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콜롬비아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 4388명의 관중이 찾아 A매치 6경기 연속 매진 사례를 이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19년 첫 A매치 주간 일정이 끝났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후 첫 일정이었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취임 첫 목표로 ‘아시안컵에서의 좋은 성적’을 거론했다. 하지만 기대완 달리 8강에서 멈추며 짧았던 ‘허니문 기간’을 마무리했다. 이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바라보며 달려 나갈 대표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손흥민은 지난 월드컵 독일전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에서 골맛을 봤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번 볼리비아, 콜롬비아로 이어지는 친선경기 2연전에서는 대표팀 전술의 변화가 감지됐다. 전술 변화의 주요 포인트는 에이스 손흥민의 위치와 공격성이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래 큰 변화 없이 일관성 있는 전술을 사용해왔다. 친선경기와 아시안컵을 포함한 12경기에서 파나마전, 사우디 아라비아전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며 미드필드 후방에 기성용을 축으로 안정감을 우선시한 파트너를 옆에 세웠다. 후방에서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이 때문에 밀집 수비를 상대로는 후방에서만 공이 돌며 답답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번 일정에서 대표팀이 새로 꺼내든 카드는 4-1-3-2, 또는 다이아몬드 4-4-2로 불리는 포메이션이었다. 선수 배치를 전방으로 전진시켰다. 선수들의 위치가 앞으로 쏠린 만큼 더욱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전술이었다.
다만 벤투 감독은 “대표팀의 기본 틀은 유지한다”며 ‘빌드업 축구’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상윤 해설위원도 “감독의 기존 축구철학은 유지됐다”면서도 “이전보다 각 선수들의 개인 능력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전술로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최전방 투톱 중 한 자리에는 손흥민이 자리했다. 2선에만 배치됐던 과거와는 달라진 전략이었다. 손흥민은 벤투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중용됐지만 골이 없었다. 이전까지 대표팀에서 그의 마지막 득점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뒤늦게 팀에 합류했지만 답답한 경기력에 대한 해결사로 급히 투입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결국 아시안컵은 8강 탈락이라는 실패로 이어졌다. 이에 벤투 감독 선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자 대한축구협회 산하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김판곤 위원장은 “손흥민의 공격력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볼리비아-콜롬비아 2연전에서 최전방에 선 손흥민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볼리비아전에서는 비록 득점이 없었지만 수차례 골과 가까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콜롬비아를 상대로는 8경기 침묵을 깨고 드디어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 권창훈의 반가운 복귀
2선에서는 권창훈의 활약에 눈길이 쏠렸다. 그는 지난해 월드컵 직전 당한 부상으로 공백이 있는 선수였다. 대표팀 복귀무대에서 여전히 주역으로 활약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불의의 부상으로 월드컵과 아시안컵에 나서지 못한 한풀이를 하는 듯 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체제에서 중도 합류한 선수를 곧바로 중용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권창훈 만큼은 예외였다. 이번 2연전 모두 그를 활용했다. 권창훈에 대해 “경기를 지켜봐왔다. 특징과 장점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하며 신뢰를 보냈다.
조현우의 선방 능력은 케이로스 콜롬비아 감독과 하메스 로드리게스도 인정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해 월드컵에서 스타덤에 오른 조현우는 벤투 감독 체제에서만큼은 2인자였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12경기에서 단 2경기만을 뛰었다. 경쟁자 김승규가 발로 볼을 다루는데 능숙해 감독의 축구 철학에 어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조현우는 이번 2연전 중에서는 기회를 잡았다. 4개월 만에 A매치에 나선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대표팀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 골키퍼로서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최근 소속팀 대구 FC 상승세의 한 축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대구에서의 선방 능력을 그대로 선보였다. 상대로 맞이했던 케이로스 감독과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골키퍼가 잘했다”며 따로 연급을 할 정도였다.
# ‘대표팀 견학’에 그친 이강인
이번 대표팀 일정에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 부분 중 하나는 어린 선수인 이강인의 발탁이었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CF 소속으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단순히 경기를 소화하는 것을 넘어 1군 정식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를 벤투 감독이 A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많은 기대와는 달리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상대가 6장의 교체카드를 활용한 것과 달리 벤투 감독은 3명의 선수만을 투입하며 신중함을 보였다. 만 18세 20일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연소 발탁 7위에 이름을 올린 이강인은 데뷔전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이번 소집으로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던 벤투 감독은 “앞으로도 관찰할 예정”이라며 가능성을 남겼다.
첫 발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강인은 두 경기 모두 벤치에서 지켜봤다.
올해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치러낸 대표팀은 이제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 월드컵 2차 예선 전까지 손발을 맞춰 볼 기회는 오는 6월 A매치 기간이 유일하다. 김환 해설위원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대표팀이 이제는 ‘월드컵 예선 모드’에 돌입했다”면서 “특히 볼리비아라는 비교적 약체를 상대로 어떻게 공격을 풀어나갈지에 대한 대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시작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