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메일링 서비스가 유행하긴 했다. 다만 스팸 메일로 가득찬 메일함으로 보내는 메일이 미디어로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하면서 저절로 쇠락했다. 그러다 지메일 등 자체적으로 스팸을 잘 걸러주는 메일 서비스들의 발전과 메일링을 대행해주는 서비스 업체의 발전이 맞물리며 다시 메일링 업체 바람이 일고 있다.
박진영 ‘어피티’ 대표를 20일 사무실 ‘공공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어피티’는 ‘사회 초년생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뉴스레터 서비스다. 론칭 초기지만 현재 구독자가 1만 명에 다가가고 있다. 어피티는 메일뿐만 아니라 유튜브, 페이스북(페북) 페이지 등에서도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막 사회에 발을 내딛었지만 재테크, 소비 패턴, 절세 등은 두렵기 만한 사람들이 많다. 돈 관리를 모르는 채로 몇 년 지나면 일은 열심히 했지만 모아놓은 돈은 없는 경우가 많다. 어피티는 돈 관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폭 넓은 재테크, 금융 지식을 메일을 통해 알려준다. 3월 20일 박진영 어피티 대표를 대학로 사무실 ‘공공그라운드’에서 만났다. 박진영 대표는 ‘미스핏츠’, ‘청춘씨:발아’, ‘필리즘’, ‘알트’, ‘포브’ 등을 창업하거나 대표를 역임해 뉴미디어 계의 ‘피터 틸’로 불린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피티’를 소개한다면.
“사회 초년생 직장인을 타깃으로 경제미디어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뉴스레터, 영상 콘텐츠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제라고 하면 넓다. 그 중에서 우리는 사회 초년생의 기초 금융 지식과 돈 관리, 재테크 실천 쪽으로 집중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경제나 재테크는 어렵고 동기부여가 안 되고 복잡하다. 우린 어려운 건 쉽게 해주고 찾아 봐야 할 것은 대신 알려줘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물론 글이나 영상 등 콘텐츠만으로 단번에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왜 이 문제로 다시 창업을 했나.
“타깃층의 지식과 이해 수준이 특정 분야에서 다른 분야와 괴리되는 상황을 주목한다. 예전 ‘청춘씨:발아’ 때는 정치 쪽이었고 이번에는 돈 문제다. 예를 들면 사회 초년생은 소비 측면에서는 ‘어떻게 쓸지’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저축하고 관리하는 문제를 만나면 굉장히 위축된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최소한의 돈관리를 못하면서도 차를 산다거나, 집을 계약하는 등 큰돈 쓸 일이 시작되는 불균형 시기다. 아무리 금융감독원이나 은행이나 학교에서 알려주려고 해도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의 근원이나 감정을 100%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국문과, 디자인과 출신의 ‘금융맹’인 사람들이 그 문제를 발견하고 공감하고 솔루션을 찾을 때 오히려 더 정확한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
―핵심 타깃이 어떻게 되나.
“핵심 타깃은 연봉 3000만~4000만 원 정도의 25세부터 34세까지 여성 직장인이다. 기업 다니는 직장 여성이 핵심 타깃이고 전체 타깃은 25~34세 여성이었다. 그러다 전체 타깃을 3년차 이하 남녀로 수정했다. 서비스는 여성 타깃을 중심으로 만들지만 결국에는 사회 초년생이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 같다.”
―여성을 핵심 타깃으로 한 이유가 있다면.
“어머니가 계속 ‘여자는 경제력’, ‘누리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그 얘기처럼 생활 미디어에서 바이럴을 내고 사람을 모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처음에는 뷰티였다. 그 다음에는 공간이었다. 돈을 실패 없이 쓸 수 있게 하는 공간. 만들면서 재밌었지만 회의감이 들었다. 이게 없어도 될 것 같았다. 제일 중요한 건 여성들은 우리보다 더 잘 안다. 특히 이 사람들은 완벽하게 돈을 실패 없이 쓸 수 있게 만드는 걸 바라지 않는 면도 있었다. 일종의 탐험에 대한 즐거움도 있었다. 어떤 매체 사이드 프로젝트면 괜찮겠지만 없어도 괜찮은 서비스면 아닌 거 같다는 마음에 리서치를 해봤다.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뭐하는지 다 물어봤다. 하루 일과, 취미, 휴대전화 앱은 뭘 깔았는지, 요즘 걱정거리를 다 물어봤다. 다 잘 대답했는데 돈 얘기 물어보니까 자신감이 없어서 실제로 몸이 위축되는 반응이었다. ‘돈 관리 해야 되는데’, ‘너무 많이 써서 아무래도 걱정 돼’ 이런 얘기가 나왔다. 돈을 투자한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운영 흐름을 익숙하게 느끼면 그때부터 괜찮아지는데 집에서 돈 얘기를 못 배운 사람들이 많았다. 연봉이 5000만 원인데도 돈 관리에 대해서 아예 몰랐다. 기존 콘텐츠를 보니까 경제는 책이나 미디어가 남성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파란색을 쓰고 ‘양복 입은 미생에 나오는 남자’ 같은 느낌. 남자는 친구들하고 주식 얘기도 많이 하는데 여자는 그런 경우가 없기도 했다.”
―기존 정치, 사회를 중심으로 다루던 뉴미디어를 운영하다 경제로 방향전환을 한 계기가 있다면.
“생활 미디어로 들어온 이유는 정치 사회 콘텐츠를 나름 바이럴(퍼트렸다고) 해도 제 옆에 있는 친구가 그 영상을 끝까지 본 적이 별로 없다. 만든 매체와 페이지들이 대학생에게만 전달된다. 두 번째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었다. 바로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쪽으로 가고 키운 뒤에 나중에 아젠다를 뿌리는 식으로 정치, 사회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박진영 어피티 대표(우)와 함께 일하고 있는 강지인 어피티 공동창업자(좌)의 모습.
“화요일, 금요일에 뉴스레터가 발송되고 영상 콘텐츠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올리고 있다. 단순히 개념이 아니라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따라갈 수 있는 실천을 돕는 가이드 북도 만들고 있다. 이걸 베이스 코스,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 여름까지 가이드북을 완성시키고 싶다. 이 가이드북이 완성되면 앞으로는 ‘기본적인 돈 관리’는 메일에서 다루는 양을 줄일 예정이다.“
―뉴스레터 중심으로 창업을 어떻게 생각했나.
“더 스킴 모델을 본 게 맞다. 나는 예전부터 영미권 미디어가 한국보다 2~3년보다 빠르게 론칭되고 그 흐름이 반드시 한국에도 온다고 맹신하고 있다. 솔직히 지난해까지만해도 뉴스레터에 완전히 회의적이었다. 2018년 초 ‘내가 뉴스레터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 머리 속에서는 전부 스팸함으로 가는 이미지가 떠올렸을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POV를 만들면서 느낀 게 페북에 바이럴 영상 포맷으로 만들어도 안 터졌다. 왜냐면 내 타깃들이 페북에 없기 때문에. 직장 생활 안 해봤기 때문에 몰랐지만 진짜 한 명 한 명에게 정확하게 찾아가서 꽂히는 건 메일함이었다. 메일함은 아침마다 한 번은 연다. 과거 뉴스레터와 문법, 말투, 디자인에서 차별화한 내용을 가져다주면 괜찮을 수 있겠다 싶었다. 꽤 생각보다 초반 반응이 좋았고 중간중간 성장이 더딜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확 크기도 했다.”
―뉴스레터 보내는 서비스 툴은 뭔가.
“‘메일침프’, ‘스티비’ 두 개가 있는데 말하자면 메일침프가 워드프레스처럼 전 세계에서 쓰는 거고 스티비는 한국에 ‘윅스’처럼 훨씬 더 편하게 만들었는데 플러그인을 달려고 하면 조금 떨어질 수 있다. 사실 쓰는 기능이 비슷해서 차이는 안나는데 우린 메일침프를 쓰고 있다.”
―과거에는 대량으로 메일을 보내면 돈도 꽤 들었던 것 같은데.
“관리비가 3만~5만 원 들기는 한다. 생각보다 싸다. 그래서 학부생들이 뉴스레터 서비스하면 잘할 것 같다. 직장인과 달리 대학생들은 전공 지식을 짜증나지만 들어야만 하는 사람이다. 만약 누군가에겐 ‘알쓸신잡’일 수도 있는 전공 과목을 정리해서 보내고 ‘저한테 3900원만 주세요 그러면 일주일에 2~3번 드릴게요’ 하면 신청할 사람이 많을 수 있지 않을까.”
―구독자가 몇 명 정도 되나.
“7000명을 넘었다. 3만 명 정도 되면 뉴스레터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타깃으로 잡는 핵심 집단이 여성 직장인인데 저희 타깃 나이인 25세부터 34세까지로 보면 300만 명 정도 나온다. 10%인 30만을 유튜브 독자로 갖고 다시 그 10%를 뉴스레터 독자로 갖고 싶다. 내가 느끼기엔 그 정도가 되어야 한다.”
―현재 반응은 어떤 것 같나.
“다행히 뉴스레터는 입소문 모델이다. 진짜 선순환을 낳더라. 주말간 독자가 확 늘어난다. 독자들에게 재테크 고민을 보내달라고 하면 답장도 많이 온다. 예를 들면 연봉 다 공개하고 고민을 알려주시면 답장을 하고 좋은 사례 있으면 요청을 드리고 레터에도 싣는다. ‘김생민의 영수증’도 다 까발리고 솔루션도 주니까 보는 재미가 있었고 우리도 그렇게 구성하려고 한다.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우리가 컨택하지 않아도 소스가 들어오고 그걸 구성해서 보내면 더 많이 보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재테크에 관해 대체로 보수적인 방향을 지향한다. 혹자는 ‘이렇게 해서는 돈 못 모은다’, ‘젊은 나이일수록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지 않나.
“돈 문제는 초반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많은 제안을 한다. 하지만 최종적인 순간에는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은행이나 다른 금융회사도 돈에 관한 달콤한 얘기들,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그래서 내가 망하면 그땐 누가 책임지나. 손해 보지 않을 정도 지식을 주고 싶다. 손해 봤을 때 우리를 떠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때 어피티를 알았다면.’ 이미 큰 손해를 본 사람을 구제해 주는 기관이 될 순 없지만 돈에 관한 기초 체력을 만들어 주고 싶다.”
―재테크를 얘기하다보면 경제 전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지 않나.
“금리나 거시경제 지표는 재테크와 굉장히 큰 연관이 있다. 특히 주택 마련을 전세로 할 것인가 대출을 끼어서 집을 구매할 것인가 그걸 결정하는 시기다. 이 선택을 할 때 최소한의 읽을 눈은 필요하다. 일단 나부터 이런 걸 보는 눈이 생겨야 한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뉴스레터와 달리 좀 더 직설적인 것 같다.
“영상에서는 확실하게 한 가지를 보여주게 된다. 오히려 글에서는 그게 잘 안 된다. 자꾸 다 얘기하려고 한다. 영상에서는 카드 추천할 때 ‘이런 카드 있습니다’, ‘저런 카드도 있습니다’라고 분석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거 쓰세요’ 또는 ‘이거 하지 마세요’라고 한다. 물론 뒤에는 설명이 있겠지만 더 직설적으로 얘기를 한다. 우리는 미디어 하는 사람으로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직접 체험하는 콘텐츠에 관심이 있나.
“나는 사람들이 겪는 막연한 두려움과 짜증을 누가 그냥 속 시원하게 알려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세자금 대출도 말만 들으면 짜증나지만 사실 필요한 문서와 단계가 있다. 우리가 몇 번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한 번만 뚫어주면 체크리스트 만들어서 ‘여러분 이렇게 준비하세요’라고 하면 그 길대로만 오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하면서 ‘짜증난다’고 하지만 이후에 남겨 주는 게 없기 때문에 뒤에 오는 사람도 또 짜증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피티’는 뉴스레터와 유튜브 영상, 페이스북으로도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다.
―수익 모델은 뭔가.
“2가지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이드북이 될 수 있다. 콘텐츠를 제공하다 제품과 교육 사업을 발견한 경우다. 제품은 가이드북이고 교육은 세미나와 영상 커리큘럼, 강의가 될 것 같다. 영상으로 금융을 배우는 강의 제안이 들어왔다. 금융권도 비대면식이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직접 따라할 수 있다. 꼭 해보고 싶은 건 영업 없는 재무상담이다. 지금 저희 또래 사람들을 위한 상담인데 방향이 중요하다. 위험을 계속 얘기하면서 만기 20년짜리 보험을 납부해야 한다는 소리는 진짜하고 싶지 않다. 타깃이 최소한의 이해를 갖고 내게 맞는 상품이 뭔지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 다른 분야에서 이미 다 하고 있다. ‘가구 박람회’ 가서 상담도 받고 ‘웨딩페어’ 가서 내 취향에 맞게 선택을 한다. 그런 상품이 돼야 한다.”
―제안도 많이 오나.
“많이 온다. 시작할 때부터 많이 왔다. 나는 다행히 예전 미디어를 봤던 팬들이 나이를 먹고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마케팅 팀에 가서 다시 제안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어니스트 펀드, 한화투자증권, 현대카드 등과 협업을 했다. 직설적으로 진짜 괜찮은 곳만 하고 있다. 어니스트 펀드는 업계에서 3위권 안이었고 한화투자증권은 ‘스텝스’라는 서비스의 UI/UX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기준이 통과되는 곳들만 앞으로도 광고 받고 싶다.”
―목표가 있다면.
“부끄러울 정도로 원대한데, 1차적으로는 뉴미디어 판에서 생활이 달라지고 좋게 바뀌는 역할을 하는 미디어가 돼서 공채를 계속 뽑을 수 있을 정도로 돈 잘 버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뉴미디어에서도 돈을 충분히 버는 기업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후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대표처럼 내가 창업으로 성공한 뒤 새로운 걸 하려는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거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10년, 20년 뒤에도 20대 미디어를 지향하겠다’고 했다. 그 마음이 달라졌다. 내 나이대 사람들과 같이 늙어가고 싶다. 30대가 되면 결혼 이야기, 출산 이야기도 하고 수십 년 뒤에는 실버타운 이야기까지 하고 싶다. 가끔 실시간 검색어에 엉뚱한 단어가 오를 때가 있다. 어려운 단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들이 고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다리를 놓아주고 맥락을 연결시켜 주고 싶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