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가 취임 후 첫 최고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박 후보자는 2013년 3월 13일 황 대표에게 해당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2013년 3월 11일, 김학의 전 법무차관 임명일은 3월 15일이다.
박 후보자 주장이 사실이라면 황교안 대표는 김학의 동영상 CD 존재 사실까지 알고도 묵살한 것이 된다. 물론 당시 김학의 법무부 차관에 대한 인사권은 청와대에 있었지만 법무부 장관이 직속 부하인 차관 비위행위를 눈감아줬다는 도덕적 비난까지 피할 수는 없다.
황 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실에서 내게 CD를 보여줬다고 하는데 내 기억엔 없다. 법사위원장실이 그런 자리도 아니고 그런 일도 없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 후보자는 다음날 “CD 자체를 보여주거나 동영상을 재생한 건 아니다”라고 정정했다.
박 후보자는 CD 자체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황 대표에게 김학의 동영상 존재 사실은 분명히 전달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2013년 저는 야당 법사위원장이었지만 대한민국이 발전해야 한다는 성심으로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존중해 드렸다. 물론 CD를 같이 보지는 않았다”며 “저는 당황하셔서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개지시면서 자리를 뜨시던 그날 오후의 (황교안) 대표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측이 위증 의혹을 제기하자 박 후보자는 ‘2013년 3월 13일 오후 4시 40분 법사위원장실 법무부 장관 인사’라고 적힌 자신의 일정표를 제시했다.
박영선 후보자가 공개한 2013년 3월 13일 일정표
하지만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실이 입수한 박 후보자 ‘정치자금 지출 내역’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13년 3월 13일 서울 여의도의 중식당에서 ‘황교안 신임 법무부 장관과 면담 및 오찬’을 갖고 42만 3900원을 결제했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황교안 대표는 2013년 3월 13일 박 후보자와 오찬을 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측은 “오찬을 허위 신고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제대로 신고했다면 황 대표를 오후에 또 만났을 리 없어 청문회 답변이 위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경욱 한국당 의원이 발견한 법사위 회의록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13년 6월 17일 “저희는 법무부 장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황 증거와 이야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황 대표에게 2013년 3월 13일 김학의 동영상 CD 이야기를 했다는 자신의 주장과 배치된다.
민경욱 의원은 “박영선 후보는 자신의 새빨간 거짓말이 대서특필된 조간 펴들고 파르르 떨다가 귀는 물론 온 얼굴이 새빨개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박 후보자가 김학의 CD를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입수했는지 경위부터 밝혀야 한다”며 “못 밝힌다면 거짓말이 드러나는 것으로 국회에서의 위증, 허위 사실 적시에 대한 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박 후보자 주장이 오락가락하면서 파문이 가라앉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황 대표가 몰랐을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황 대표도 김학의 동영상 존재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앞서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김학의 임명 전인) 3월 초에 경찰 고위 간부로부터 CD 동영상, 녹음테이프, 사진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김학의 전 차관 임명 전부터 시중에 돌고 있던 자료를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2013년 1월 정도에 (동영상)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며 “당시 중앙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하던 나도 그런 말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어떻게 구해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나는 청와대가 모를 수가 없었다고 본다. 당시 경찰 측에서도 청와대에 3월 5일쯤 가서 이야기했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3월 11일 자로 각 장관이 임명됐고 차관 내정은 3월 13일이다. 차관 내정 전에 당연히 청와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던 황교안 장관과 상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김학의 전 차관은 황 대표의 경기고 1년 선배다(※ 사법연수원 기수는 거꾸로 황 대표(13기)가 김 전 차관(14기)보다 선배).
고등학교 선배가 후배 밑으로 인선되는 특수한 경우라서 청와대에서 반드시 김 전 차관 임명 전 황 장관과 협의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반면 한국당 측은 여권이 유력 대선주자인 황 대표를 깎아내리기 위해 무리한 의혹제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김학의 사건 재수사 권고대상에서 당시 핵심 책임자였던 조응천 민주당 의원, 채동욱 전 검찰총장만 제외된 것은 표적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