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이 상사를 꼰대로 만들기도 한다. 일요신문DB
현재 조직은 종래의 연공서열이 아닌, 철저한 성과주의다. 더욱이 IT화가 급격히 진행되다 보니 적응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내 자리, 혹은 부서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만연한 상태. 따라서 “오히려 힘을 과시하기 위해 ‘권위의식’을 휘두르거나 모든 걸 지배하려 드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환경적인 문제로는 “실현 불가능한 문제를 들이밀어도, 일단 상사의 말이라면 듣고 보는 기업풍토”를 꼽았다. 예를 들어 부장이 꺼낸 제안이라면 내용에 상관없이 찬동하는 분위기가 ‘꼰대 상사’를 더욱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타다 전문의는 “나이가 아닌, 입장과 환경이 꼰대 상사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부하직원에게 폭언해도 용인되는 직장에서는 언어폭력이 연쇄적으로 증폭된다. 자신이 느낀 절망이나 무력감을 극복하려고 한층 더 약한 사람을 공격하기 때문이란다.
‘사원을 상처 입히는 상사’의 저자이자, 직원관리 연수를 지도해온 미나미 도시유키 씨는 이렇듯 위험한 ‘꼰대 상사’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자기애형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타인에 대한 평가는 엄격하다. 또 부하직원을 깔아뭉개는 발언을 하고도 모르는 것이 ‘자기애’형이다. 상사로서의 특권이나 자신이 회사에서 ‘중요한 존재’임을 항상 어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부하직원의 공적을 ‘내 덕’이라며 가로채기도 한다. 주위를 의식해 큰소리로 전화하는 것도 특징. 지시할 때는 목소리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리더 역할을 좋아해 일을 경솔하게 떠안지만, 부하직원을 서포트하는 데는 서툴다.
특징 ①자신이 매우 바쁘다는 걸 주위에 어필한다 ②몸이 안 좋아도 무리해서 출근한다 ③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 ④과거 성공담을 자주 이야기한다
#격정형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유형이다. 단순한 의견 차이라도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느끼면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해버린다. 사람에 대한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 가령 회사 직원들을 ‘적인가 아군인가’로 판단하는, 비교적 심플한 세계관을 지녔다. 이로 인해 상대에 대한 평가 잣대가 달라진다. 좋아하는 사람은 무한 신뢰하지만, 한번 ‘적’으로 인식한 상대는 장점이 눈에 띄더라도 인정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흥분하면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아 결국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게 된다. 권한 이양에 서툴다.
특징 ①감정조절을 잘 못한다 ②자신에 대한 반론, 비판에 과민반응을 보인다 ③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직원에게 냉혹하다 ④지난 일에 앙심을 품거나 혼자 꽁하게 마음에 담아둔다
#기계형
잘하는 일의 범위가 명확하고, 특기 분야라면 지나치게 간섭한다. 일일이 세세하게 지시하거나 질문을 던지는 등 부하직원의 의욕을 꺾기 십상이다. 반대로 자신이 흥미 없는 분야에는 무관심해 통째로 일을 맡겨버린다. 커뮤니케이션에 서투르고, 의견 차이가 생기면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분위기를 잘 읽지 못해 부하직원의 기분도 헤아리지 못한다. 융통성이 없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책상 위가 어질러져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특징 ①자신이 정한 매뉴얼, 방식을 고집한다 ②관심 없는 일은 부하직원에게 전부 맡긴다 ③관리직보다 전문직으로 있고 싶어 한다 ④주위 사람들과 사교적으로 지내지 못한다
#모략형
숫자에 집착하는 이익추구형이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평가를 올릴 수 있는지 아닌지로 부하직원을 판단하며,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여기면 주저 없이 잘라낸다. 지배욕, 권력욕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으로 인해 부하직원이 난처한 상황에 처해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다. 결과 내는 것에 얽매이다 보니 “어쨌든 목표를 달성하라”며 강압적으로 부하직원을 몰아붙이기도 한다.
특징 ①요구하는 것은 결과, 숫자뿐 ②부하직원의 실수는 이치만 따져 추궁한다 ③자신에 대한 주위의 평가에 민감하다 ④책임 회피가 특기다
가타다 전문의에 따르면 “사실 꼰대 상사가 지닌 특성은 누구나 조금씩 해당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바꿔 말해 “누구든 조심하지 않으면 꼰대 상사가 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도 된다. 어떻게 하면 꼰대 상사가 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미나미 카운셀러는 “4가지 타입의 성향과 행동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진다면, 결코 ‘미움 받는 상사’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격정형처럼 감정조절이 서툰 경우다. 자신의 감정이 격앙될 것 같으면, 말하기 전 심호흡을 세 번 하는 등 ‘화 다스리기’에 유의하면 된다. 부하직원을 지배하려고 드는 것이 아니라 공감해주고, 일을 통해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말하기’보다 ‘부하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커뮤니케이션을 취해야 한다.
반대로 위험한 상사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타다 전문의가 권하는 대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위험한 상사와 일대일 상황은 가급적 피한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나 지시를 받을 경우 주위에 다른 직원이 있을 만한 장소와 시간을 선택하라는 것. 또 지시사항과 관련 ‘만일을 위해 확인하겠다’ 등 한마디를 덧붙여 메일로 교환해, 증거로 남겨두면 좋다.
둘째는 다른 부서의 상사나 동료와도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일이다. 옆 부서 부장과 관계성을 구축해두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상담할 수 있고 객관적인 조언도 들을 수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나도 예비 꼰대?’ 자기 점검표 □논쟁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 □근성, 정신력을 강조한다 □일은 부하직원에게 맡기는 것보다 스스로 진행하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한다 □욱 발끈해서 소리치는 경우가 있다 □책상이나 서랍 안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다 □몇 년 전의 일을 끄집어내 화를 낼 때가 있다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늘 신경 쓰인다 □부하직원의 성공은 내 협조가 있어서다 □할당된 수치 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신기술에 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