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토스 컨소시엄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신한금융 등 주요 주주들이 줄줄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바리퍼블리카는 발 빠르게 새 주주를 구성하는 등 인터넷은행 설립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차포’가 빠진데다 새 전략마저도 금융당국의 정밀한 해석이 필요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월 26일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이틀간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신청 서류를 토대로 오는 4월부터 금감원 심사가 진행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위 인가 등을 거쳐 내년 중 제3인터넷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최대 2개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금감원 심사와 금융위 인가 등을 거쳐 내년 중 새 인터넷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사진=임준선 기자
제3인터넷은행은 최근 수년 사이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전자상거래와 금융지주, 스타트업 등이 한데 모여 일종의 ‘새로운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렸다. 실제 지난 2월 일찌감치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키움증권을 중심으로 하나금융지주-SK텔레콤-온라인 쇼핑몰 11번가 등으로 꾸려졌다.
비슷한 시기 출사표를 던진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신한금융-현대해상 등이 손을 잡았다. 국내 최대 금융사와 통신업체,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각각 참여한 만큼, 금융권에선 이 두 컨소시엄이 무난하게 인가를 받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최근 토스 컨소시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신한금융이 돌연 컨소시엄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예비인가 신청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신청도 하기 전에 갈라서게 된 이유에 대해 양 측은 사업모델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토스 측은 스타트업 문화와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은행을 내세웠다. 반면 신한금융 측은 생활 전반의 분야를 은행 서비스 안에 담아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포괄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을 지향했다. 쉽게 말해 ‘도전과 안정’의 차이였는데, 여기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게 양 측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운영 방식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확인하지도 않고 컨소시엄을 꾸리지는 않는다”며 “양 측, 특히 실무단 내부에서 주도권을 두고 갈등이 심했다”라고 귀띔했다.
신한금융과 토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초 신한금융 측은 지분 투자에 대해 약 20% 이상의 참여를 요구했다. 그러나 토스 측은 다른 재무적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면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것보다 경영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하길 원했고, 토스 측은 신한금융 측을 하나의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역할에만 한정하려했다는 얘기다.
실무단 내부에선 어느 한쪽이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정도로 견해 차이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컨소시엄을 구성할 다른 기업들에 대한 의견도 갈라졌다. 결국 토스 측은 예비인가 신청을 불과 3일 앞두고 신한금융 측에 “사업 방향이 달라 함께 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가 먼저 나서서 신한금융과 결별 의사를 내비친 것을 보면, 자본금 문제보다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문제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이 이탈하면서 곧바로 기존 토스 컨소시엄 참여자들도 줄줄이 불참을 선언했다. 토스뱅크 2대 주주였던 신한금융에 이어 자본 조달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3대주주 현대해상은 신한금융 이탈 이후 토스 측에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통보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 주주들이 참여하면서 은행을 중심으로 보편적이고 포용적인 새 인터넷전문은행을 기대했다”며 “최근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겨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직방, 카페24, 한국신용데이터 등도 컨소시엄에서 빠져 나갔다. 이들 역시 사업 방향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사례처럼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경우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훨씬 큰데, 컨소시엄의 양 축이었던 신한금융과 현대해상이 이탈하면서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후발주자라 고객 유치를 위한 출혈도 필요하고,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이 늘어나게 된다. 이번 토스 컨소시엄 이탈은 참여 업체들이 득과 실을 저울질하다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스 측은 주요 주주들의 이탈에도 “인터넷은행 설립 절차를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다른 주주를 모아 지난 25일 새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뱅크 지분 67%를 확보한 대주주로 컨소시엄을 이끈다.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이 각각 9%씩 참여한다. 이들은 모두 비바리퍼블리카에 투자했던 업체들이다. 남은 지분은 한국전자인증 4%, 무신사가 2%로 참여한다. 배달의민족과 직방은 주주로 참여하지 않고 토스뱅크와의 사업 제휴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새 컨소시엄이 꾸려졌지만 토스는 또 다른 문턱을 넘어야 한다. 지분에 대한 법리 해석 문제다. 은행법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은 은행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다. 다만 지난 1월 시행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ICT자산이 그룹 총자산의 50% 이상인 업체에 한해 34%까지 허용해 주고 있다. 당초 토스 측은 34%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고, 신한금융이 약 15% 가량의 지분을 확보해 2대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한금융의 이탈로 토스 보유 지분이 대폭 늘었다.
토스 측은 ‘금융주력자’로 인정 받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주력자는 지분을 최대 67%까지 확보할 수 있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금융주력자로 카카오뱅크 지분 50%를 소유한 것과 비슷하다. 다만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당국에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돼 있는데, 아직까지 전자금융업자가 비금융주력자인지 금융주력자인지는 명확한 해석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이라며 “금융주력자에 해당하는지는 예비인가 신청 이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스 측 한 관계자는 “최근 회계법인을 통해 금융주력자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며 “예비인가 신청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전략적 방향이 맞는 주주 참여사가 있다면 더 보강해 지분을 나누는 형태로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