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2만 명에 가까운 팔로어를 보유한 한 인플루언서인 본명 송진영 씨가 한 말들이다. 송 씨는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현지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는 한 대에 수억 원 혹은 10억 원 이상 나가는 슈퍼카 사진을 올려 많은 사람에게 돈 많은 갑부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송진영 씨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며 팔로어를 모아 나갔다. 그는 ‘좋아요 누르고, 댓글을 달면 금반지를 나누겠다’ 등 이벤트도 벌였다. 호응이 좋자 ‘내친김에 안 쓰는 명품도 나눌까’라며 명품이 가득한 옷장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팔로어는 페이스북에서만 약 2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처럼 부를 과시한 송진영 씨가 송사에 휘말렸다. 그를 고소한 사람은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청년 기부왕’ 박철상 씨를 저격해 정체를 밝힌 ‘저격수’ 신준경 씨다. 신 씨는 그에게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보냈지만 4억 8000만 원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고소했다. 고소와 함께 신 씨는 송 씨가 2017년 6월 차량 인증을 받지 않은 차를 판매했고 차를 돌려줬지만 돈은 주고 있지 않다고 저격했다. 저격을 당한 송 씨는 최근 신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모든 사건이 발생한 계기가 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새 차는 7억 원가량의 초호화 슈퍼카다.
신 씨가 공개한 녹취록과 그 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사건은 다음과 같다. 2017년 6월 신 씨는 송 씨가 판매하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페이스북 스타 A 씨 소개로 사기로 한다. A 씨는 ‘송 씨가 35억 원에 달하는 하이퍼카 ’코닉세그‘를 사는데 잔금이 부족해 아벤타도르를 싸게 빨리 넘기려고 한다’고 했다. 신 씨는 이 같은 요청에 워낙 싼 값이기도 해서 인수하기로 한다. 송 씨의 유명세가 믿음도 더해줬다.
처음 거래는 순조로웠다. 송 씨는 신 씨가 차를 사겠다고 하자 ‘옵션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략 8억 원 정도 한다’며 매우 싼값에 넘기겠다면서 5억 2000만 원을 불렀다. 그러다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점차 낮아져 4억 8000만 원에 팔게 됐다. 송 씨는 ‘하이퍼카를 사기 위해 워낙 싸게 처분한 것이라 다시 팔아도 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신 씨는 최초 4억 원을 계좌로 보내고 2017년 6월 말 인수하면서 현금 7000만 원을 줬다. 여기에 7월 초 리스 계약을 위해 1000만 원을 추가로 보내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계약을 하면서 리스를 원하는 신 씨를 위해 송 씨가 리스표를 보여주기도 했고, 차를 판 이후에는 보험사까지 알아봐준다고도 했다. 송 씨는 ‘자신의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차량을 인도 받은 다음 발생했다. 신 씨는 “송 씨가 이 차는 인증이 확실히 나 있는 차여서 자동차 등록하는 데 문제가 없다. 등록 절차는 당연히 대행해주겠지만 정식번호판 달면 가격이 떨어지니 먼저 임시번호판을 달고 다니면서 나중에 천천히 등록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그 말을 듣고 임시번호판을 단 채 운행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임시번호판에 적힌 날짜를 넘겨서 타고 다니면 불법이고 보험사에서도 정식 번호판으로 가입하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2017년 8월 말 신 씨는 ‘불안해서 못 타겠다’며 번호판을 달겠다고 하자 송 씨는 ‘사실 인증난 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씨는 이미 몇 달을 탄 상태라 분노했지만 송 씨에게 인증을 해달라며 차량을 보낸다.
인증 절차가 한없이 늘어졌다. 신준경 씨의 독촉에도 송 씨는 ‘자동차가 인증이 되지 않아 아직 등록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4억 8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차를 송 씨에게 보냈는데 인증 일정이 길어지자 빨리 일을 처리해달라며 독촉하기 시작했다. 2017년 12월 결국 송 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제가 약속을 했으니 차를 재매입해드릴게요’라며 4억 8000만 원을 환불해주기로 한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송진영 씨는 환불도 차일피일 미뤘다. 송 씨는 ‘나도 차량을 사 온 부산 수입업자인 이 아무개 씨에게 속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최초 ‘2018년 1월에는 돈을 반환하겠다’는 약속이 2월 말로 미뤄졌다. 개인적 사정을 토로하는 송 씨의 말에 따라 환불 날짜는 2월 말에서 다시 3월 말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돈은 받을 수 없었다.
4월이 되자 신 씨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송 씨는 ‘차량을 도로 원 주인이 가져갔다’며 인도하는 사진을 보내며 시간이 지났다. 송 씨는 원 주인에게 돈을 환불받지 못했다며 계속 기다려달라고만 했다.
아벤타도르 대신 받아왔다는 차 중 하나인 허머 H2.
2018년 4월 송진영 씨는 계속 돈을 돌려주지 않다가 신준경 씨에게 아벤타도르 인증을 포기했다고 한다. 대신 아벤타도르를 반납하고 그 가격만큼의 차를 받아왔다고 했다. 송 씨는 약 3억 원에 달하는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비롯해 포드 F150 2대, 허머 2대를 들여왔다. 송 씨는 신 씨에게 ‘이 차들을 모두 팔면 약 5억 원을 받을 수 있고 그때 돌려준다’고 얘기했다. 신 씨는 이 차들을 아벤타도르 대신 받아왔다고 생각했다.
5월까지 돈을 갚지 않자 참지 못한 신 씨는 결국 5월 4일 공증을 요구하게 된다. 신 씨는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했고 송 씨도 받아들인다. 하지만 당일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송 씨는 “돈을 차용한 것은 아니니 공증을 받을 일은 아니다”라며 공증을 거절했고 이후에도 돈을 갚지 않고 있다.
약 6개월이 지나도 송 씨가 전혀 돈을 돌려 주지 않자 결국 신 씨는 5월 말 송 씨를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돈을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이때 신 씨가 타고 다녔던 아벤타도르가 제대로 보험 가입도 되지 않았었다는 점도 알게 된다. 신 씨는 “경찰 조사 때 차대번호가 필요해서 보험회사에 문의했더니 엉뚱한 차대번호로 가입돼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 씨는 “인증 절차를 거쳤다고 말해서 샀지, 아니었으면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라며 “말도 바뀌고 돈도 주지 않고 있다. 그가 한 말 대부분이 거짓이었다. 페이스북에서는 화려한 삶을 보여준 송 씨의 사생활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도 의문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신준경 씨가 제기한 사기 혐의 고소는 무혐의가 나왔다. 신 씨는 송진영 씨가 인증되지 않은 차를 팔았으니 사기라고 고소했으나 송 씨는 경찰에 부산 수입업자가 정식 인증 받아 아벤타도르를 판매한 서류를 제출했다. 인증이 나지 않는 차를 팔았다는 주장과 달리 뒤늦게라도 인증이 된 서류가 있는 만큼 경찰은 사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신 씨는 “차를 가져간 뒤 팔았던 것도 경찰 조사에서 송 씨가 서류를 제출하면서 뒤늦게 알게 됐다”며 “나중에 부산 업자와 통화했는데 송 씨는 최소한의 인증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매매체결 당시 송 씨가 고소인인 신 씨에게 승용차를 정상적으로 판매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형사 소송이 기소되지 않고 민사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신 씨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린다. 민사로 해결하려고 해도 송 씨 재산이 없어 가압류 걸 만한 재산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SNS에서 재벌 같았던 모습과 달리 송 씨 명의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었다. 송 씨뿐만 아니라 부인, 회사 명의로 된 재산도 거의 없었다.
송 씨는 “내가 재벌이라고 내 입으로 한 적이 없다. SNS에서 말했던 것처럼 잘나가는 할아버지, 삼촌 등이 있는 건 사실이다. 또한 집 보증금이나 더 라벨 회사 명의 재산 등이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신 씨는 “가압류를 집행해 본 결과 집 보증금도 없고 회사 명의의 재산은 전혀 없었다”며 “송 씨 부인 명의로 5년 된 BMW 1대와 국산차 1대가 있지만 이 차들도 압류가 걸려 있는 상태였다”고 재반박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약 당시에 상대방을 기망하려는 의사와 더불어 기망당한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을 편취하려는 의사가 존재해야 한다. 계약 당시에 상대방을 기망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고 보일 경우에는 단순히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서 책임만 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최근에는 단순 채무불이행으로 민사로 처리할 만한 사건도 경제 사기가 화제가 되면서 액수가 크면 형사로 처벌하는 추세긴 하다”고 귀띔했다.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람보르기니 우라칸의 모습.
소송과 별개로 차량 문제는 더욱 복잡해져 갔다. 송진영 씨가 앞서 말했듯 인증이 안 된 아벤타도르를 반납하고 부산 업자에게 돈 대신 다른 차를 받아오면서다. 송진영 씨는 신준경 씨에게 줄곧 아벤타도르 대신 받아온 차량이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쟁점은 어떤 차량을 받아왔는가에서 갈린다. 차를 산 신 씨는 람보르기니 우라칸 외 4대를, 차를 판 송 씨는 에스컬레이드 외 5대를 받아온 차로 들고 있다. 중간에 낀 부산 업자는 ‘우라칸을 받아간 것은 사실이지만 우라칸에 문제가 생겨 에스컬레이드 2대로 바꿔 갔다’고 말했다.
억울한 신 씨는 송 씨가 받아왔다는 우라칸의 차량 행방을 알아보게 됐다. 곧 신 씨는 아벤타도르 대신 받아왔다는 약 3억 원 상당의 초록색 우라칸이 에스컬레이드로 바뀐 게 아니라 빨간색으로 랩핑돼 유명 유튜버에게 판매된 것을 알아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차량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유출된 송진영 씨 회사 단체 채팅방에서 송 씨는 “사람들 입단속시키고 랩핑 다 해서 완전 다른 곳에서 산 차처럼 (유명 유튜버가) 콘텐츠 만든다니까 연락해”라며 “A 씨(송 씨 지인)에게서 다른 이야기 나오게 하지 말고 우라칸 어디 갔냐고 묻거든 휠도장하고 센서 수리하러 들어갔다고 하라”고 입단속 시켰다. 송진영 씨는 “판매 사실을 입단속한 건 사실이지만 이는 유튜버의 콘텐츠를 위해서였다. 아벤타도르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입단속시킨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A 씨는 “우라칸을 판매해달라고 해서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나에게도 비밀로 하고 판매한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콘텐츠를 위해서 나에게 속이고 판매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 씨는 자신의 돈으로 받아왔다는 차를 함부로 팔았다며 송 씨를 횡령으로 고소했다. 송 씨가 분명 아벤타도르 대신 우라칸과 나머지 차 4대를 팔아서 돈을 주겠다고 했고 이 차들을 팔고 받은 돈을 돌려 달라고 고소했다.
신준경 씨 측이 녹색 우라칸을 빨간색으로 랩핑해 팔았다는 증거로 제출한 사진. 오른쪽 하단 문짝이 초록색이다.
송진영 씨는 이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송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라칸과 아벤타도르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우라칸이 아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2대, F150 2대, 허머 2대가 아벤타도르 대신 받아온 차다. 계좌 추적을 해봐도 우라칸이 판매된 뒤 내가 받은 돈은 한푼도 없을 것이다”라면서 “신 씨가 사기죄로 고소하면서 차를 팔려고 해도 신뢰도가 떨어져 팔 수가 없는 상황이다. 돈 대신 이 차를 가져가라. 차를 가져가면 끝날 문제다”라고 말했다.
신준경 씨는 “계좌 추적을 해봐도 송 씨 계좌로 입금될 리가 없기 때문에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이다. 송진영 씨가 자신 명의 돈은 전혀 없고 차명 계좌를 쓰기 때문이다. 나도 아벤타도르를 살 때 송 씨 부인 계좌로 입금을 했고 송 씨 체인점들도 돈 거래는 송 씨 아버지 계좌로 입금을 한다”며 “아벤타도르 대금을 주면 끝인데 차는 가져가고 난데없이 차를 6대 가져가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 나는 4억 8000만 원을 2년이 넘게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차를 가져가라고 하는 걸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횡령 혐의 조사를 받을 때 송 씨는 경찰에 아벤타도르 대신 받은 수입차 6대는 따로 있다고 자료를 제출했다. 부산 수입업자는 ‘6대가 부산에 있는 게 맞다’며 그 차를 송 씨가 2년째 찾아가지 않고 있어 주차비 2년치를 내라고 요구했다. 이 차들은 앞서 말했던 우라칸 외 4대보다 상대적으로 값어치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한 자동차 수입업자는 ‘(송 씨가 말한) 차 6대를 다 합해도 3억 정도 가치다’라고 의견을 말했다.
신준경 씨는 “돈 때문에 싸우는 게 아니다. 4억 8000만 원을 받게 되면 여기에 2000만 원을 더해 전액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돈만 주면 끝나는 일을 왜 갑자기 차를 들먹이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100만 원 휴대전화를 샀는데 개통이 안돼 환불을 했더니 2년 뒤에 환불이 안된다며 20만 원짜리 휴대전화 5대를 가져가라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신 씨는 “SNS에 호화로운 생활을 자랑하는 모습과 달리 약 4억 8000만 원을 왜 끝까지 안 주는지 모르겠다”며 “인증이 안나는 차를 팔았다고 고소했다 무혐의가 났지만 다시 ‘인증을 해주겠다고 가져간 차를 인증 시도조차 하지 않은 행동’은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송진영 씨는 “최소한의 대화도 없이 소송을 걸었고 차단을 해버려 대화가 필요 없다고 느껴 돈 대신 차가 있다는 점을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며 “소송으로 차를 팔 기회를 막아놓고 이제 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어떡하나. 더군다나 나는 사기, 횡령에서 일단은 무혐의가 났다. 민사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신 씨는 “고소하기 전까지 6개월간 한 번 통화에 수십 분씩 수십 차례 얘기했는데 말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준경 씨는 무혐의가 난 횡령 부분을 보강해 서울고등검찰에 항고를 했다. 아벤타도르 대신 우라칸을 받아왔고 판매도 됐지만 여전히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증언할 사람을 모았다. 신 씨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송 씨가 운영하는 ‘더 라벨’의 전직 이사, 더 라벨 전 가맹주, 송 씨 지인 등에게 아벤타도르를 반환하고 우라칸을 받아왔다는 공증을 검찰에 제출했다. ‘나도 당했다’는 사기꾼 사냥꾼과 SNS 재벌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