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복귀 시즌이었던 2018년, SK 와이번스 우승을 이끈 ‘에이스’ 김광현.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KBO리그에서 ‘토종 선발진’의 깊이는 중요하다. 토종 선발진이 탄탄할수록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인 정규시즌에선 더욱 그렇다.
통상적으로 KBO리그 10개 구단은 외국인 선수 3명 가운데 2명을 선발투수로 활용한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 영입 성공 여부는 시즌이 중반에 접어들 때까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요소다. 그렇기에 토종 선발진의 안정감이 구단 전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2019 KBO리그’를 앞두고, 많은 야구 전문가는 ‘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를 비롯해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를 3강으로 꼽았다. 세 구단은 각기 다른 색깔의 토종 선발진을 구성했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개성 넘치는 SK, 두산, 키움의 토종 선발진을 ‘일요신문’이 살펴봤다.
#김광현-박종훈-문승원, ‘다양+탄탄’ SK 와이번스 막강 토종 선발진
잠수함 선발투수 박종훈은 SK 선발진이 자랑하는 무기다. 사진=연합뉴스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는 자타공인 최강의 토종 선발진을 자랑한다. SK 선발진엔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필두로 언더핸드 박종훈, 우완투수 문승원 등 다양한 스타일의 토종 선발투수가 포진해 있다.
김광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 에이스다. 두말할 나위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을 털어내고, 그라운드로 복귀한 김광현의 성적은 놀라웠다. 2018시즌 김광현은 25경기에 선발 등판해 136이닝을 소화했다. 성적은 11승 8패 평균자책 2.98이었다. 철저한 관리 아래 등판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음에도, 값진 성과를 올린 김광현이다.
김광현의 가치는 한국시리즈에서 환하게 빛났다. 김광현은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두 차례 등판해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SK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투구 역시 김광현 손끝에서 시작됐다. 2019년에도 김광현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비룡군단 에이스다.
김광현의 뒤를 받치는 토종 선발 투수는 ‘연안부두 잠수함’ 박종훈이다. 박종훈은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2017시즌 12승, 2018시즌 14승)를 거두며, SK의 확실한 선발 카드로 떠올랐다. ‘극단적 언더핸드’란 특수성과 안정감을 찾아가는 제구는 ‘선발투수 박종훈’의 완성도를 더했다.
지난해 박종훈은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 8패 평균자책 4.18을 기록했다. 최근 2년 동안 26승을 올린 박종훈의 자신감은 상당하다. SK 구단 관계자 역시 “박종훈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박종훈이 앞으로 더 꾸준한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본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우완 정통파 문승원은 SK 선발진의 마지막 퍼즐이다. 지난해 문승원은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8승 9패 평균자책 4.60을 기록했다. 문승원은 큰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했다. 지난 2년 동안 문승원은 SK 선발진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튼튼한 내구성을 바탕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문승원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좌투-우투-언더’로 구성된 SK 토종 선발진의 다양성은 돋보이는 대목이다. 여기다 세 투수의 성적 역시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SK 막강 토종 선발진이 2019년에도 변함없는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용찬-이영하-유희관, 신구의 조화 돋보이는 두산 베어스
‘느린 속구’가 트레이드 마크인 유희관. 유희관은 지난 시즌 부진을 딛고 부활을 노린다. 사진=연합뉴스
SK 와이번스 토종 선발진의 키워드가 ‘다양성’이라면, 두산 베어스 토종 선발진에선 신·구 조화가 돋보인다. 두산은 2019시즌 토종 선발 3인으로 이용찬, 이영하, 유희관을 낙점했다.
이용찬은 지난해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에 큰 공을 세운 투수다. 2018시즌 25경기(24선발)에 등판한 이용찬은 15승 3패 평균자책 3.63을 기록했다. 장원준, 유희관 등 기존 선발 자원이 부진한 가운데, 이용찬은 두산 토종 선발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로 이어지는 두산 외국인 원투펀치는 건재하다. 이용찬은 두 외국인 투수의 뒤를 받치며 ‘강력한 3선발’로 활약할 전망이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알짜배기 활약을 펼친 이영하는 올 시즌 개막과 동시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이영하는 지난해 40경기(14선발)에 등판해 10승 3패 평균자책 5.28을 기록했다.
2018년 이영하는 선발 등판 시 더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이영하는 17차례 선발투수로 나서 8승 2패 평균자책 4.96이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불펜 등판 시 평균자책이 6.03인 것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적이다.
느린 속구로 타자를 요리하는 유희관은 올 시즌 부활을 꿈꾼다. 2013년 풀타임 1군 투수로 발돋움한 유희관은 2018년까지 6시즌 동안 줄곧 두산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2018시즌 유희관의 성적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29경기(28선발)에 등판한 유희관의 성적은 10승 10패 평균자책 6.70이었다.
승수는 많았지만, 투구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일부 야구 전문가들은 “유희관 볼 끝이 무뎌졌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비시즌 유희관은 ‘볼 끝 구위’를 되살리는 데 집중했다. 와신상담의 자세로 새 시즌을 준비한 유희관의 성적은 두산 토종 선발진의 안정감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이뿐 아니다. 두산 토종 선발진엔 히든카드가 있다. 바로 좌완 베테랑 투수 장원준이다. 장원준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즌 개막을 맞는다. 지난해 평균자책 9.92로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장원준이 폼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만하다.
#최원태-이승호-안우진, 키움 히어로즈 토종 선발진의 확고한 색깔 ‘젊음’
2018년 ‘신인 최대어’ 소릴 듣던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안우진은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 합류했다. 사진=연합뉴스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와 함께 3강으로 꼽히는 키움 히어로즈의 선발진은 ‘젊음’이 가장 큰 무기다. 올 시즌 키움 토종 선발진은 최원태-이승호-안우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1997년생 우완 영건 최원태는 키움의 토종 선발 에이스다. 지난해 최원태는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34.1이닝을 소화했다. 성적은 13승 7패 평균자책 3.95였다. 최원태는 지난 시즌 중반에 열린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최원태는 140km/h를 넘나드는 싱커를 비롯해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선발투수로서 경기 운영능력 역시 좋다”는 평가 역시 많다.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완성형 선발 투수’ 최원태의 2019시즌 성적에 관심이 쏠린다.
1999년생 좌완투수 이승호는 키움이 준비한 히든카드다. 이승호는 ‘2017 KBO리그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전체 4번으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다. 2017년 7월 31일 트레이드(KIA 이승호, 손동욱 ↔ 키움 유재신, 김세현)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해 32경기에 구원 등판해 평균자책 5.60을 기록한 이승호는 올 시즌 선발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승호는 3월 19일 친정팀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6이닝 1실점 쾌투를 펼치며, 선발 투수 출격 준비를 마친 모양새다.
키움 토종 선발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투수는 바로 1999년생 우완 정통파 안우진이다. 안우진은 ‘2018 KBO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데뷔 첫해 안우진은 20경기(5선발)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 7.19를 기록했다. ‘신인 최대어’ 소릴 듣던 안우진 입장에서 분명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안우진은 포스트시즌에서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큰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원 없이 과시했다. 안우진은 ‘2018 KBO리그 플레이오프’에서 SK를 상대로 4차례나 등판하며 마당쇠 역할을 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는 안우진의 스타성은 빛났다.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6.2이닝을 소화한 안우진이 허용한 점수는 단 2점뿐이었다.
2019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안우진이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키움의 토종 선발진은 모두 젊다. 한국 나이로 25세 이상인 투수가 없다. 세 투수의 성장 속도에 따라 키움 선발진의 안정감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즌 전 3강으로 꼽힌 SK, 두산, 키움은 서로 다른 색깔로 선발 로테이션을 채웠다. ‘3강’의 토종 선발진의 개성은 확실하다. 이제 야구팬들의 관심은 세 구단의 토종 선발진이 ‘성적’이라는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