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산업개발과 명주파일은 사실상 같은 계열의 회사로 보인다. 충북산업개발의 모회사는 지분 100%를 보유한 신라산업개발이다. 2017년 말 기준 신라산업개발의 주주는 최 아무개 씨(지분 35% 보유), 김 아무개 씨(35%), 이 아무개 씨(30%) 등 3명이었다. 최 씨와 이 씨는 각각 명주파일 지분 30%씩을 갖고 있다. 나머지 40%는 최 아무개 인켈 공동 대표이사가 갖고 있다. 사업보고서에도 충북산업개발과 명주파일 두 회사를 특수관계자로 분류했다.
지난해 8월, 콘크리트 제품 제조 업체 명주파일이 오디오로 유명한 전자제품 업체 인켈을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이종현 기자
문제는 신라산업개발의 구체적인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건설업체지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0원이다. 2018년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경신회계법인은 “신라산업개발로부터 자본변동표와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제시받지 못했다”며 “대한민국의 회계감사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절차를 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충북산업개발의 재무 구조도 일반적이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충북산업개발은 2015년 매출 148억 원을 거두면서 그런대로 실적을 냈지만 2016년 매출은 1억 9020만 원으로 급감했다. 2017년 매출 역시 1억 1844만 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매출들도 제품 판매가 아닌 모두 수입임대료로 사실상 기업의 활동은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충북산업개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신한회계법인은 “충북산업개발은 2015년 면방직업 영업을 종료했으며 향후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금으로 신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012년 설립된 명주파일은 충북산업개발로부터 부동산 및 인켈 지분 전량을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받은 바 있다. 또 명주파일은 K 대부업체로부터 24.0%라는 높은 이율에 14억 원을 빌린 기록이 있다. 이로 보아 명주파일은 자금 마련이 시급했고, 사실상 같은 계열의 회사인 충북산업개발이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명주파일이 어떻게 인켈을 인수했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인켈의 정확한 인수대금은 확인되지 않지만 인수 주식 총 877만 1564주와 주당 액면가액 5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438억 5782만 원이다. 그런데 명주파일의 2017년 말 자본금 총액은 72억 원에 불과했고, 부채비율은 400%가 넘었다. 연매출도 170억 원 수준이었다.
인켈은 과거와 같은 명성은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2017년 연매출은 1616억 원으로 명주파일의 10배 가까이를 기록했다. 자본금도 450억~550억 원 수준으로 명주파일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회사다. 명주파일의 회사 규모로만 봤을 때 인켈을 인수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회사다.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인켈 건물. 사진=이종현 기자
사실상 폐업상태인 인켈의 과거 모회사 충북산업개발, 인켈을 새롭게 인수한 명주파일의 실체 등 인켈 인수에는 여러 의문이 남는다. ‘일요신문’은 의문을 해소하고자 명주파일과 충북산업개발에 연락을 취했지만 관련 답변은 받지 못했다.
인켈 관계자는 “정확한 인수 사유에 대해서는 실무자들도 경영진들로부터 내용을 전달 받지 못했다”면서도 “최대주주가 변경됐지만 같은 계열사가 인수한 것이어서 회사 내부에서는 큰 이슈도 아니고 경영에 영향을 받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구체적인 사유를 듣기 위해 인켈 경영진과의 연락을 요청했지만 앞의 인켈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큰 이슈가 아니어서 경영진과의 연결은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40년 역사의 인켈은 어떤 회사? 인켈은 1978년 신방전자라는 회사로 설립, 다음해인 1979년 해태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1988년 사명을 해태전자로 변경했다. 1996년에는 해태그룹의 다른 전자계열사 인켈과 나우정밀을 흡수합병해 통합 해태전자로 탄생했다. 2001년에는 해태전자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아트로닉스로 사명을 바꿨다. 2006년 12월, 풍안-KDBC기업구조조정조합이 아트로닉스를 인수하면서 사명도 현재의 인켈로 다시 바꿨다. 현재의 인켈은 해태전자를 계승하고 있다. 인켈의 대표 제품은 오디오다. 1990년대에는 인켈이 국내 오디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각종 오디오 관련 수상을 휩쓸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디오 판매량 자체가 줄어 예전과 같은 명성은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켈은 TV, 인터넷전화 등의 제품 개발 및 판매로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여전히 오디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병규 인켈 대표이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40년 전통의 오디오 및 비디오 기술과 블루투스, 사물인터넷(IoT) 등의 IT 기술로 융합한 제품군을 개발해 국내에서는 인켈로, 해외에서는 셔우드 브랜드를 활성화하고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옛 명성 인켈로 다가가겠다”며 “신성장동력 및 이윤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규 전문 연구인력의 확보와 해외 베트남 제조법인의 신규 라인 증설 및 투자로 자동차 관련 전장사업을 확대해 오디오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