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이사회 본연의 견제 및 감독 기능을 강화해 의사 결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말, 삼양그룹 임원인사에서 눈에 띄는 인사가 있었다. 김 회장의 장남 김건호 씨가 삼양사 부장에서 삼양홀딩스 상무로 승진한 것이다. 김 상무는 삼양홀딩스의 글로벌성장PU에서 삼양그룹의 글로벌 전략 수립을 맡는다. 삼양그룹의 4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김 상무의 본격적인 경영 행보는 이전부터 예상됐던 바다. 지난해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김 상무는 2010년 국적회복재등록을 통해 한국 국적을 회복했고, 지난해에는 서울시 성북동 자택 공사에 들어가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관련기사 [단독] 김윤 삼양 회장 장남 국적회복, 성북동 주택 공사)
서울시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한 삼양홀딩스 본사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삼양그룹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여타 기업과는 다르게 김윤 회장은 삼양홀딩스 최대주주가 아닌 3대주주다. 삼양홀딩스 최대주주는 김 회장의 사촌동생인 김원 삼양그룹 부회장이고, 2대주주는 김원 부회장의 동생인 김정 삼양그룹 부회장이다. 김원 부회장은 삼양홀딩스 지분 5.81%를, 김정 부회장과 김윤 회장은 각각 5.28%, 4.82%를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김원 부회장은 삼양홀딩스 사내이사직을 떠나 삼양사 이사를 맡고 있다. 김정 부회장 역시 삼양홀딩스에서 삼양패키징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양홀딩스 4대주주이자 김윤 회장의 동생인 김량 삼양그룹 부회장도 지난해 삼양홀딩스에서 삼양사로 이동했다. 삼양가 3세 중 현재 삼양홀딩스 이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김윤 회장뿐이다.
김윤 회장이 그룹의 의사 결정을 총괄하는 만큼 차기 삼양그룹 회장으로 그의 아들 김건호 상무를 예상한다. 다만 삼양홀딩스 지분을 김윤 회장 일가 28명이 고루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훗날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건호 상무가 보유한 삼양홀딩스 지분은 2.23%로 삼양가 4세 중에서는 가장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김원 부회장의 장녀 김남희 씨나 김정 부회장의 장녀 김희원 씨, 김량 부회장의 장녀 김민지 씨나 장남 김태호 씨 등도 삼양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으며 각 부회장의 아내들도 모두 지분을 보유 중이다. 특정인에게 지분이 집중되지 않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치열한 다툼이 빚어질 수 있다.
다만 삼양가 4세 중 삼양그룹 임원은 김건호 상무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을 빚었다는 특별한 소식도 들리지 않아 당장 큰 문제는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먼 훗날 4세를 넘어 5세 경영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지분 정리나 계열 분리를 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현재로선 지분 정리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95년 역사의 삼양그룹…이제는 식품보다 화학에 집중하나? 삼양그룹의 역사는 1924년 고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기업형 농장 ‘삼수사’에서 시작한다. 1931년 사명을 삼양사로 변경했고, 현재도 삼양사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1939년에는 최초의 민간 장학재단인 양영회(현 양영재단)를 설립했고, 만주에 ‘남만방적’이라는 공장을 세웠다. 대한 독립 후 남만방적은 철수했지만 덕분에 ‘최초의 해외 진출 회사’라는 타이틀은 삼양사가 갖고 있다. 남북전쟁 후인 1956년, 삼양사는 울산에 제당공장을 설립해 설탕 제조에 나섰다. 현재도 설탕은 삼양사의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이후 1975년 김연수 창업주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그의 아들인 고 김상홍 삼양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2세 경영 시대를 시작했다. 2010년 김상홍 회장이 별세하자 동생인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고, 2011년부터는 김상홍 회장의 아들인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삼양그룹의 근간은 설탕 등 식품 사업이지만 현재는 화학, 바이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삼양홀딩스 식품 부문의 매출은 9026억 원으로 2017년 1~3분기 9185억 원에 비해 줄었다. 같은 기간 화학 부문의 매출은 8615억 원에서 1조 96억 원으로 상승했다. 삼양그룹 스스로도 식품보다 화학의 미래 성장성을 높게 보는 듯하다. 삼양홀딩스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제당산업은 성숙기 산업으로 성장성이 낮아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고, 전분당사업은 내수소비가 전체의 90%를 넘는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급격한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제분산업은 시장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며 유지사업 역시 유지수입량 증가로 판매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화학 부문에 대해서는 “최근 자동차 부문의 경량화 추세에 맞춰 소재가 고기능 플라스틱 소재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어 사용량 증가가 기대된다”며 “초순수수지, 촉매용수지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