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업게에서는 출혈경쟁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캡처화면
최근 유통 대기업들도 새벽배송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 GS 등 대기업들은 저마다 계열사를 활용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벽배송’을 먼저 시작한 이커머스 업체·스타트업과 후발주자인 유통 대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쟁 심화에 따른 적자 누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2월부터 롯데슈퍼를 통해 새벽배송 ‘롯데프레시’를 운영한다. 또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을 통합해 오프라인과 연결하는 옴니채널을 구축 중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5월 향후 5년간 3조 원을 투입하고 온라인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이마트를 통해 새벽배송 ‘쓱배송 굿모닝’을 운영 중이다. 새벽배송 외에도 당일배송, 3시간 단위 예약배송 등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월 1조 원 규모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지난 3월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을 출범시키면서 이커머스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GS그룹은 GS리테일을 통해 ‘GS프레시’를, 동원그룹은 동원홈푸드와 동원F&B를 통해 각각 ‘더반찬’과 ‘밴드프레시’ 등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6월 SK플래닛의 자회사 헬로네이처의 지분 50.1%를 인수해 공동경영하고 있다. 헬로네이처는 2012년 설립된 신선식품 배송 전문업체로 2016년 12월 SK플래닛에 인수된 바 있다. BGF리테일은 지난 2월 13일 새벽배송 서비스를 위한 부천 신선물류센터를 오픈하는 등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 대기업의 시장 진출과 카피캣 스타트업 탄생으로 새벽배송 시장에도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다수 플레이어들이 등판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한 업체가 확고한 입지를 얻어 시장을 이끌지 못하고, 3위 업체까지 끝없는 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 양상이 새벽배송 시장에서도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지만 새벽배송 부문에서는 특히 대기업이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서비스 상품이 대부분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인 탓에 원활한 물류시스템 확보와 품질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자금력이 막강한 대기업의 등장에 중소 이커머스와 스타트업이 생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벌써 백기를 든 곳도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을 선보인 곳이 최초의 이탈자가 됐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자회사 우아한신선들을 통해 운영해오던 새벽배송 서비스 ‘배민찬’을 종료하고 우아한신선들 법인청산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찬 서비스 종료에 대해 “새벽배송 시장 경쟁 심화에 따라 지난해부터 사업 지속 여부를 고민했고,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사업을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아한신선들의 손실을 모회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메워야 하는 부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유통 스타트업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배송 부문만 보더라도 복잡하고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시장형성기에는 이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등 투자에 비례해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물류·가격경쟁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결국 대기업들의 고사전략에 기존 이커머스나 스타트업이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정부 의지까지 실린 ‘로봇·드론배송’ 배송 경쟁의 관건은 물류창고와 배송 인력 확보다. 이에 유통업계와 O2O(Online to Offline) 배달업계에서는 로봇과 드론을 활용한 배송서비스까지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배달로봇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IT회사로서 배달뿐 아니라 미래기술을 빠르게 선보이기 위한 투자를 위해 2017년부터 로봇개발을 준비했다”며 “2018년부터 가시화돼 시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앞으로 배송시장에서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로봇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정부 의지에 따라 배송로봇이나 드론 배송의 등장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로봇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2023년까지 로봇산업 시장을 15조 원 규모로 키우고, 로봇전문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또한 지난 7일과 8일 드론 규제샌드박스 박람회를 열고 국내 산업용 드론시장 지원에 나섰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