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체 자구노력
박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려는 자구안이 필요하다.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채무의 원활한 만기연장을 이끌어낼 만한 규모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미 지난해 1조 원 가까운 자구계획을 이행하면서 돈 되는 자산을 다 유동화시킨 데 있다. 남은 자산이 있지만, 돈이 별로 안 되든가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들은 항공업 경영에 필요한 사업을 영위하는 곳이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고려할 때 분리시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 아시아나CC를 비롯해 금호리조트가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할 수 있지만, 현재의 채무부담을 줄이기는 부족하다. 설령 매각한다고 해도 그 돈을 아시아나항공으로 가져오기가 애매하다. 아시아나항공의 3곳 자회사가 금호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자회사에서 모기업으로 자금을 옮길 방법은 제한적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지만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단 압박이 더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내식 대란’ 관련 입장 발표와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는 모습. 임준선 기자
# 아시아나항공 매각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를 매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국적항공사라는 프리미엄으로 시가인 2400억 원에다 상당한 웃돈을 얹어 팔 수도 있다. 인수 후 새 대주주가 대규모 유상증자로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키면 채권단도 만기연장 등으로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실제 국내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시장에서 인정되는 웃돈의 몇 배를 줄 의사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직 매물로 나온 것이 아닌 만큼 내놓고 인수 의지를 드러내는 곳은 없다. 하지만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다수다.
한때 소문이 돌았던 SK는 가장 후하게 값을 치를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재계서열 2위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라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CJ그룹의 이름도 들린다. 이미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을 갖고 있는 데다, 한류 콘텐츠 비즈니스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시너지를 주장할 수 있다. 최근 CJ헬로비전 매각 등으로 확보한 현금도 상당하다.
애경그룹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성공적으로 경영 중인 점이 강점이다. 인수 성공시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 인수를 위한 자금동원력이 SK나 CJ에 비해 열세인 점이 단점이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떼어내면, 외형은 크게 줄어들겠지만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으로 그룹의 명맥은 이을 수 있다. 매각대금으로 계열사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면 산업은행과의 질긴 인연을 끊을 여지도 생긴다.
# 경영권 통째로 걸고…올인 베팅
금호고속 등 박 회장 일가가 가진 모든 것을 채권단에 맡기고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는 방안이다. 일종의 사재출연이다. 성공만 한다면 박 회장으로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채권단에 줄 반대급부가 필요하다. 새롭게 조달한 자금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룹 경영권을 통째로 내어줄 수 있다.
신뢰관계도 중요하다. 채권단 내부에서 박 회장에 대한 신뢰는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과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지루한 갈등을 겪었던 기억 때문이다. 최근 산은과 금융위의 메시지는 이를 방증한다.
# FI 유치
박 회장은 채권단에서 금호산업을 되사올 때도 외부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을 활용했다. 최근 항공업 업황이 나쁘지 않은 편인 데다 국적항공사의 매력을 앞세워 사모펀드(PEF) 등에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는 데 따른 미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명목상 산은과 맺은 경영개선 약정은 지난 6일 끝났다. 채권단이 조금의 말미를 더 줄 수 있겠지만 얼마나 시간을 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할 수 있다. 설령 FI를 유치한다 해도 구조가 복잡할 경우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