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이철 씨는 2015년 10월 7000억 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에 관한 법률 위반,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 씨는 1심 재판을 받는 중 구속기간인 6개월 도과로 2016년 4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같은 해 10월 보석 중에도 추가로 2000억 원대의 불법 투자금 유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씨는 7000억 원대 사기 혐의 등에 대해 지난해 12월 1심 선고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2000억 원대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광장’과 ‘향법’ 등 법무법인 4곳과 변호사 1명 등 총 17명의 변호사들이 이 씨를 변호하고 있다.
법무법인 ‘김앤장’에 이어 업계 2위인 광장은 2000억 원대 1심 재판에 길태기 대표 변호사를 포함해 유재만, 송찬엽, 이태엽, 정헌명, 임종헌, 조승연, 이도형, 김승환 등 변호사 9명을 투입해 가장 많은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소속 변호사 전원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원으로 구성된 향법은 심재환, 이재화, 이정희, 하인준, 이윤주 등 변호사 5명을 투입했다.
변호인단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변호사는 검찰 출신 길태기 변호사다. 길 변호사는 검찰 시절 법무부 차관, 대검찰청 차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냈고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공석으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거물급 인사다. 그는 검찰을 떠난 후 2014년 3월 광장의 대표 변호사로 영입됐다.
길 변호사는 검찰총장 직무대행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여론조작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길태기 직무대행은 2013년 10월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국정원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 과정에서 보고누락 논란 등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지시했다. 이로 인해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을 당했다.
같은 달 윤 지청장은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심했으며, 대놓고 ‘야당 도와줄 일 있냐’라는 질책을 받았다”고 폭로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길 변호사는 검찰총장 직무대행 시절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연루된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엄정히 처리해 달라”고 당부하는 등 통진당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길 변호사가 이철 씨 변호인으로 함께 선임된 향법 소속 부부 변호사 심재환 전 통합진보당 최고위원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한 배를 타게 된 것도 관심사다.
‘일요신문’이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연합회로부터 입수한 옥중 서신에 따르면 이철 씨는 “우리를 정확히 알고 있어서 우리의 목소리로 밸류를 변호하는 변호인을 만났고 기존부터 밸류와 함께 한 광장과 함께 검찰의 교활한 음모를 세상에 드러내는 싸움을 시작한다”고 적었다. 이 서신은 올 1월 이 씨가 모집책 등에게 보낸 것으로 그가 법무법인 광장과 향법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이유를 설명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광장 측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어떠한 혐의든 피고인은 변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변호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면 사법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라며 “사안에 따라 판사들 사이에서도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사건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법인 광장은 이철 씨 변호 외에 희대의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인 IDS홀딩스 사건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15명 중 11명의 변호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IDS홀딩스는 2011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환율 변동을 이용해 수익을 내는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하면 월 1~10% 이자에 원금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그렇게 IDS홀딩스는 1만 2000여 투자자들로부터 1조 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광장은 당시 공범 11명의 변호를 위해 대법관 출신 신영철 변호사를 비롯해 장찬익, 정헌명, 이도형, 송은희, 이경순 총 6명의 변호사를 투입했다. 그런데도 공범 대부분은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인 징역 5년~10년형을 그대로 확정 받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