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도입을 밝히면서 불거진 택시업계 반발이 카카오와 택시업계 협력으로 일단락하면서 카카오와 타다 간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타다 출범을 이끈 이재웅 쏘카 대표를 중심으로 카카오 출신 인력이 모이면서 타타의 ‘친정 넘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5년 포털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 대표는 다음을 인수한 카카오와 맞붙게 됐다. 지난 20일 국내 최대 택시운송가맹사업자 타고솔루션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 블루’를 출시했다. 카카오T 앱으로 웨이고 블루 택시 호출 시 주변에 빈 차량이 있으면 5초 이내에 자동 배차되는 방식이다. 이는 타다가 오는 4월 출시 예정인 타다 프리미엄과 거의 동일한 서비스다. 사납금제 없는 완전월급제 역시 유사한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동 서비스 플랫폼은 결국 얼마나 많은 고객을 유치해 운송으로 연결하느냐 싸움이므로 카카오와 타다의 경쟁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는 앱을 통해 목적지를 입력하고 적절한 이동수단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풀 갈등부터 예견된 경쟁”이라고 했다. 당장의 경쟁 우위는 카카오가 지녔다. 택시는 물론 대리운전, 주차장 등 국내 이동 서비스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앱 ‘카카오T’가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의 월간 활성유저(MAU)는 지난해 12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타다는 이보다 적은 43만 명 규모다. 택시업계와 협력 역시 카카오모빌리티가 앞서 나가고 있는 상태다. 이재웅 대표는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와 호출 서비스 타다를 양대 축으로 ‘종합 이동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카카오 출신 전문가가 이 대표 곁으로 옮겨온 것도 타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쏘카 경영진은 원종필 기술본부장과 조용운 재무본부장 등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카카오 출신 인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배동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