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받은 이정용. 빠른 볼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이 LG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LG 트윈스 신인 선수들 중에는 2명의 이색 인물이 눈에 띈다. 엘리트 코스와 거리가 먼 투수들이 어려운 프로의 진입 문을 뚫고 LG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그 주인공은 동아대 출신의 이정용(23)과 선수 출신이 아님에도 잠재성을 인정받고 LG의 지명을 받은 한선태(25)다.
현재 두 선수는 1군이 아닌 재활군과 2군에서 활약 중이다. 이정용은 몸이 덜 만들어지는 바람에 실전에 나설 수 있는 체력과 투구폼을 수정하는 중이고, 한선태는 2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후 최근 데뷔전을 치렀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선수의 성장 스토리는 야구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프로야구의 새로운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두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전지훈련을 갖는 동안 이정용에 대해 “우리 팀 비밀병기”라고 기대를 드높였다.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실전투구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존 불펜 투수들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정용은 일찌감치 재활조에 편성돼 류제국, 차우찬과 함께 호주 시드니 캠프지로 향했지만 시범경기에서 데뷔전을 갖지 못했다.
이정용은 고2 때부터 투수를 시작했다. 왜소한 체구에서 나오는 공은 위력적이지 못했다. 결국 고3, 중요한 시기에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어쩔 수 없이 대학 진학을 선택했던 그.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의 키가 160cm도 안됐다. 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고2 올라가면서부터 키가 크기 시작하더라. 그때 성남고 박성균 감독님이 내게 약속을 해주셨다. 키가 175cm 정도 되면 투수를 시켜주시겠다고. 당시 파워가 없어 장타가 나오지 않아 타격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감독님 약속에 매달렸다. 감독님이 야간 훈련을 빼주시면서 훈련 대신 집에서 잘 먹고 수면 시간을 늘리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런 노력 끝에 175cm를 넘어섰는데 감독님이 약속대로 투수를 맡겨주셨다. 갑작스런 투구에 팔꿈치 부상을 당했지만 그때 투수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LG 유니폼을 입을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정용은 고교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 진학을 원했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았다. 투수 기록이 많지 않다 보니 그에게 관심을 보인 대학이 없었던 것.
“감독님과 상담 끝에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이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하셨다. 며칠 지나서 감독님이 동아대학교에서 연락이 왔다고 전해주셨다.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던 상황에서 알게 된 소식이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대학 진학 후 키가 더 컸고, 체중도 늘렸다. 저녁마다 닭백숙 해서 먹고 간식으로 고구마를 먹는 등 체중을 불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학 4학년 때는 186cm의 키에 몸무게가 85kg이었다.”
이정용은 2018 KUSF 대학야구 U리그 전·후반기 동안 13경기에 등판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했다. 당시 최고 구속이 151km. 빠른 볼과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이 LG 스카우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이정용은 LG 지명 소식을 듣고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프로팀 관계자들이 대학 선수들한테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 고교 야구처럼 대학 야구가 중계되는 것도 아니고 미디어와의 접촉도 드문 상황에서 대학 선수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다고. 수업과 과제물, 훈련과 시합 출전을 병행하는 대학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뤄가길 희망했다.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내 노력보다 좋은 지도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의 감독님들 모두 신체 성장을 위해 큰 도움을 주셨고, 체중을 늘리는 데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제는 프로에서 그 고마움을 실력으로 보여드릴 차례다. 그리고 프로에서 인정받은 다음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팀에서 뛴다면 두 감독님도 진심으로 기뻐하실 것 같다.”
비선수 출신 최초로 KBO리그에 입성한 한선태. 그는 LG 트윈스에서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일요신문
한선태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야구장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야구가 좋아 독학으로 야구를 배웠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훈련하며 실력을 쌓았다. 고교 1학년 시절 인근 고등학교 야구부를 찾아가 입단 테스트를 받은 적이 있지만,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기존 선수들의 훈련량을 따라가기 힘들 거라며 거절당했다.
“고교 졸업 후 친구와 함께 대전으로 내려가 한 야구 아카데미에서 투구폼을 배웠다. 그 실력을 갖고 2012년 한국 최초의 독립리그 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찾아가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김성근 감독님이 직접 보셨는데 친구는 합격하고 나는 떨어졌다. 당시 친구가 정말 부러웠는데 결국 그 친구도 팀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비선수 출신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군에 입대해서도 계속 야구를 놓지 못했던 한선태는 제대 후 독립리그 팀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하게 된다. SK 2.5군 선수들과의 연습 경기에서 최고 구속 144km를 찍은 한선태. 이후 몇몇 프로팀으로부터 입단 문의를 받았지만 비선수 출신이란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한선태는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비선수 출신도 KBO리그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어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그는 일본 독립리그로 방향을 돌린다.
“일본 독립리그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는 한국인 김무영 투수 코치가 계셨다. 그분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활약하며 투구폼을 보완할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KBO가 이사회의 규약 개정으로 비선수 출신도 프로에 입단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김무영 코치님의 도움으로 2018년 8월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19 신인 드래프트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수 있었다. 당시 보인 최고 구속이 145km였다. 마침내 9월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95번째 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그 감격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선태가 LG 유니폼을 입는 순간 그는 KBO 역사상 최초의 비선수 출신으로 프로에 입문한 선수가 됐다.
“제대로 야구를 배운 시간이 2년밖에 안 된다. 처음에는 투구폼이 엉망이었다. 독학으로 만든 투구폼이라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그걸 김무영 코치님이 잡아주셨다. 파주 챌린저스에서 야구할 때는 돈을 내고 다녔다. 일본 독립리그 팀에서 처음으로 돈을 받고 야구했다. LG 입단 후 3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는데 그 돈이 전혀 와 닿지 않더라. 실감조차 안 났기 때문이다. 프로에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행복이었는데….”
숱한 위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선태의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 그는 “비선수 출신도 얼마든지 KBO리그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임창용이다. 독학으로 야구 배울 때 임창용 선수의 경기 영상을 보고 따라한 적이 많았다. 바람이 있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선수이고 싶다. 나처럼 비선수 출신한테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프로에서 꼭 성공해야 한다. 그 전에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한선태는 3월 28일 고양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7회 세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15개, 최고 구속은 142km. 등번호 111번을 달고 데뷔전을 치른 한선태의 1차 목표가 현실로 이뤄지길 기대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류현진 전담 트레이너 김용일 “다저스 투수 중 류현진이 루틴 왕” 3월 29일(한국시간) LA 다저스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 류현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6이닝 1실점 쾌투를 펼쳤다. 연합뉴스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 투수라는 중책을 맡은 그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수들을 상대로 파워풀한 피칭을 뽐냈다. 6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을 기록했고, 탈삼진 8개, 최고 구속 150km를 찍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호투를 개막전에서도 이어갔다.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날렵해진 모습으로 스트라이크존의 보더라인을 파고드는 직구는 예리했고 강렬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등판을 이어가는 동안 더그아웃 뒤편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선수의 투구를 지켜본 이가 있었다. 바로 LG 전 트레이닝 코치인 김용일 전담 트레이너다. 그는 경기 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결과보다는 경기 진행 과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닝마다 류현진의 투구수와 구속을 체크했다. 어느 부분에서 구속이 떨어지는지, 몸 상태는 어떤지를 살폈는데 6회 들어서 약간 흔들리는 것 같더라. 투구수가 75구를 넘어서자 구속이 90마일 이하로 떨어졌는데 기술적인 건 코칭스태프가 맡겠지만 나는 그 지점에서 왜 구속이 떨어졌는지를 류현진의 체력 관련해서 좀 더 살펴보려 한다.” 사실 류현진은 시범경기 동안 개막전 선발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3, 4선발 정도에서 뛰게 될 줄 알았는데 리치 힐의 갑작스런 왼쪽 무릎 부상으로 개막전 등판이 무산되자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에게 개막전 선발 등판을 알렸다. 23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 등판 후 일주일이 남은 상황. 23일 시범경기를 마치고 24일 먼저 LA로 이동했던 류현진. 김용일 전담 트레이너는 “LA에서도 항상 해오던 대로 준비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특별한 운동을 추가하거나 빼지 않고 했던 운동을 그대로 소화하면서 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루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막전 당일에도 이전 경기에 선발로 나갔을 때랑 똑같이 움직였다. 오후 1시 5분 경기를 앞두고 9시에 출근해서 9시 30분부터 10시 50분까지 마사지와 상체 위주의 스트레칭을 받았다. 11시부터 30분 동안 허니컷 투수코치와 함께 게임 플랜에 대한 미팅을 가졌고 11시 30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하체 위주의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이후 12시 10분에 필드로 나가 달리기와 캐치볼을 하면서 등판을 준비했다.” 류현진은 경기 당일 식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29일 개막전에도 물을 마신 것 외에는 따로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다저스 투수들은 루틴을 중요시하더라. 그중 류현진과 커쇼가 가장 루틴을 제대로 지키는 것 같다.”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체중 감소를 위해 식단 조절을 했다. 체중이 줄고 근육량이 늘면서 투구폼이 한층 간결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용일 전담 트레이너는 “내가 놀랄 정도로 철저하고 계획적으로 체중 조절에 나섰다”면서 “캠프 막판에는 체중 감량을 멈추고 근육량을 키우면서 몸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지금은 매우 건강한 몸 상태에서 시즌을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류현진한테 개막전 선발 등판이 다저스 입단 후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김용일 전담 트레이너한테도 개막전은 또 다른 의미의 ‘데뷔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