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유럽 여행자들.
그것보다 여권이 없으니 큰일입니다. 현지경찰에 신고해서 임시여행허가를 받고 한국대사관에 신청해 여권을 다시 발급 받으려면 보통 2주일은 체류를 해야 합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잃은 경위를 물어보니 휴게소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 잠시 곁에 둔 손가방을 놓고 서둘러 버스를 타고 말았습니다. 고속버스가 출발한 지 5분쯤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버스기사에게 사정사정해 버스를 세웠습니다. 외국인이라 안내방송을 하고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아주 고마운 기사입니다. 그러나 되돌아 간 화장실에는 사람들이 붐벼 벌써 여러 사람이 사용했을 터였습니다. 휴게실 관리자도 신고된 게 없다고 하니 터덜터덜 돌아와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이제 전혀 즐겁지가 않은 여행길이 되었습니다.
가로수가 유칼립투스 나무인 농촌 풍경.
이렇게 문제도 생기지만 또 여행은 사람과 새롭게 만나는 일입니다. 우리 교민 중에는 금광을 찾아 ‘헤매는’ 사업가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등 여러 섬나라를 다닙니다. 한국인은 지구 끝까지 가서 대담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미개한 나라의 마을에는 금들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그걸 싸게 살 수 있어 사업성이 있지만, 큰 현찰을 가지고 다니다보면 여러 위험에 직면한다고 합니다. 잡혀서 풀려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용기로는 힘든가봅니다. 그의 무용담을 듣다보면 로맨틱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미얀마 재래시장. 여행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다.
어느 젊은 날 그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파푸아뉴기니로 가는 경유 비행기를 타기 위해 떠났습니다. 발리를 떠난 비행기는 경유지를 한 번 더 거쳐 금이 있는 이웃나라 마을로 갑니다. 그런데 비행기 옆좌석에 한 여성이 탔는데, 한국책을 읽습니다.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금을 찾아 인도네시아 먼 섬들을 수없이 다녔지만 그 시기엔 한국인을 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반가워 말을 건네자 그 여성은 뉴욕에서 발리까지 와 다시 경유지를 거쳐 인도네시아 머나먼 섬으로 갑니다. 같은 경유지입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두 사람 다 서로 일하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황금을 찾아 그 먼 파퓨아뉴기니 섬들을 찾아 헤매는 것도 신기하고, 가녀린 여성이 정기적으로 인도네시아 시골 섬을 다니는 것도 신기하고. 그는 경유지에서 자신의 표를 취소하고 이 여성이 가는 섬으로 가는 국내선을 다시 끊었습니다. 이 사람이 오지 섬에서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그냥 말리지는 않아서 그 목적지까지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주로 밤에 버스로 이동하는데 가끔은 고장이 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두 사람. 서로의 길은 알 수 없지만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녀가 내린 섬에서 바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공항에서 벌어진 광경 때문이었습니다. 공항을 나오자 취악대가 나와 환영 팡파르를 하고, 플래카드와 박수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어떤 유명 정치인이 내리나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곁의 한 한국인 여성을 위한 마을의 환영이었습니다. 그는 놀랐고 이내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고, 그날 밤을 홀로 지새우다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는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다만 봉사, 교육에 관한 일이라는 걸 언뜻 느낄 따름이었습니다. 제가 이름을 물어보았고, 그 사람은 뉴욕에 있는 한 교수이자 작가인 것을 알았습니다.
여행은 안전에 노출되어 있고,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열려 있습니다. 미담의 주인공도 만나고, 전혀 예상 밖의 사람도 만납니다. 그래서 인생도 사람과의 여행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