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는 여성기업의 활동과 여성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경제영역에서 여성경제인의 지위향상을 통한 남녀의 실질적인 평등을 도모하기 위해 2009년부터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을 정하고 시행해왔다. 원래는 여성이 소유 또는 경영하는 기업이 대상이었지만 법 개정을 통해 2016년부터는 여성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홈페이지 캡처
정부는 이들에게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우선 구매, 입찰 가산점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여성기업 확인서를 가지고 입찰에 참여한 공공구매액수만 9.9조 원대(2017년도 기준)에 이른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A 업체의 경우 2018년 중기부로부터 여성기업 확인서를 받았다. A 업체 사장의 부인이 그해 회사 대표로 등기부등본에 오르고 경영에도 참여한다고 밝혀 여성기업으로 선정된 것. A 업체는 2007년부터 2018년 3월까지 남편이 대표를 맡아오다 부인에게 대표를 넘겨주고 몇 달 뒤 여성기업에 지원해 통과되었다. 그렇지만 대표에 오른 부인은 경영전반에 무관한 전업주부다. 부인을 바지사장으로 둔갑시킨 허위 여성기업인 것이다.
A 업체 실제 사장인 남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허위로라도 여성기업에 선정되지 못하면 공공기관 입찰을 따낼 수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몇 년째 입찰에서 성과가 없다가 여성기업으로 등록된 해 매출이 두 배 이상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B 업체 역시 불법인 줄 알면서도 여성기업 확인을 받기 위해 허위로 신고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B 업체는 자신의 어머니와 부인, 처제를 대표와 이사 등으로 등재하고 여성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이들 여성은 모두 B 업체에서 업무를 맡고 있지 않았다. 역시 허위 여성기업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수도권의 한 지역에서는 2018년 공공기관 입찰성과 1위부터 5위 업체가 허위 여성기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지역 우수매출기업 12곳 가운데 7곳이 여성기업일 정도로 여성기업에 대한 지원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허위여성기업으로 발각된 한 업체의 등기부등본 사본. 이 업체는 대표를 아내 이름으로 변경 등록했다.
C 업체의 실제 대표는 “2017년에도 1~5위가 다 여성기업이라서 나도 지난해에 바꿨다. 서류에 기재된 여성들은 일을 안 하고 있다”면서 “(중기부 등에서) 추가 확인이나 점검이 나온 적은 없다”고 밝혔다.
여성기업이 아닌 E 업체는 “여성기업 지원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여성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등기부등본상 대표이름만 여성이다. 주주로 같이 있다가 부인, 처제, 부인 친구 등으로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소규모 기업들의 경우 주주회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까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너도나도 여성기업에 몰리고 있지만 무늬만 여성기업인 경우가 허다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허위 여성기업들은 모두 중기부 등 관계기관의 관리감독 부재를 언급했다. 이른바 ‘눈가리고 아웅’식이라고 여성기업 지원의 문제를 꼬집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여성기업 확인서는 확인절차 법상 여성 소유는 등기부등본, 여성 경영은 여성기업 평가위원의 현장 확인을 통해 실질적인 적격 여부를 따지게 된다”며 “이 두 가지를 충족하면 확인서를 발급해 여성기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만약 여자 바지사장 등 허위로 신고한 여성기업은 부적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기업 확인을 위한 평가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서 맡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본회 2명, 17개 지회당 1~2명이 여성기업 실태조사를 도맡고 있다. 평가위원 수당은 중기부가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기업만 3만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평가위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기부 역시 인력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샘플식으로 전국 각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와 관리감독을 하는 등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취재결과 해당업체들 가운데에는 형식적인 서류상 질의응답 외엔 실태조사를 받지 못한 곳도 여럿 있었다.
이어 중기부 관계자는 “허위 여성기업에 대해선 신문고나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민원을 넣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평가 후 추가 확인절차나 실태파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평소 민원이나 문제성이 의심되는 부분 등 표본조사에 의존해 확인할 뿐”이라고 답변했다. 이런 까닭에 여성기업 확인 과정에서 허위나 부실한 점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앞서 여성기업에 신청하려는 일부 업체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기업 평가위원의 실태조사 예상질문지가 돌기도 했다. 이에 중기부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되면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만큼 신문고 등에 허위 여성기업 민원을 제기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번 정부 들어 여성기업 지원 성과가 중기부와 지자체 등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중기부의 여성기업 지원 졸속 추진과 관리감독 소홀은 성평등과 여성경제인 활성화라는 정부 기조에 대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