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지방선거 투표소 모습. 최준필 기자
미국 재무부는 3월 21일 콩고 선거관리위원장 등에 대해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인들과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들은 대선 등에 사용하기 위해 터치스크린 전자투표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금액을 부풀려 약 1억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으로 개인 횡령, 뇌물 제공, 여당 후보 선거운동 지원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6년에 실시됐어야 할 선거를 고의적으로 연기해 작년 12월 30일 실시하는 등 민주적 절차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콩고가 전자투표기 가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우리나라 업체가 관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콩고에 전자투표기를 수출한 업체는 미루시스템즈다. 미루시스템즈는 우리나라 선관위에도 투표지분류기를 공급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콩고는 전자투표기를 약 1억 5000만 달러에 수입해 이 중 약 1억 달러를 빼돌렸다. 미루시스템즈는 지난 2017년 콩고 선관위와 약 1억 6000만 달러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도됐다.
양측이 주장하는 전자투표기 도입 가격이 비슷하다. 애초부터 콩고와 미루시스템즈가 가격을 부풀려 계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콩고에 전자투표기를 수출하는 과정에서는 그동안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전자투표기를 사용할 경우 투표 조작이 우려된다며 콩고 시민단체들이 반대투쟁을 벌였다. 콩고 시민단체가 우리나라 선관위를 항의 방문하는 일까지 있었다.
콩고 비자금 조성 사건에 연루된 전자투표기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가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통해 수출한 것이다. A-WEB은 우리나라 선관위가 주도해 만든 단체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전자투표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이 미루시스템즈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루시스템즈 측은 “정확한 전자투표기 수출 계약 금액은 밝힐 수 없다. 가격을 부풀려 계약 맺은 사실이 없다. 콩고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