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은행들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막대한 이자·수수료 수익을 얻는 반면 사회공헌비는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훈 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신한·농협·하나 등 국내 9개 금융지주사의 2018년 총자산은 2068조 원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1조 64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8% 늘었다.
금융지주사들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은행권의 실적이 큰 역할을 했다. 은행은 순이자마진 등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2017년보다 1조 1634억 원 증가해 8조 8917억 원을 기록했다. 금융지주사 순이익 규모에서 은행이 64.3% 비중을 차지했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사들의 이익도 수수료 수익 증가에 힘입어 4169억 원 증가했다. 금융투자사들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 5083억 원, 금융지주사 전체 규모의 18.1% 비중을 보였다. 은행과 금융투자사의 수익을 합하면 82.4%에 달한다. 금융지주사들 수익이 대부분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한 이자·수수료 장사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이 같은 지적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국내 금융사들이 비이자부문의 수익을 늘리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비난과 무관치 않다. 이자·수수료 장사에 치중하면 ‘약탈적 금융’이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데다 선진화된 금융산업으로 전환을 위해서는 비이자 비중을 높일 필요성이 대두된 까닭도 있다.
그러나 국내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순이자이익은 매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2016년 4조 9770억 원에서 2017년 5조 5648억 원, 2018년 6조 1007억 원으로 늘었다. 신한은행도 2016년 4조 5041억 원, 2017년 4조 9920억 원, 지난해 5조 5860억 원으로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매년 순이자이익이 증가해 지난해 5조 6510억 원을 기록했다.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도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이익’이 여전히 늘어났다. 4대 은행의 연간 수수료 이익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조 원을 돌파했다. 국민은행의 순수수료 이익이 1조 122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이 1조 700억 원, 신한은행이 1조 365억 원, 하나은행이 8384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수수료의 주된 내역은 금융상품 판매와 연관된 비용이다. 일반 고객들이 자주 행하는 외화 송금, 대출 중도상환, 인출 등 통상적인 은행업무나 기타 거래에 매겨진 수수료도 전체의 반 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이자나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것은 신탁이익, 증권대행수수료, 은행업무 관련 수수료, 증권업수입 수수료 등 여러 창구에서 수수료가 늘어난 덕이라고 설명한다. 또 임대료나 시설 설치·관리비용, 시스템 구축·유지 등에 들어가는 돈을 보전하기 위해 일정 정도 수수료는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이종현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이자 수익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매입시 여신은 통산 15~30년으로 진행되는데 지난해까지 많이 이뤄져 은행은 이 기간만큼 예대마진을 확보했으며 전세도 대부분 2년 단위로 이뤄지는데, 전세값 변동이 없어 현 수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핵심수익인 예대마진이 크게 확장된 후 현재 안정화된 상태로서 향후 몇 년간 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이자수익 등 실적이 좋긴 했지만,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등 정부정책에 따른 금융환경이 달라졌다”며 “더 이상 이자 및 수수료 수익 성과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부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리딩뱅크 자리다툼 ‘톱2’ 사회공헌 꼴찌다툼 은행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 고객이 맡긴 자산으로 이익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 때문에 은행에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대부분 시중은행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매년 은행의 사회공헌 내역을 보고서로 발간할 만큼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금융사들이 보다 엄격한 소비자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공헌활동 등 금융의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이행해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의 내부 윤리강령에는 모범적 기업활동과 사회공헌을 적시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교육·문화예술 지원 및 기부·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그룹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가치를 높이는 바람직한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참여한다”며 사회공헌 중장기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7월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2017년 은행 사회공헌활동보고서’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1093억 원으로 가장 많은 사회공헌비를 기록했다. 우리은행(1074억 원), KEB하나은행(1022억 원), IBK기업은행(976억 원), KB국민은행(850억 원), 신한은행(755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17년 당기순이익의 4~8%가량을 사회공헌비로 사용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리딩뱅크 자리 싸움을 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사회공헌비가 대형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얻는 수익에 비해 사회공헌비가 많다 적다를 따지기 전에 고충도 이해해야 한다”며 “은행들은 청년일자리펀드, 벤처중소기업펀드 등 정부가 조성한 펀드에 지원해야 하는데, 일종의 준조세 개념”이라고 토로했다. 민웅기 기자 |