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개막전 선발 후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류현진.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3월 22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경기가 끝난 후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류현진의 개막전 등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처음으로 “첫 번째(개막전) 혹은 두 번째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동안 개막전 선발 투수가 누구인지를 묻는 숱한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던 그가 류현진의 밀워키 원정 등판 경기 후 류현진이 개막전 아니면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 나올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일까.
류현진은 이날 밀워키 전에 선발 등판해서 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애리조나에서 치른 시범경기 성적을 보면 5차례 등판해 15이닝을 소화했고, 14피안타 6실점(5자책)했다. 피홈런은 밀워키전에서 지난해까지 배터리를 이룬 야스마니 그랜달한테 내준 2점 홈런이 유일했다. 류현진이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건 볼넷이 한 개도 없다는 사실. 밀워키전을 마치고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 내용에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모든 구종의 감각과 볼 배합이 좋았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잘 나왔고 날카로웠으며 생산적인 경기였다”는 내용이었다.
‘일요신문’에서는 다저스 전담 취재 기자들과 로버츠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의 개막전 선발 가능성을 미리 살펴봤다.
LA 다저스 선발진의 현재와 미래. 워커 뷸러와 클레이튼 커쇼. 사진=일요신문
LA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하기 전 매일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한다. 캠프 초반에는 가장 많이 언급된 질문 내용이 클레이튼 커쇼의 몸 상태였다. 커쇼가 어깨 염증으로 불펜피칭이 진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로버츠 감독은 커쇼의 개막전 등판 가능성을 부풀렸다. 기자들이 집요하게 그 가능성의 확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물어봐도 감독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커쇼의 개막전 등판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는 눈이 많은 스프링캠프에서 몸 상태가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 커쇼의 개막전 등판을 놓고 거짓말을 이어가기란 어려운 법. 결국 20일 로버츠 감독은 “커쇼가 시즌을 IL(부상자명단)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저스의 ‘뉴 에이스’로 떠오르는 워커 뷸러도 시즌 준비가 늦어지고 있어 개막전 선발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커쇼와 뷸러가 개막전 선발 등판에서 멀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후 기자들의 궁금증은 “그럼 누구?”였다. 커쇼, 뷸러가 개막전에 나서지 않는다면 현재 다저스 선발 투수들 중 과연 누가 그 자리에 오를지 관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MLB.com은 “가장 유력한 후보가 류현진과 힐”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기자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먼저 마에다 겐타의 전담 기자로 활약 중인 미카코 기자(산케이 스포츠)의 생각을 들어봤다.
“누가 개막전 선발이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리치 힐이 개막전 마운드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로서는 우리 (마에다)겐타가 되면 좋겠지만 말이다. 류현진도, 겐타도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좌우를 번갈아 가며 던지는 로테이션으로 볼 때 리치 힐이나 류현진을 먼저 내세우고 그 다음 겐타가 나설 것 같다. 다저스에는 좋은 선발 투수가 정말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워커 뷸러가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다면 어떤 순서로 나서게 될지를. 미카코 기자는 “뷸러의 투구를 보고 몸 상태를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커쇼와 뷸러가 빠진다면 좀 더 앞 순서로 류현진이 나설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류현진과 함께 LA 다저스 개막전 선발 후보라는 평가를 듣는 베테랑 투수 리치 힐. 사진=일요신문
MLB.com의 켄 거닉 기자도 리치 힐과 류현진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지금까지 로버츠 감독이 말하는 걸로 봐서는 리치 힐과 류현진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 류현진이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온 후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번 스프링캠프 때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개막전에 나설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켄 거닉 기자는 뷸러가 합류할 경우 뷸러보다 류현진이 앞 순서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저스 전담 리포터인 스포츠넷(SportsNet) LA의 앨라나 리조는 커쇼의 개막전 선발이 불발된 걸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다저스는 오랫동안 커쇼가 개막전 선발을 맡았다. 커쇼-뷸러-힐-마에다-류현진의 순서가 가장 이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이라고 본다. 그러나 커쇼는 개막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게 됐다. 9년 연속 개막전 선발을 놓친 걸 두고 선수도 굉장히 아쉬워하더라. 지금으로서는 리치 힐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도 잘 하고 있지만 무게추가 힐에게 좀 더 쏠려 있다고 본다. 커쇼와 뷸러를 제외하면 마에다 겐타, 리치 힐, 류현진에게 모두 기회가 있다. 결국 3명의 선발 투수들에게 33.3%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앨라나 리조는 다저스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리포터이다. 구단 관계자, 감독, 코치들은 물론 선수들과도 수시로 접촉하며 인터뷰하는 터라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커쇼와 뷸러가 없는 상황에서 3명의 투수에게 고른 경쟁의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커쇼와 뷸러가 돌아온다면 류현진은 5선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개막전 선발로 나설 수 있을까. 사진=일요신문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의 빌 플런켓 기자는 리치 힐보다 류현진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이번 스프링캠프 동안 훌리오 유리아스를 제외한(불펜투수) 투수들 중 최고의 모습을 보인 선수가 류현진이라는 것. 그래서 리치 힐도 잘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럼에도 그는 “류현진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류현진이 리치 힐보다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의 성적을 보면 힐보다 류현진이 개막전 선발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 162경기 중 106경기를 선발들이 소화했다. 선발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주며 던지게 했다. 투수들의 부상도 있었고, 딱히 정해진 로테이션도 없는 게 다저스 선발 운영이다. 만약 커쇼와 뷸러가 돌아왔을 때 류현진이 어느 자리에서 던질지 궁금하지 않나? 나는 3선발이 될 것 같다. 그만큼 류현진의 몸 상태가 좋아 보인다. 문제는 지난해 류현진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15경기에 나섰다. 만약 그가 올 시즌 풀타임으로 뛰면서 지난해 15게임에서 보인 모습처럼 환상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풀타임을 소화했을 때도 건강하고 자신감 있게 마운드 운영을 해나간다면 그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 나갔을 때 몸값이 급등할 것이 분명하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일요신문
다음은 로버츠 감독과의 인터뷰. 그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제대로 답을 하지 않는 편이다. 기자들이 어떤 부분을 궁금해하는지 잘 알면서도 요리조리 피해가기 일쑤다. 그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커쇼가 부상자명단에 올랐다는 건 개막전 명단에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커쇼가 명단에 있다는 건 선발 투수를 의미한다. 그러나 커쇼는 개막전 선발로 나가지 않는다. 개막전 선발 투수는 5, 6이닝 정도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차례 개막전 선발 투수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지만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팀에 좋은 투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선발 로테이션 관련해서는 코칭스태프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커쇼와 뷸러는 없지만 마운드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들의 빈자리를 훌륭히 이끌어 나갈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묻겠다. 류현진은 어느 순서로 뛰게 되나. 개막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가.
“(환한 미소를 띠며) 분명한 것은 류현진은 1~5선발 안에서 던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개막전 선발로 뛸 가능성도 있다(웃음).”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베테랑의 의지’ 헌터 펜스, 애덤 존스… 그리고 이용규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2019시즌을 맞을 헌터 펜스. 사진=일요신문 텍사스 레인저스의 헌터 펜스는 지난해까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 선수였다. 빅리그 12시즌 통산 160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0 224홈런 877타점 OPS 0.792를 기록한 그는 세 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고, 류현진의 천적 중 한 명(류현진 상대 타율 0.382)으로 꼽힌 스타플레이어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내달리더니 2018시즌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97경기 출전에 그쳤고, 성적도 타율 0.226 4홈런 24타점 OPS 0.590에 머물렀다. ‘자이언츠의 심장’으로 불리던 펜스는 36세의 나이에 소속팀과 재계약을 이루지 못하고 팀을 떠나야만 했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펜스는 은퇴 대신 새로운 도전을 택한다. 겨울동안 도미니카공화국의 윈터리그에 참가하며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선 것. 결국 그는 자신의 고향 팀인 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에 합의하고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로 레인저스 캠프에 합류했는데 시범경기 동안 타율 0.356 3홈런 2루타 5개 등 OPS(출루율+장타율) 1.000 이상을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마이너리그 신분이었던 펜스는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으로부터 감동적인 소식을 전해 듣는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지 않고 빅리그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애덤 존스. 사진=일요신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애덤 존스(33)는 빅리그 13시즌 동안 1686경기에 출전, 통산 타율 0.278 266홈런 878타점을 기록한 베테랑 외야수다. 200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 2008년 볼티모어로 이적 후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는 올스타 5회, 골드글러브 4회, 실버슬러거 1회에 선정됐다. 그러나 30대를 넘어서면서 수비와 타석에서 저조한 성적으로 나타냈다. 2018시즌 타율 0.281 15홈런 63타점 OPS 0.732를 기록하는 바람에 FA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 애덤 존스는 스프링캠프가 중반을 넘어선 시점에 애리조나와 1년 3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그는 매일 휴대폰의 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면서 FA 미계약자로 보낸 시간을 회상했다. 애덤 존스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겸손’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일 줄 상상조차 못했다(웃음). 자만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몇 개의 구단이라도 내게 연락해줄 거란 기대와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애리조나와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후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오늘도 야구 할 기회가 생겼구나’ ‘다른 선수들한테 꿈인 메이저리그가 나한테는 현실이라 감사하다’고 말이다. 올해 좋은 성적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온 기회가 헛되지 않게 말이다. 애리조나의 새로운 선수로서 내가 가진 모든 열정을 팀을 위해 쓸 계획이다.” 올시즌을 끝으로 영원히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야구를 하는 우리 모두에겐 시간이 한정돼 있다. 평생 야구 선수로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아직도 야구를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해 하고, 겸손한 마음을 잃지 말라고. 그건 오랫동안 야구 안에서 살고 싶어 하는 선수들한테 특히 중요한 덕목이다.” FA 계약을 맺은 한화 이글스의 이용규는 최근 구단에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방출을 해달라고도 말했다. 시즌 개막을 앞둔 상태에서 이용규의 폭탄 발언이 세상에 알려졌고, 이용규를 좌익수 겸 9번 타자로 활용하려던 한화 한용덕 감독의 구상도 어그러졌다. 한화는 즉시 이용규를 3군으로 보냈지만, 이용규가 왜 구단에 트레이드와 방출을 요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용규와 관련된 기사들을 볼 때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헌터 펜스, 애덤 존스의 사례가 떠오른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하고도 야구를 계속하고 싶어 한 헌터 펜스와 2년, 3년도 아닌 1년 300만 달러에 기꺼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은 애덤 존스. 그들한테 야구는 존중할 가치, 나이를 먹어도 도전할 가치가 있는 존재였다. 이들에 비하면 이용규의 선택과 행동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