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
도올은 평화선언에서 “제주4.3은 1948년 4월3일에 일어난 특정한 사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1947년 3.1절을 기념하기 위해 북국민학교에 운집한 제주도민 3만 명의 열망에서 점화돼 7년 7개월 동안 타올랐던 비극의 횃불, 그 횃불을 물들인 모든 상징적 의미체계를 총괄해 일컫는 말”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4.3이야말로 기미독립선언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 그 선언 정신을 가장 정통적으로 되새기게 만드는 민족정신 활화산의 분출”이라며 “그것은 제주도민만의 열망이 아닌 조선대륙 전체의 갈망(渴望)이었으며 몇몇 강대국에 의해 압박받던 지구상의 모든 민중들의 대망(待望)이었다. 4.3은 세계현대사의 주축으로서 오늘날까지 그 핵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올은 선언문을 통해 “제주는 젊다. 젊기 때문에 비극의 강렬함을 알지 못했다”며 “사적인 욕망에 갇힌 권력의 남용과 횡포가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덕적 선과 악을 상식의 느낌에 따라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그 당위(當爲)의 선을 실천에 옮겼다. 젊음의 청순함과 단순성은 반드시 비극을 초래한다”며 “비극이란 파멸이며 상실이며 억울한 존재의 울부짖음이다. 파멸과 상실은 절망을 초래한다. 그러나 젊음에게 절망은 좌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절망은 젊음에게 평화의 직관을 선물한다”고 피력했다.
3일 71주년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도올 김용옥.
도올은 “모험이 없으면 진리(眞)는 고착적 독선이 되고, 아름다움(美)은 저차원의 완벽에 머물며, 선(善)은 규범윤리의 폭력이 되고 만다. 그러나 평화의 비젼이 없으면 모험 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의 젊음은 비극 속에서 성장하면서 비극의 모든 성과를 수확했다. 정의(正義)를 한라산 현무암 굴곡진 아름다움 속에 구현해 왔다”며 “제주는 창조되지 않았다. 제주는 탐라의 민중들이 창조해 온 것이며 제주의 모험은 이여도의 꿈에서 시작해 청춘의 열정과 비극적 아름다움을 결합시켰다. 그 결합의 힘이 바로 삼다삼무의 평화의 감각”이라고 낭독했다.
도올은 그러면서 “나는 제주도를 사랑한다 그냥 사랑한다”며 “해녀들이 부르는 평화의 노래가 하도 해변을 걷는 나의 뺨을 여전히 스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