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직장인들이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 7시, 의정부시청에서는 뭔가 특별한 것이 열린다. 시청 직원식당인 문향재의 불이 켜지고 시민, 공무원, 대학교수, 시의원 그리고 혁신위원들이 속속 도착한다. 이들은 함께 커피와 토스트를 나누며 시정의 각 분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1시간 남짓 아침을 함께하며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시간, 이것이 의정부시의 조찬포럼이다.
조선시대 임금이 신하, 학자들과 공부하고 토론하던 ‘경연’이 있었듯, 조찬포럼은 경연의 형식과 의미를 빌려왔다. 일종의 정책세미나다. 처음엔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데 목적을 뒀으나 어느새 참석자들의 소양이 깊어지고 현안에 대한 폭 넓은 연구가 수반되면서 시정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조찬포럼은 2013년 1월 16일 ‘시 승격 50주년 기념사업 추진방안’이라는 주제로 처음 시작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아이디어였다. 현재까지 총 434회 개최해 참석한 총 인원만 7442명에 이른다. 시 행정혁신위원회가 주관하는 포럼은 월 1회, 본청과 권역 동 주관 포럼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주 4회 개최한다.
조찬포럼의 시작은 생소했다. 이른 새벽부터 토론에 나서는 일은 공무원들에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럼을 준비하고 전문가와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공무원들은 자연스럽게 정책을 학습하고 연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시는 스스로 공부하는 공무원들로 인해 직무능력의 향상이 뒤따랐다고 말한다. 최근엔 시시각각 변하는 행정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전문가를 초청해 심도 있는 교육도 진행한다. 의정부시는 “공무원이 공부하고 변화해야 시민들이 공무원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시는 조찬포럼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2016년 6월 21일 한국기록원(KRI)에 공식기록 인증을 요청했다. 한국기록원은 1차 내부검증과 2, 3차 현장검증을 거쳐 2016년 7월 26일 의정부시 조찬포럼을 ‘지방자치단체 중 최장기간 정기적인 조찬포럼 개최’ 국내 최고 기록으로 공식 확정했다. 국내 기록을 넘어 2016년 12월 9일에는 유럽연합(EU) 오피셜월드레코드(OWR)를 통해 ‘세계 지방자치단체 중 최장기간 정기적인 조찬포럼 개최’ 세계 기록으로 공식 인증도 받는다. 유럽연합 오피셜월드레코드는 세계 3대 기록인증 기관 중 하나다.
의정부시는 조찬포럼을 통해 많은 수상도 했다. 2013년 33건, 2014년 26건, 2015년 41건, 2016년 48건, 2017년 46건, 2018년 39건에 달하는 실적은 조찬포럼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공직문화 조성에 중추적 역할을 한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라고 시는 밝힌다. 아울러 시가 추진한 여성친화도시, 평생학습도시, 가족친화도시, 민원서비스 우수기관 선정에도 조찬포럼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부하고 발전하는 조직을 만든 조찬포럼이 의정부 혁신의 한 축이라면 다른 축은 ‘행정혁신위원회’로 볼 수 있다. 광역지자체나 100만 이상 대도시는 지방연구원을 설립해 다양한 문제와 정책현안 등을 조사·분석하고 연구하지만 의정부시는 지방연구원을 설립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시는 연구원을 대체할 수 있는 자문기관을 설치하기로 하고 2010년 11월 1일 대학교수 등 박사급 50여 명으로 구성된 ‘행정혁신위원회’를 출범한다.
행정혁신위원회는 광역지자체 등의 지방연구원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위원들은 비상임이다. 그러나 연구과제 실적은 다른 어느 연구기관에 뒤지지 않는다. 의정부 발전의 밑거름이자 미래 성장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행정혁신위원회는 의정부시 싱크탱크라고 시는 표현한다.
그간 행정혁신위는 경인행정학회, 전환기행정학회 등 학술단체들과 ‘100년 먹거리 완성을 위한 의정부시 발전전략’, ‘자치분권시대 지역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주제로 한 공동학술대회를 5차례 개최했다. 지난해 말에는 국회에서 ‘평화통일특별도의 설치 의의와 추진전략’이라는 의정부포럼도 개최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연구가 단순 포럼의 개최나 학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조찬포럼을 통해 의정부시 행정에 접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정 주요현안에 따라 4개 분과별로 나눠 진행되는 조찬포럼에서 정책 추진 상의 문제점을 사전에 검토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며 예산절감, 시민의견 반영, 갈등 방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사전 조율한다. 특히 행정혁신위원회의 조찬포럼은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직접 주재하기 때문에 도출한 결과를 시정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조찬포럼이 시정의 혁신엔진이자 전략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김장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