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매리 씨가 그간 자신이 겪은 불합리함에 대해 폭로해 제2의 미투 사태로 번지나 이목이 집중됐다. 페이스북 캡처
언젠가부터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배우 이매리 씨는 출연 예정 되었던 드라마 ‘신기생뎐’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 당시 오고무를 치는 역할을 맡았던 이 씨는 개인레슨을 받으며 6개월 동안 오고무 연습을 했고 그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촬영을 위해 준비하던 과정 중 부상을 입었지만 어떠한 보상이나 배상은 받지 못했다. 이 씨는 촬영 10개월 전 캐스팅 된 뒤 정확한 촬영일자도 알지 못한 채 이후 홀로 연습을 해왔다. 곧 찍는다던 촬영은 8개월이 넘도록 시작되지 않았다. 제작사와 감독은 제대로 된 촬영일자 조차 공지하지 않았다.
이 씨는 “제작사에서 오히려 제작환경이 힘들다고 앓는 소리를 해서 별다른 보상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부상을 치료받으며 수습했는데 고마운 줄을 몰랐다. 그 때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회복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제안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드라마 관계자들의 제안이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인도어 통역할 정도가 되면 캐스팅해주겠다‘ ’카타르 월드컵 사업권을 주면 캐스팅 한다’ 등 상식선에 부합하지 않는 제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촬영에서 입은 상처가 미처 치유되기도 전, 이 씨는 또 다른 고통을 겪었다. 2013년 연세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하고, 최고위과정을 다니는 3 개월간이 바로 그 때다. 3개월간 진행되는 최고위과정에는 25명의 동기생이 있었다. 대부분 구성원은 지위가 높고 나이가 많은 남성이었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주변의 권유로 최고위과정에 들어간 이 씨는 바로 첫 날에 불쾌감을 느꼈다.
이 씨는 “당시 부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그런데 초면에 최고위과정 한 동기가 ‘샤워씬 출연했던 거 봤다’란 말을 툭 던져서 불쾌했다. 면전에 그런 말을 하길래 ‘싫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왕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대학원 최고위과정은 기부금을 모으고 구성원 간 네트워킹을 하는 목적이 강했다. 그래서 술자리나 식사자리에 오라는 권유가 많았고,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분위기를 띄우라는 암묵적 강요를 받았다”고 말했다.
동기들끼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 씨는 불편한 종용을 수차례 받았다. 최고위과정 동기생 들은 이 씨에게 ‘왜 안웃니, 왜 분위기 망치냐 이쁘게 입고 와야지’ 등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동기들 중 상대적으로 젊었던 이 씨에게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불합리한 강요가 있었다는 것. 심지어 이 씨는 ‘손님 가시면 어쩌려고 분위기 망치지 말라’는 식의 발언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부금을 낼 여력이 있는 동기생은 ‘손님’으로 지칭하고, 이 씨는 기부금 모금을 위한 ‘도구’로 봤다는 것.
이 씨는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부조리함을 토로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도리어 최고위과정 간부와 동기들이 ‘(너 때문에 최고위과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압박했다. 이 씨는 “당시 내가 힘든 점에 대해 소통하려고 하면 분위기 망친다고 입을 막았다. 심지어 한 동기생은 전화로 투병 중이던 아버지를 조롱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연이어 쏟아지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글을 쓴 이후로 다양한 추측과 왜곡된 보도가 많이 나왔다. 어머니가 너무 속상해하고 걱정하신다. 나는 직접 겪은 부조리함과 억울함에 대해 토로한 것 뿐”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물리적 성폭행 같은 것은 전혀 있지도 않은 일이 과장된 것이다. 술시중이라는 표현에 집중해 더 이상의 어떤 자극적인 것을 암시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런 것은 사실이 아니다. 표현이 왜곡됐다.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