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새벽 서울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서울동부지법은 이날 “객관적인 물증이 다수 확보돼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함으로써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게 된 점에 비춰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적법하게 행사될 수 있는지 법원이 그 기준을 정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번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장과 임원에 대한 임명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입김’을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 대변인은 물론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분까지 앞장서서 압박한 게 제대로 작동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던 지난 25일,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SNS를 통해 “이전 정부에서는 노골적인 공무원 축출이 이뤄졌다. 당시 검찰은 불법에 눈을 감았고 언론은 불법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어 “당시 이들을 직권남용으로 수사하겠다는 검찰 뉴스를 눈 씻고 찾을 수도 없다. 문 정부에서 임기 중 사퇴한 공공기관장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대변인도 22일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전 정권에서 벌어진 일과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는 결국 블랙리스트에 관여된 330개 기관, 660여 명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영장 기각 사유에 나타난 것처럼 청와대 관련성이 밝혀졌다. 청와대와 관련성 부분에 대해서는 더 철저히 수사하고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됐던 사정이 있다”며 “새로 조직된 정부가 해당 공공기관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사수요파악 등을 목적으로 사직의사를 확인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