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인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하루에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화이트칼라 종사자들, 즉 사무직 종사자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밖에도 택시 및 버스 운전사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학생들, 스마트폰을 붙들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아홉 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고 있는가. 비단 살이 찌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랜 시간을 앉아서 보낼 경우 우리 몸에서는 여러 가지 적신호가 나타난다. 가령 호르몬 불균형, 신진대사 둔화, 염증 유발 등이 그렇다.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조기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에게 ‘지금 당장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틈틈이 몸을 많이 움직여라’고 충고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생활습관이 비만뿐 아니라 당뇨, 심장병,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앉아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그리고 카페나 집에서도 가능한 서있는 것보다 앉아있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너무 오래 앉아있을 경우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아홉 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데, 이는 비단 직장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주말에 집에서 쉴 경우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실제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3분의 1 이상의 사람들이 평일에 책상 앞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보다 주말에 집에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TV 화면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면서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단순히 허리에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심각한 질병까지 야기할 수 있다. 심지어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실제 영국의 경우, 지난 2016년 조사 결과 장시간 앉아있는 습관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이에 좌식 습관을 ‘새로운 형태의 흡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흡연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버밍엄대학의 근골격계 노화 및 건강학과 부교수인 캐롤린 그리그 박사는 “그런 표현이 결코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뭘까. 장시간 앉아서 보내는 생활 습관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비만 자체만으로도 여러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지긴 하지만, 이밖에도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호르몬이나 신진대사,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며, 몸 안에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질환들로는 심혈관계 질환, 제2형 당뇨, 폐암과 같은 특정 형태의 암을 비롯해 다양한 원인에 의한 조기 사망 등이 있다. 또한 기분이나 인지력,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 결과 장기적으로는 치매의 위험도 높아진다.
먼저 호르몬의 경우를 보자. 앉아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우리 몸의 호르몬은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 특히 인슐린이 그렇다. 인슐린은 세포 내 과다한 당분을 흡수해서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 이내로 유지되도록 돕는 호르몬으로, 일종의 청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러프버러대학의 활동적 생활 및 공중보건 부교수인 스테이시 클레메스 박사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예비실험 결과, 오래 앉아있을 경우 이런 종류의 청소 역할을 하는 효소들의 활동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혈액 속에 지방과 당이 더 많이 축적되고 결국 제2형 당뇨의 위험이 증가된다는 것이다.
클레메스 박사는 “아직 인체를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많은 연구 결과에서 증명됐듯이 주기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혈당 조절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앉은 자세는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로열 브롬튼 병원의 심장병 전문의이자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의 심장학과 교수인 마틴 코위는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요인들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앉아있는 자세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활동량이 적으면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의 비율이 감소한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뇌 기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해 ‘플로스원(PLoS One)’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공간 인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앙 측두엽의 두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5~75세인 35명을 대상으로 뇌 MRI를 촬영한 결과로써, 피실험자들이 일주일 동안 몇 시간을 앉아있었는지를 비교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 앉아있던 사람의 경우, 중앙 측두엽의 두께가 가장 얇았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몸 안의 염증이 생긴다는 점도 문제긴 마찬가지다. 염증은 상처에 대한 신체의 반응으로, 치유 과정의 일환이다. 앉은 자세가 염증 지표의 수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레스터셔의 연구진들은 가장 적게 움직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낸 사람들이 염증과 연관이 있는 인터루킨과 렙틴과 같은 화학물질의 수치가 가장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성적인 염증은 제2형 당뇨를 포함해서 심장질환, 우울증 등 여러 질병과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혹시 도움이 되진 않을까.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운동을 한다고 해서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가령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줄곧 앉아서 보낼 경우에는 단지 몇 시간 운동을 몰아서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퇴근길에 체육관에 잠시 들러 운동을 한다고 해도 사무실에 하루종일 앉아있었던 시간을 보상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 보건안전청(HSE)의 신체활동 국가 책임자인 마이크 브래넌 박사는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 8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연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경우, 운동량과 상관 없이 조기사망할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JNCI 암 스펙트럼’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하루에 두 시간씩 TV를 보면서 소파에 앉아있을 경우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7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중이나 운동 여부와는 상관없었다. 특히 50대 미만에서 대장암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미국 공공보건 학회지’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하루에 여덟 시간 넘게 앉아있을 경우 만성 질환과 조기 사망의 위험이 10~2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업무시간 틈틈이 산보를 하거나 스탠딩 회의를 하는 등 가급적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건강을 위해서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일상 속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격렬한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평상시에 신체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다. 영국 보건안전청(HSE)이 사무직 근로자들에게 매시간 5~10분씩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고 휴식을 취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버풀의 물리치료사인 애슐리 제임스는 “매 시간마다 10분 동안 산보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조금 더 몸을 움직이라는 것이다.
좌식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온 글래스고 칼레도니안대의 세바스티안 채스틴 보건행동역학 교수는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사람들이 운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가볍게 활동하는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계화된 작업, 가사 노동을 덜어주는 가전제품들, 컴퓨터 화면을 보는 시간의 증가, 몸을 덜 움직이게 된 편리한 자가용, 공부 시간 증가 등으로 인해서 몸을 덜 움직이게 됐기 때문이다. 채스틴 교수는 “이런 변화는 서서히 진행됐고,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클레메스 박사가 근무하는 러프버러 대학에서는 이런 일상 속 변화를 위해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가령 쓰레기통과 프린터를 책상 옆이 아니라 복도에 설치했는데, 그 이유는 더 많이 일어나서 걷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회의실에는 스탠딩 책상을 설치해서 선 자세로 회의를 하도록 했다.
스탠딩 책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체적으로는 하루 중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감소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요통은 줄어들지만 다리, 종아리, 발목의 통증은 증가할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스탠딩 책상을 이용할 경우에는 가능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너무 오래 앉아있지도, 그렇다고 너무 오래 서있지도 않는 것이 열쇠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채스틴 교수는 이렇게 충고한다. “당신이 어디에 살든, 몇 살이든, 무슨 일을 하든, 중요한 것은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앉아있는 시간 줄이는 방법 “리모컨을 멀리하라” 1) 일상 생활 속의 물건들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둔다. 가령 리모컨을 사용하는 대신 TV 앞으로 걸어가 버튼을 누르거나, 광고 중에는 실내를 돌아다닌다. 2) 타이머를 이용해서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을 설정해 놓는다. 한 시간에 단 몇 분이라도 충분하다. 또한 만보기를 이용해서 매일 얼마나 움직이는지 체크한다. 3) 앉아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오래 앉아있으면 다리의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 시간마다 1분씩 발을 두드리면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칼로리 소모도 많아진다. 4) 직장에서 회의를 할 때는 앉아서 하기보다는 걸으면서 하거나, 혹은 일어선 상태로 한다. 5) 전화 통화를 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거나 돌아다니면서 한다. 6)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7) 친구를 만날 때는 카페보다는 밖에서 만나고, 가능한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