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적벽대전’ 홍보 스틸 컷
사건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엔 일종의 브로커이며 연예인과 유력 인사의 만남을 주선했던 ‘다이준이’라는 인물이 개입된다. ‘버지니아 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녀는 이후 린즈링에 대한 루머가 돌 때마다 언급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시작은 이렇다. 다이준이는 대만과 홍콩의 엔터테이너들을 모아 라스베이거스 쇼를 위해 태평양을 건넌다. 여기엔 ‘증지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배우 정즈웨이와 첸시아오춘(진소춘) 같은 중견 배우들도 함께 했다.
그러나 다이준이에겐 숨은 의도가 있었다. 린즈링에게 예정에 없던 일정을 요구했고, 그것은 베일에 싸인 VIP와의 저녁 식사였다. 사실 그녀는 갱 조직 관련자와 공연 계약을 했고, 나중에 알려졌지만 그 VIP는 중국의 어느 부호였다. 다이준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 린즈링을 압박했고, 두려움을 느낀 린즈링은 곤경을 벗어나야 했다. 이때 그녀가 연락한 사람이 바로 치우리콴이었다. 가수 왕페이(왕비)의 매니저였으며 영화 프로듀서인 치우리콴은 ‘빅 시스터’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중화권 연예계에서 대모 역할을 하는 인물이었다.
치우리콴은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암흑계에도 꽤 인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녀는 지인을 통해 대만의 유명한 조직인 ‘죽련방’의 실력자에게 연락을 했다. 마침 그는 신년을 맞이해 가족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 지역을 여행 중이었는데, 조직의 힘을 통해 20명의 무장 인원을 린즈링이 있는 호텔로 보냈다. 린즈링은 그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고, 다이준이는 무릎 꿇고 사과하며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각서를 써야 했다. 린즈링을 만나기로 했던 VIP는 다이준이가 린즈링을 감금하며 압박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사과했다. 이후 린즈링은 죽련방의 보호 아래 무사히 공연을 마쳤고, 당시 라스베이거스로 간 연예인들은 린즈링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지만 함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건 10년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였는데, 린즈링의 소속사에선 “우린 ‘다이’라는 성을 쓰는 사람조차 알지 못하며,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은 더 더욱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7년 대만의 어느 방송사 로비에서 일어났던 일은, 소속사의 주장을 의심하게 할 만한 사건이었다. 우연히 치우리콴과 마주친 린즈링은 그녀를 껴안고 흐느끼며 자신의 은인이라고 얘기했던 것. 그땐 그런 행동의 이유가 불명확했지만, 돌이켜 보면 라스베이거스의 ‘그 일’과 관련 있었던 셈이다.
이때부터였다. 대만 및 중화권에 여배우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린즈링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2010년 대만의 모델이자 배우인 샤오이팅(소의정)이 마약 및 매춘 혐의로 구속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은 인터넷과 타블로이드 신문을 통해 점점 큰 소문으로 불어났는데, 이때 여성 스타들과 VIP 사이의 비밀스러운 커넥션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역시 ‘린즈링’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그다지 새롭진 않았다. 장쯔이나 판빙빙이나 자오웨이 같은 스타들이 ‘윗선’들과 종종 테이블을 함께 한다는 얘기는 공공연히 돌았기 때문이다. 그 중엔 린즈링도 있었고, 술자리에선 화통한 스타일이라는 식의 디테일한 얘기까지 돌게 되었다.
이 와중에 중견 여배우 저우하이메이(주해미)의 폭로가 이어졌다. 홍콩의 한 영화사 간부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었다. 그 요구는 다름 아닌, 영화 출연을 조건으로 한 성상납이었던 것. 그녀는 이러한 악질적인 관행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이 겪은 일을 공론화했다. 그러나 이런 의도와 상관없이 선정적인 기사들이 줄을 이었고, 그 내용은 성매매 문제로 변질되었다. 그러면서 다시 린즈링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그 내용은 더욱 잔인해져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되었다. 린즈링이 가장 고액이며 한 번에 100만 위안(약 1억 7000만 원)까지 받는다는 것이 그 내용. ‘꽃보다 남자’(2003)로 스타덤에 오른 쉬시위안(서희원)이나 ‘중국 4대 미녀’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류이페이(유역비) 등의 이름도 있었다.
린즈링에 대한 소문은 끝이 없었다. 1년 뒤인 2011년엔 금액이 200만 위안 이상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이에 소속사에선 그 어떤 공식 코멘트로 내놓지 않았다. 이때 대만에서 잇단 폭로가 있었다. 천스쉬안(진사선)이 44만 위안을 받고 그런 자리에 나갔다는 기사가 나왔다. 샤오창(소청)은 인터뷰를 통해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 배우들도 오래전부터 성상납을 해왔다고 말했다. 공권력도 움직였다. 매춘 조직의 보스를 검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몇몇 배우들도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던 것. 실명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역시 린즈링의 이름이 언급됐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루머로 고통을 겪는 린즈링. 하지만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2015년에 또 하나의 큰 사건이 일어난다. (다음 호에 계속)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