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SK그룹의 장손 최영근 씨(32)와 현대그룹 회장의 손자인 정현선 씨(30)의 마약 투약혐의가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3~5월 마약공급책 이 아무개 씨(27)를 통해 고농축 액상 대마와 쿠키 형태 대마 등을 구입하고 15차례 이상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경찰에서 투약사실을 인정했으며 정 씨는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이다.
#액상 대마로 만든 대마쿠키
두 사람이 복용한 마약은 대마다. 일반적으로 잎을 말아 피우는 대마초를 떠올리겠지만 대마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특히 두 사람이 구입해 복용했다는 액상 대마와 대마쿠키는 그 효과부터 대마초와 다르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THC’(델타 나인 테트라 하이드로 카나비놀·delta-9 tetrahydrocannabinol)이다. THC는 대마 식물에 들어있는 환각 유발 성분으로 대마의 종과 부위에 따라 함유량이 다르다.
인천세관에서 적발된 대마쿠키. 사진=관세청
이처럼 대마쿠키가 쉽게 유통될 수 있는 까닭은 모양새에 있다. 내용물만 보면 대마덩어리에 가깝지만 겉으로 보면 시중에서 파는 일반 쿠키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A 씨는 “대마쿠키는 일반 밀가루 반죽에 대마오일이나 대마버터 등을 섞어 만든다. 만들고 나면 신기하게도 대마 특유의 쑥 냄새가 나지 않는다. 대마초에 비해 밀반입이 용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마 합법화 국가 늘어나자 투약 방법도 각양각색
상황이 이렇게 되니 대마쿠키말고도 대마오일을 넣어 만든 초콜릿, 젤리 등 다양한 형태의 신종 대마가 등장했다. 여기는 ’법적 환경의 변화‘도 한몫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마초를 합법화한 국가가 늘면서 투약 방법도 더 다양해진 까닭이다. A 씨는 일부 국가에서 의료용이 아닌 기호용 대마를 합법화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루과이를 비롯해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단순 쾌락만을 위해 대마초를 피우는 것이 허용된다. 워싱턴DC, 네바다, 매사추세츠, 미시간, 버몬트, 알래스카, 오리건,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 기호용 대마가 합법인 주가 미국 내에서만 10개에 이른다. 캐나다도 지난해부터 기호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미국 유학생 B 씨는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으니 모르고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마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관광객이나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유학생의 경우 이런 상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