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클럽 아레나. 최준필 기자
그러다 승리와 함께 카톡방에 있는 정준영의 범법행위까지 나왔다. 정준영이 성행위 몰카를 촬영하고 유포하는 온라인 성범죄가 드러났다. 또한 소위 ‘황금폰’이 유출되면서 연예인들의 단톡방까지 적나라하게 대중 앞에 보여졌다. 특히 각종 단톡방에서 연예인들이 했던 발언까지 매일 기사화되면서 방송가 풍속도 역시 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유명 연예인 A 씨는 “최근 매일같이 단톡방 내용이 공개되고 기사화되면서 연예인들끼리 있는 단톡방 정리를 급하게 하는 분위기다. 각자 단톡방을 나가서 옛날 대화 내용을 정리하고 새롭게 만들고 있다”면서 “‘아예 카카오톡 대신 보안이 뛰어나다는 텔레그램을 쓰자’거나 더 나가서 ‘우스갯소리로 IS(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 대원들이 쓰는 메신저가 뭐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연예인 B 씨도 “대체로 최근 보도 이후 대화를 조심하는 것 같긴 하다”며 “예전에 짖궂은 농담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희극인 C 씨는 “텔레그램은 새로 친구가 가입하면 알림으로 알려주는데 최근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IT기기를 다루기 어려워하던 각계 각층 사람들도 버닝썬 사건 이후 텔레그램 가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버닝썬 사태 이후 바뀐 건 방송가뿐만이 아니다. 강남 분위기도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화류계는 직격탄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고급 술집 S 업소를 운영하는 매니저는 “버닝썬 사태 이후 아무래도 돈 있는 분들도 몸을 사리고 위축되는 분위기다. 버닝썬, 아레나 등 굵직한 클럽이 계속 조사받고 있다. 물론 그 쪽은 클럽이고 이 쪽과는 아무 상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분위기가 그게 아니다. ‘당분간은 몸조심 해야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며 “작년부터 매출이 안 좋아지긴 했는데 확실히 올해 버닝썬 사태가 대대적으로 터지며 손님이 더 없다”고 토로했다.
텐카페 B 업소를 운영하는 또 다른 매니저도 “버닝썬 사태가 아니어도 요즘은 과거처럼 장사가 안되기 때문에 마담이 옛날처럼 마에킨(업주가 여종업원에게 목돈을 빌려주고 일하면서 갚는 돈. 흔히 마이킹이라고 불린다)을 내주기도 굉장히 꺼려 한다. 장사가 안되고 돈이 잘 안 돌기 때문에 마에킨 내준 종업원이 잠적이라도 하면 그 돈 복구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외상 술도 웬만하면 안 판다. 외상 한다고 하면 그냥 안 팔고 다음에 오라고 할 정도다. 외상 술값 한 번 크게 떼이면 망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B 업소 매니저는 “과거 몇 년 전만 해도 고급 술집에서 종업원들은 월 3000만 원까지도 가져갔다. 그런데 요즘은 2분의 1 혹은 3분의 1까지 줄어들었다”며 “이 업계는 여종업원이 매니저보다 잘 번다. 매니저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라고 말했다.
버닝썬 사태 이후 강남 클럽 양대 산맥이던 버닝썬과 아레나가 문을 닫으며 강남 클럽 지형도도 변하고 있다.
강남 화류계 여종업원들 중에서는 일이 끝나면 클럽에 가던 사람도 꽤 많았다. 아침까지 영업을 하는 만큼 일이 끝나고 찾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애용하던 클럽이 문을 닫으며 찾는 클럽도 달라졌다.
클럽을 좋아한다는 한 여종업원 D 씨는 ‘요즘은 어딜 찾냐’는 물음에 강남역 주변 M 클럽을 찾는다고 답했다. D 씨는 “가끔 클럽을 가곤 했는데 최근 아레나에 갔더니 문을 닫았다”면서 “이후에는 교통이 편한 강남역 인근 M 클럽이나 신사역 인근 A 클럽(과거 M 클럽)을 찾는다. 이곳들은 음악도 시설도 맞지 않아 최근에는 클럽을 찾는 일도 줄였다”고 말했다. 버닝썬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방송가, 화류계, 클럽 업계도 각각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