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102석, 야당 8석으로 구성된 서울시의회에서 ‘협치’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은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과 그를 끌어 내리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102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1명, 정의당 1명 의원들로 구성됐다. 민주당의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정당 간 서로 적절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세워진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조례안 처리 과정에서) 반대해봤자, 표결에 부쳐도 의미 없더라”라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논의 과정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퇴장하는 방법밖에 없다. 저는 속기록이라도 남기기 위해 표결을 요청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사례는 ‘서울형 유급병가제’다. 이는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질병으로 입원할 경우, 서울시에서 하루 급여를 지원해주는 제도로 일종의 ‘질병 수당’과 같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서울형 유급병가 지원에 관한 조례안’ 예산 심의를 의결했다. 2019년, 여기에 배정된 예산만 41억 6000만 원이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며 서울시의회는 올해 시행규칙을 제정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여야 사이에서 논란이 있었던 제도지만, 민주당 의원이 다수여서 통과됐다”며 “(자영업자의) 소득을 보전할 재원을 시민 세금에서 지출하는 것이다. 일반 회사 직장인들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그로부터 보전을 받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자영업자들은 국민들 세금으로 수당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을 쓰는 여러 제도와 정책들이 여야 간 심사숙고하는 과정 없이 단기간에 처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지방의회 의결 과정의 허점도 지적했다. 그는 “의회 의장이 조례안을 처리할 때 ‘이의 있냐’고 묻는다. 이때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해야만 표결로 올린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통과된다. 100건의 조례안건 중 야당이 30건을 반대할 경우, 30번이나 ‘이의 있습니다’를 외쳐야 하는 상황인데, 한국당 의원 6명이 102명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외치는 것이 어렵다”며 “대다수의 조례안건이 공산당 식으로 통과된다. 이의제기하고 표결에 부친다 해도, 표결은 찬성과 반대, 100 대 3 정도로 끝난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의회 역시 민주당 의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민주당 135명, 한국당 4명, 정의당 2명, 바른미래당 1명으로 이뤄져 있다. 한미림 한국당 의원은 “야당은 7명밖에 안 된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반대 의사도 안 받아준다. 그냥 통보만 받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된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안건을 처리하며 ‘당연히 다 통과되지’라고 말하기도 하며, 도정 질의와 관계없이 야당을 향해 비하적인 발언도 하지만 야당은 대항할 힘도 없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에서 통과된 조례 중 ‘경기도바르게살기운동조직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바르게살기운동 조직 육성과 사업 활성화 등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의원은 “심지어 이 조례안에는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반대했다. 그들은 표결에서 기권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수가 많아 통과됐다”고 전했다.
반대로 경상북도의회에는 한국당 소속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당 42명, 민주당 9명, 무소속 8명, 바른미래당 1명이다. 경북도의회는 지난달 25일 통합공항이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정부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여기에는 도의회 여야 모두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어휘 선택이나 뉘앙스 등에서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미애 경북도의회 민주당 의원은 “당초 적대적인 표현을 제외하고 결의안을 썼는데, 박창석 통합공항이전특별위원회 위원장(한국당)이 이를 (자극적으로) 수정했더라. 위원장 개인적인 정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그래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결의안 찬성자 명단을 ‘자유한국당 42명’으로 쓰라고 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경북도의회 의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나갔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의회도 있다. 경상북도 군위군의회는 한국당 5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됐다. 이곳에서 김정애 무소속 의원은 “한국당 때문에 집행부 견제가 원활하지 않다. 뭘 하든 2대 5로 끝나니…”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군위군의회의 오분이 한국당 의원은 “그런 것 없다. (한국당, 무소속 의원들 사이의) 마찰도 없다. 그렇다고 (한국당 의원들끼리) 쉽게 처리해버리는 것도 없다”며 “의견이 있으면 알아서들 잘 조율한다”고 부정했다.
한편, 김준열 경북도의회 민주당 의원은 “조례를 두고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은 없었지만 결의안을 두고 마찰이 조금 생기는 편”이라며 “그래도 나름 (여야 간) 유대를 잘하고 있어서 강제로 밀어붙이는 일은 잘 없다. 여야 사이가 나쁜 건 아니다. 물론 일부 한두 명의 의원은 마찰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나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