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T 안팎에서는 내년 3월까지 임기 완주 의지를 드러낸 황창규 KT 회장이 후계 선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황 회장. 박은숙 기자.
지난 3월 29일 KT 주주총회에서 황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일은 5G와 차기 CEO 선임 준비”라며 “차기 CEO 선임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임기 완주 의지에 또 다시 힘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황 회장의 발언과 관련, 이번 주총에서 교체된 사내이사들이 관심을 끈다. KT는 앞서 사내이사로 있던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사업부문장과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을 해임하고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과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4명의 사장 가운데 기존 2명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다른 2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룹 내에서는 김 사장과 이 사장이 새로 사내이사로 선임된 까닭은 최근 현안들과 비교적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내이사였던 구 사장과 오 사장은 각각 불법 정치 후원금 의혹과 아현지사 화재 논란에 휘말려 있다.
김인회 사장과 이동면 사장은 황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1991년 입사 이후 지금까지 ‘KT맨’으로 연구개발 부문에서 근무하며 KT의 5G사업을 이끌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삼성맨’ 출신인 김 사장은 황 회장이 KT 입성 당시 직접 영입한 인물이자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회장 비서실장(부사장)으로 황창규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김 사장은 지난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 사실상 그룹 내 2인자로 떠올랐다.
이번 사내이사 선임이 유독 차기 회장 선임과 연결돼 해석되는 까닭은 지난해 3월 KT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회장 후보심사기준을 명확하게 했고 복수대표이사제를 도입한 탓이다. 회장 선임 시 외풍을 막고 회사 내부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당초 CEO추천위원회가 회장 후보를 심사할 때 고려하는 요건으로 ‘경영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경영실적, 경영기간 등’이 있었지만 지난해 정관 변경을 통해 ‘경영경험’을 ‘기업경영경험’으로 수정했다.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없애 관료나 정치인 출신의 ‘낙하산’ 인사 등 외풍을 막겠다는 의지다.
또 복수대표이사제 도입을 통해 회장 이외에도 사내이사 중 1인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될 수 있도록 했다. 변경된 정관에는 ‘회사는 이사회가 추천한 자를 주주총회 결의로 회장으로 선임한다. 다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내이사 중 회장이 추천한 자 1인을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KT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사외이사는 “복수대표이사제는 과거부터 있어왔지만 실행된 적 없다”며 “다만 불명확하게 논의된 정관을 재정비하고 수정한 것이며 (복수대표이사는) 회장이 추천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이사회의 최종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KT이사회가 의결사항에 대해 단 한 번도 반대한 적 없다는 것이다. 현재 KT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외이사 8명 가운데 4명이 2016년부터 재선임됐다. 2018년에는 11차례 이사회에서 50여 건의 안건이 단 한 차례 반대도 없이 의결됐다. 정관 수정을 논의한 2017년 역시 10번의 이사회에서 36개의 안건이 모두 반대 없이 의결됐다.
이로 미뤄볼 때 복수대표이사제와 관련해 황 회장의 추천 권한만 강화됐으며 이는 곧 이사회 의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약 90건의 안건에 대해 단 한 번도 반대하지 않은 KT이사회가 현직 회장의 추천사항에 새삼 반대표를 던질지는 의문이다. KT 한 관계자는 “공동대표이사는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사내이사 가운데 추가로 대표이사가 선임될 경우 향후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여러 논란을 안고 있는 황 회장이 측근 김 사장을 후임으로 내세워 퇴임 이후 본인의 안위를 위한 포석을 마련코자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의 KT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임원인사 이후부터 예상했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임기 완주를 앞둔 황 회장이 정관을 변경하고 측근을 전진 배치해 차기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인회 사장의 차기 회장 선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앞의 KT 관계자는 “김 사장은 황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추후 검찰의 새로운 조사가 시작되면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황 회장 본인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최측근을 차기 회장을 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례로 봐서 황 회장이 물러나면 측근 사장들 또한 짐을 싸야 할 것”이라며 “살아남는다 해도 섭정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통신3사 눈독’ 딜라이브 속 타는 까닭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KT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KT는 당초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를 인수할 계획을 세웠으나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로 인수 시도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주춤하는 사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각각 티브로드와 CJ헬로를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통신업계에서는 오히려 두 통신사가 딜라이브 인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딜라이브도 마음이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7월까지 4000억 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앞서 합산규제 재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매각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 만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7월 이전에 인수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합산규제 논의는 조만간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16일 이전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대한 당정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당정 합의가 도출된 이후 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위) 법안2소위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위 관계자는 “지난 1일 법안2소위 개최를 결정했으며, 안건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